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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트렌드] "유가 폭등이 당겼다" 전기차, '에너지 안보 자산'으로 급부상

2026.05.22. 13: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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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오토랜드 광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 EV5. IEA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쥐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 기아 오토랜드 광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 EV5. IEA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쥐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동발(發) 에너지 위기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을 다시 흔들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차(EV)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넘어 ‘에너지 안보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간한 'Global EV Outlook 2026'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 2000만 대를 돌파하면서 신차 4대 중 1대(25%)가 전기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2026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져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약 2300만 대에 달하고 글로벌 신차 판매의 30%에 육박해 '도로 위 신차 3대 중 1대'가 전기차가 되는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전망했다.

순수 전기차의 반격… 하이브리드·EREV 성장세 주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및 시장 점유율 추이(2020~2025년). 2025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00만 대를 돌파하며 신차 판매의 약 25%를 차지했다. 자료: IEA, Global EV Outlook 2026.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및 시장 점유율 추이(2020~2025년). 2025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00만 대를 돌파하며 신차 판매의 약 25%를 차지했다. 자료: IEA, Global EV Outlook 2026.

보고서는 2024년 시장 성장세를 주도했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기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는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2025년 전체 전기차 판매 가운데 BEV 비중은 65%까지 확대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IEA는 배터리 가격의 가파른 하락과 초급속 충전 인프라의 개선, 그리고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확대가 소비자들을 다시 하이브리드에서 순수 전기차로 돌려세운 핵심 원동력이라고 짚었다.

역설적이게도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 가중은 전기차의 연료비 절감 메리트를 극대화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높은 에너지 효율 덕분에 고유가 국면에서 전 세계 소비자의 지갑을 지키는 대안이 된 것이다.

IEA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은 최근 흐름을 반영했을 때 유럽연합(EU) 내 전기차 운전자가 누리는 연간 연료비 절감 혜택(메리트)은 전년 동기 대비 35%나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거리 운행이 필수적인 법인 및 상용차 카프릿(Fleet) 시장일수록 내연기관 대비 경제성 격차는 수 배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기차 보급 확산은 실제 글로벌 석유 감산 효과로 직결되고 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EV 보급으로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석유 소비가 절감됐으며, 오는 2030년에는 하루 500만 배럴 수준까지 석유 대체 효과가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 탄소규제로 '30% 급증'... 주요 시장 보조별 희비

글로벌 전기차 정부 지원 규모 및 지원 방식 변화(2019~2025년).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중심 성장 단계에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자생적 시장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료: IEA, Global EV Outlook 2026. 글로벌 전기차 정부 지원 규모 및 지원 방식 변화(2019~2025년).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중심 성장 단계에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자생적 시장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료: IEA, Global EV Outlook 2026.

지역별 시장 동향은 무역 장벽과 보조금 정책에 따라 극명한 명암을 보였다. 유럽 시장은 강력한 환경 규제가 시장을 견인했다. EU가 자동차 제조사에 강화된 CO2 배출 기준(2021년 대비 15% 감축)을 적용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규제 패널티를 피하고자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대거 쏟아냈다.

그 결과 유럽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420만 대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은 판매량이 50% 급증해 85만 대를 넘어섰고 영국 역시 신차 3대 중 1대가 전기차로 채워졌다.

반면 미국 시장은 정책 후퇴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방 정부의 EV 지원 중단 행정명령과 연방 세액 공제 혜택 종료 여파로 미국의 4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폭락하며 심각한 정체기를 맞이했다. 연간 판매 비중도 10% 수준에 갇혔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신차 판매의 55%를 전기차로 채우며 전동화 가속화를 이어갔다. 다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성격인 '트레이드인(노후차 상생 상계) 프로그램'이 일시 중단되며 성장세 자체는 완만해졌고 내수 과잉 생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주행거리 0km 중고차’ 편법 수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75%, 배터리 셀 생산의 80%를 독점한 중국은 BYD 등을 앞세워 글로벌 EV 판매량의 60%를 휩쓸었다.

IEA는 미국과 유럽이 대중국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과거와 달리 지역별로 쪼개지는 '파편화(Regionalised)'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동남아시아는 신흥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베트남(빈패스트 중심), 태국, 인도네시아가 저렴한 중국산 EV 수입과 파격적인 세제 혜택에 힘입어 판매량이 2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베트남은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40%를 돌파하며 동남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됐다. 

이밖에 대형 상용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2025년 글로벌 트럭 판매 중 전기 트럭 비중은 9%까지 치솟았다. 특히 배터리 가격 하락 덕분에 중국에서는 판매된 트럭 4대 중 1대가 전기 트럭이 차지해 디젤 트럭 수준의 '총 소유 비용(TCO) 경쟁력'을 이미 확보했다.

유럽 역시 오는 2030년을 전후로 디젤 트럭과의 경제성 균형점(Parity)에 도달해 장거리 물류 전동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SDV·AI 혁신'이 바꾼 제조 패러다임… 개발 기간 절반 단축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박민우 사장이 ‘Kia First SDV’를 주제로 SDV 및 자율주행 플랫폼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IEA는 중앙집중형 소프트웨어 구조와 AI 기반 플랫폼 도입으로 차량 개발 효율과 OTA 경쟁력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박민우 사장이 ‘Kia First SDV’를 주제로 SDV 및 자율주행 플랫폼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IEA는 중앙집중형 소프트웨어 구조와 AI 기반 플랫폼 도입으로 차량 개발 효율과 OTA 경쟁력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아)

전기차 시장의 확대는 하드웨어를 넘어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테슬라가 촉발한 무선 업데이트(OTA)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이 레거시 카메이커들의 생존 과제가 됐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AI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을 대거 도입해 과거 4~5년이 걸리던 신차 개발 주기를 18~24개월 수준으로 단축하자, 공포를 느낀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의 합종연횡과 '역(逆) 기술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율주행 영역 역시 미국과 중국의 20개 이상 도시에서 100% 전기차 기반 로보택시가 상업 운영을 전개하며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배터리와 충전 기술 역시 한계치를 깨부수고 있다. 2025년 처음으로 1000V 고전압 배터리 모델이 상용화됐으며 10분 미만 초급속 충전 기술이 전면에 등장했다.

IEA는 전기차 보급 가속화로 인해 2035년 전 세계 EV 전력 수요가 2025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1500TWh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폭발하는 전력 수요 속에서 전력망(Grid) 부하를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차징' 및 차량 전력을 역이용하는 'V2G(Vehicle-to-Grid)' 제도의 정비와 기술 표준 확립이 향후 자동차 및 에너지 업계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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