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유명한 빅토리아 피크 야경이나 소호 거리의 벽화 말고, 나만의 홍콩을 렌즈에 담고 싶다면 주목하자. 세련된 스카이라인의 새로운 시선부터 현지인들의 일상이 짙게 배인 산책로, 그리고 무지갯빛 빈티지 아파트까지. 에디터가 발품 팔아 찾은 홍콩의 숨은 매력을 소개한다.
홍콩섬을 마주하는 새로운 시선
서구룡역 스카이 코리도
홍콩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정석은 침사추이의 스타의 거리였다. 그렇지만 이제 시선을 조금 돌려 서구룡(West Kowloon)으로 향할 때다. 고속철도(HSR) 서구룡역 옥상에 넓게 조성된 '스카이 코리도(Sky Corridor)'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히든 뷰 포인트다.
건축미가 돋보이는 거대한 곡선형 지붕을 따라 걸어 오르면, 탁 트인 빅토리아 하버와 홍콩섬의 빽빽한 마천루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기존의 정면 뷰와는 다른 각도에서 품은 홍콩 스카이라인을 마주할 수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하게 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고, 남중국해 너머로 붉게 물드는 노을과 화려한 야경을 독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지인들의 여유로운 산책로
사이잉푼 워터프론트 파크
복잡한 도심에서 조금만 방향을 틀면 홍콩 사람들의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바다를 곁에 두고 있어 거니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 홍콩섬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중서부 해안 산책로(Central and Western District Promenade)와 사이잉푼 워터프론트 파크(Sai Ying Pun Waterfront Park)는 한국인 여행자보다 반려견과 산책하거나 조깅을 즐기는 현지인이 훨씬 많은 로컬의 공간이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찰랑이는 바다 너머로 침사추이의 화려한 마천루와 서구룡 문화지구의 세련된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걷고, 공원과 놀이터, 미니 모래사장 등에서 노는 아이들과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을 보며 보통의 홍콩을 구경한다.
관광객 무리에 치이지 않고 홍콩의 눈부신 윤슬과 멋진 야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완벽한 산책 코스다.
색채로 물든 골목 갤러리
아트 레인
홍콩의 낡은 골목이 거대한 캔버스로 변신했다. 사이잉푼(Sai Ying Pun) 지역에 조용히 숨어 있는 아트 레인(ARTLANE)은 아직 여행자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사진 명소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평범했던 골목의 낡은 벽과 계단은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벽화로 채워졌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주고 인파가 적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벽화 탐방을 마쳤다면 사이잉푼 골목 곳곳에 스며든 감각적인 로컬 커피 문화를 만끽할 차례다. 아트 레인 근처에는 훌륭한 바이닐 음악과 커피가 흐르는 재즈 킷사 코다(CODA • Jazz Kissa)와 빈티지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의 카페 루트다운(Rootdown) 등 트렌디한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일상과 예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골목을 거닐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홍콩의 힙한 일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언덕길 끝에 닿은 바다와 짙은 일상
사이잉푼역
화려한 빌딩 숲 이면의 홍콩을 보고 싶다면 사이잉푼역 근처가 제격이다. 이곳에 한국인보다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알려진 포토 스폿이 있다. 사이잉푼역으로 나오면 되고, 구글 지도에서는 웰스 빌딩(Wealth Building)을 검색하면 된다.
이쪽으로 오면 홍콩 특유의 가파른 언덕길이 나타나는데, 빽빽하게 늘어선 낡은 상점들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그 길 끝에 아스라히 걸쳐진 푸른 바다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홍콩의 입체적인 지형이 만들어낸 지극히 로컬스러우면서도 극적인 풍경이다.
언덕길의 낭만을 즐겼다면 사이잉푼 시장(Sai Ying Pun Market)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지역 주민들의 부엌이 돼 주는 다층 구조의 실내 전통 시장으로, 매일 신선한 해산물과 육류, 과일을 파는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하다.
정겨운 대화 소리와 펄떡이는 생명력이 넘치는 시장통을 걷다 보면, 꾸며지지 않은 홍콩 사람들의 삶의 내음을 온전히 들이켤 수 있다. 참, 시장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리는데, 비교적 오전 시간대에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지개 너머의 빈티지 감성
핑섹 에스테이트
초이홍(Choi Hung)역을 빠져나오면 홍콩 특유의 알록달록한 아파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지갯빛 포토 스폿으로 잘 알려진 '초이홍 아파트'가 대표적이지만, 바로 곁에 또 다른 숨은 사진 명소인 '핑섹 에스테이트(Ping Shek Estate)'가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색감의 아파트를 볼 수 있는데, Skh St. John's Primary School 앞에는 온통 주황색으로 칠해진 건물이 있다. 역과 맞닿아 있는 아파트는 연분홍, 연두색 등 빈티지한 색감의 외벽이 있어 훌륭한 배경이 되어준다.
북적이는 초이홍 아파트를 벗어나 조금 더 여유롭게, 감각적이고 이색적인 홍콩의 로컬 아파트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핑섹 에스테이트를 기억하면 좋겠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