118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세상에서 손꼽히는 로맨틱한 여행지다. 과거의 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수백 년 전의 골목과 운하는 지금까지 남아 여행자들의 매료시키고 있다. 수면 위로 일렁이는 낭만과 오랜 시간이 공존하는 곳, 베네치아의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화려한 여행을 즐겨보자.
고품격 여행의 시작, 수상 택시
럭셔리 여행의 시작은 산타루치아역을 나서는 순간부터다. 번잡한 인파를 뒤로하고 프라이빗 수상 택시에 오르면, 베네치아의 경이로운 풍경과 나만을 위한 물길이 펼쳐진다. 운하를 따라 달리며 호텔까지 가는 15~25분마저 여행이 되는 순간이다.
수상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많은데, 약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네치아나 모토스카피(Veneziana Motoscafi)도 특별한 여정의 동반자가 돼 준다.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와 베테랑 파일럿이 기차역에서 호텔 앞까지 쾌적한 이동을 보장한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리를 건너는 수고 없이,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에 기대어 베네치아의 첫인상을 가장 우아하고 여유롭게 만끽해 보자. 참, 대체로 수상 택시는 산타루치아역 앞 여객선 터미널 Ferrovia D와 E 사이에서 탑승한다.
대운하의 럭셔리, 세인트 레지스 베니스
대운하(Grand Canal)를 마주하고 있는 세인트 레지스 베니스(The St. Regis Venice)는 도시의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인 럭셔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호텔이다. 특히 1895년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과 같은 해에 문을 연 그랜드 호텔 브리타니아(Grand Hotel Britannia)의 웅장함을 되살렸다.
호텔 뒤편으로는 럭셔리 부티크와 현대 미술 갤러리들이 이어지며, 산 마르코 광장과 페니체 극장(Teatro La Fenice) 등 베네치아의 주요 명소와 맞닿은 훌륭한 위치를 자랑한다.
호텔은 슈페리어 디럭스, 대운하 뷰, 도심 뷰 등 기본 객실부터 산타 마리아 스위트, 아스터 스위트, 프레지덴셜 스위트까지 대운하와 아름다운 도시 전망을 품은 다양한 객실을 갖췄다. 테라스가 있는 스위트룸에서는 베네치아의 활기찬 운하와 따뜻한 빛이 만들어내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얼마나 멋있었냐면 클로드 모네와 같은 유명 화가들도 매료시켰다. 특히 필립 피게(Philippe Piguet)의 저서 ‘베네치아의 모네(Monet in Venice)’에 따르면, 클로드 모네의 아내 앨리스는 베네치아에 머무는 동안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호텔 방에서 보이는 풍경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모든 것은 모네 덕분이다’라고 썼다.
다이닝 경험 또한 다채롭다. 지오스(Gio's) 레스토랑에서는 주세페 리치 셰프가 이탈리아의 전통을 담은 요리를 선보이는데, 조식부터 남다르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보이는 야외 좌석에서 즐기는 아침 식사는 베네치아의 낭만이 더해진다.
아시아 국가의 호텔처럼 음식 가짓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치즈와 올리브 오일, 빵, 샤퀴테리 등 하나하나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는 달걀 요리도 매력적이다. 투숙하지 않더라도 명품 식기 브랜드 지노리 1735(Ginori 1735)와 협업한 ‘지노리 테라스’는 한 번쯤 방문할 만하다. 멋진 경치를 보면서 우아한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중정에서 즐기는 바다의 맛, 코르테 스콘타
산 마르코 정류장에서 배를 타고 아세날레(Arsenale) 정류장으로 향한다. 근사한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길에서 황홀한 일몰이 애피타이저가 돼 준다. 카스텔로(Castello) 지구에 자리한 코르테 스콘타(Corte Sconta)는 중정(코르테)이 매력적인 레스토랑이다.
140년 이상 된 포도나무가 자리한 중정에서 식사하며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 수 있다. 물론 팔라디안 양식(16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바닥 인테리어로 우아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의 진가는 신선하고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와 파스타에서 드러난다. 베네치아 전통 요리인 새콤한 정어리 사오르(Saor)와 대구 크림을 비롯해 쫀득한 베네치아 스타일의 해산물찜, 황새치 카르파치오 등 바다 내음 가득한 전채 요리가 미각을 깨운다.
파스타 라인업 역시 훌륭한데, 진한 풍미의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는 바다의 감칠맛을 깊게 응축해 냈다. 여기에 맥주, 와인 안주로 훌륭한 프리토 미스토(해산물 모둠 튀김), 구운 장어와 폴렌타 칩 등 메인 요리와 제철 재료를 활용한 시즌 메뉴를 더하면 훌륭한 베네치아 밥상이 차려진다.
베네치아의 서정적인 밤, 그란 카페 콰드리 & 산마르코광장
베네치아 본섬에 투숙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숙소 비용이 조금 더 비싸지만, 늦은 저녁 산마르코 광장의 서정적인 분위기는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수많은 관광객이 빠져나가고, 적당한 인원이 거니는 광장의 저녁은 음악의 선율로 가득하다.
특히, 그랜드 카페 콰드리와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에서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를 선사한다. 카페 플로리안이 워낙 유명하지만, 그랜드 카페 콰드리도 무시할 수 없다. 1775년, 코르푸 섬에서 온 조르조 콰드리(Giorgio Quadri)가 끓는 검은 물(커피)을 팔기 위해 문을 열며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2011년부터 미쉐린 스타 셰프 가문인 알라이모(Alajmo) 가족이 운영을 맡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과 베네치아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본연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되살려냈다.
무엇보다 콰드리의 진짜 모습은 광장에 어둠이 내리는 저녁에 빛을 발한다. 웅장한 산마르코 대성당을 곁에 두고 황홀한 라이브 밴드의 음악이 광장을 채우면, 베네치아 특유의 낭만적인 밤공기가 절정에 달한다.
잘 만들어진 마티니 한 잔을 곁들여 감미로운 연주에 취해 있다 보면, 왜 이곳이 수백 년 동안 전 세계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물의 도시의 초록색 안식처, 베네치아 왕립 정원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 자리한 '왕립 정원(Royal Gardens of Venice)'은 1807년 나폴레옹이 산마르코 주변 일대를 재건하며 탄생한 공간이다. 단정한 이탈리아식 화단과 자연스러운 영국식 숲이 조화를 이루고, 신고전주의 양식의 파빌리온이 정원의 우아한 정취를 더해준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훼손되어 가던 정원은 2014년 베네치아 정원 재단(Venice Gardens Foundation)에 위탁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제네랄리(Generali) 그룹의 후원 아래 600만 유로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인 복원에 나섰다.
조경가 파올로 페이로네(Paolo Pejrone)가 식물 생태계 복원을 맡고, 건축가 알베르토 토르셀로(Alberto Torsello)가 낡은 온실과 건축물들을 정교하게 재건해 냈다.
긴 복원 작업을 마치고 2019년 12월 대중의 품으로 돌아온 왕립 정원은 과거의 정형적인 아름다움과 울창한 생명력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베네치아 도심 속에서 뜻밖의 평온함과 싱그러운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훌륭한 안식처다. 참고로 정원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