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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에 밀려 "죽었다" 사망 선고 받았던 '세단' 암흑기 끝내고 부활 조짐

2026.05.26. 13: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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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픽업트럭과 SUV가 차지하고 있는 미국 LA 주택가. 최근 획일적 SUV 대신 세단을 찾는 젊은층이 크게 증가하면서 도로의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오토헤럴드) 대부분 픽업트럭과 SUV가 차지하고 있는 미국 LA 주택가. 최근 획일적 SUV 대신 세단을 찾는 젊은층이 크게 증가하면서 도로의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수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왔던 SUV의 기세가 조금씩 꺾이고 있다. 한때 “세단은 죽었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최근 시장 흐름은 오히려 세단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통계가 나와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아이씨카(iSeeCars)와 미국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픽업트럭과 SUV가 도로를 가득 메운 미국 시장에서는 높아진 차량 가격과 연료비 부담, 획일화된 SUV 디자인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젊은 세대의 취향 변화가 맞물려 다시 세단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어디 가도 똑같은 SUV"… 디자인 피로감이 불러온 반전

Ford Taurus 한 때 북미 시장 최고 인기 세단이었던 '토러스'. 포드는 그러나 2019년 미국 시장에서 토러스를 공식 단종하고 중동 등 일부 시장에서만 같은 이름의 세단을 팔고 있다. 최근에는 토러스의 북미 시장 부활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포드)

미국 시장조사업체 에스칼런트(Escalent)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조사에 따르면 14~19세 미국 청소년의 51%가 미래에 세단을 운전하는 자신을 상상한다고 답했다. SUV를 선택한 비율은 31%, 픽업트럭은 14%에 불과했다.

최근 수년간 픽업트럭과 SUV 수요가 급증하자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은 소형 세단 대부분을 단종시키거나 라인업을 축소했다. 특히 포드는 2018년 북미 시장 전략 개편을 통해 머스탱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통 세단을 단계적으로 단종하겠다고 선언했다. 

GM과 스텔란티스도 쉐보레 임팔라, 크라이슬러 300과 닷지 차저 V8 등 수익성이 낮은 세단을 버리고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SUV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최근에는 미국산 세단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씨카는 세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를 "소비자들이 어디를 가도 비슷한 SUV만 보이는 상황에 지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 했다. 남들과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원했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오히려 SUV의 획일적 디자인을 기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차량 선호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 X세대가 부모 세대의 미니밴 문화에 반발하며 SUV를 선택했던 것처럼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가 타던 SUV 대신 세단을 더 신선하고 개성 있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눈치 빠른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세단 개발 가능성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사실상 SUV와 픽업트럭 중심으로 재편됐던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패밀리카 수요와 높은 시야, 넓은 실내 공간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SUV 판매는 급증했고 세단 판매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국내 시장도 변화… RV 판매 줄고 세단 반등 조짐

현대차 엔트리 세단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올해 1월~4월 누적 4만 7841대 판매를 기록해 투싼에 이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됐다. (오토헤럴드) 현대차 엔트리 세단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올해 1월~4월 누적 4만 7841대 판매를 기록해 투싼에 이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됐다. (오토헤럴드)

이러한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일부 감지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RV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반면 세단 판매는 2.8% 증가했다. 공급 상황 등 다른 이유가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변화가 있을 수 있거나 혹은 시작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단이 다시 주목받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경제성이다. 국산 준중형 기준 SUV와 세단의 가격 차이는 평균 7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벌어진다. 생애 첫 차를 구매하는 젊은 층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격차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로 SUV처럼 크고 넓은 공간이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연료 효율과 보험료, 유지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세단은 경제성과 효율성에서 SUV 이상의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SUV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세단 특유의 낮은 무게 중심과 안정적인 코너링, 도로와 밀착되는 주행 감성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대에 들어 공기저항 효율이 중요해지면서 세단 형태가 다시 경쟁력을 얻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거 세단을 포기했던 업체들조차 최근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드 CEO 짐 팔리는 최근 “4만 달러 이하의 합리적인 세단”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미국 세단 시장 재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텔란티스 역시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새로운 세단형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최근 하이브리드 세단 콘셉트를 공개했고 인피니티는 새로운 Q50S 스포츠 세단 복귀를 준비 중이다. GM의  뷰익도 세단 재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토요타 역시 과거 인기 세단 이름이었던 ‘크레시다(Cressida)’를 다시 상표 등록하며 세단 시장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세단 선호도가 다시 높아지는 분명한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선택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신형 세단이 등장할 경우 새로운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SUV 일변도로 흘러갔던 자동차 시장이 다시 다양성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는 세단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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