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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가에 무너진 수익 방어선' 글로벌 완성차 가격 딜레마

2026.05.19. 13: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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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의 여파로 핵심 원자재와 부품, 물류비와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중동 전쟁의 여파로 핵심 원자재와 부품, 물류비와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신차 가격 인상 러시’가 확산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배터리 소재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중동 전쟁 여파로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까지 치솟으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한계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신차 가격 인상 흐름은 특정 지역이나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 물론 신흥 시장인 인도까지 글로벌 주요 시장 전반에서 차량 가격이 오르고 있다. 업계와 시장조사업체들은 “전쟁이 진정되더라도 자동차 가격 상승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신형 그랜저의 가격을 크게 인상한 가운데 오는 5월부터 인도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 가격을 최대 1% 인상하기로 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물류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다. 현대차 뿐 아니라 인도 시장 점유율 1위인 마루타 스즈키도 스위프트와 발레노, 왜건R 등 주력 소형차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현지 업체인 타타모터스는 물론 BMW 와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 온 중국 브랜드들까지 잇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현대차의 1% 인상 폭이 예상보다 낮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요 협력사들이 부품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신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그랜저에 이어 향후 출시할 연식 변경, 부분 변경, 세대 변경 모델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원자재·부품·물류비까지… 전방위 비용 상승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 생산 라인. 현대차는 오는 5월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 로 인도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 가격을 최대 1% 인상한다. (현대차)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 생산 라인. 현대차는 오는 5월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 로 인도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 가격을 최대 1% 인상한다. (현대차)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상승과 고급 사양 확대를 이유로 판매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중국 시장 역시 전기차 원가 구조에서 비중이 높은 알루미늄과 구리, 리튬 가격 상승으로 제조원가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실제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은 예상보다 가파르다. UBS 분석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전기차 한 대당 알루미늄 비용은 약 600위안, 구리 비용은 약 1200위안 증가했다. 차량용 DRAM 가격도 1년 새 2배 이상 뛰면서 차량당 메모리 비용이 약 700위안에서 2000위안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배터리 핵심 소재 가격도 급등세다. 전해질 핵심 원료인 리튬염(LiPF6)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대 20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 제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 가격 안정화 시점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원자재 집약 산업이다. 최근 중동 전쟁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핵심 소재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 독일의 4월 도매물가는 전년 대비 6.3% 상승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석유제품 가격은 37.3% 급등했다.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도 최근 4년 내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자동차 범퍼와 내장재, 배선 피복 등에 사용되는 석유화학 소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완성차와 부품업계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쟁 끝나도 안 내려간다”… 고비용 구조 고착화

BYD 전기차 생산라인 모습. 알루미늄·구리·배터리 소재 등 핵심 원자재 가격과 차량용 반도체 비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의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BYD) BYD 전기차 생산라인 모습. 알루미늄·구리·배터리 소재 등 핵심 원자재 가격과 차량용 반도체 비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의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BYD)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 압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S&P 글로벌은 2026년 자동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원가 및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유럽 자동차 생산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에너지 가격과 귀금속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이 지속적인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 글로벌은 특히 2026년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 부담 확대와 공급망 재편 비용, 전동화 투자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제조원가 상승 구조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고비용 구조의 고착화’다.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 제조기업에서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배터리 현지화와 전동화 플랫폼 개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투자 등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면서 원가 구조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무거워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재고 확대와 공급선 다변화 비용까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했지만 업계에서는 일부 물류비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어도 완성차 가격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가격 인상은 단순한 유가 변수보다 구조적인 제조 비용 상승 성격이 강하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확보한 수익성을 미래차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원가 상승에도 중국발 전기차 치킨게임이 너무 치열해서 제조사들이 이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흡수하고 있다"라고 말해 마진이 크게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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