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소용돌이, 비로소 여기서 숨을 고른다.
인생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그건 ‘모순’이 아닐까. 돈은 벌고 싶은데 놀고 싶다, 이 한마디로 자세한 설명을 대신한다. 그 마음은 여행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해변의 모래사장은 체로 친 듯 곱길 바라고, 숲은 정원사가 가꾼 듯 정돈됐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벗어나서도 동네처럼 편히 누비고 싶다. 이토록 멀리 떠나와서 고작 원한다는 게 정돈된 자연과 아늑한 여행지라니, 아이러니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 이 여행에서 찾은 내 마음의 교집합은 ‘라구나 푸껫’에 있었다.
자연을 따라 사는
섬마을에서의 하루
‘라구나 푸껫’은 태국 푸껫에 자리한 대규모 호텔·레지던스 단지로, ‘섬 안의 섬’이라 불린다. 인천에서 푸껫까지 직항으로 약 7시간, 그리고 다시 푸껫 공항에서 호텔까지 차로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실제 섬은 아니다. 10여 개의 호수와 방타오 해변(Bangtao Beach)을 따라 호텔이 늘어서 있고, 약 40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단지가 외부와 분리된 듯, 섬 분위기를 자아낸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라구나 푸껫에는 ‘반얀트리 푸껫, 앙사나 라구나 푸껫, 카시아 푸껫’을 비롯해 ‘홈 스위트 라구나, 두싯타니 라구나 푸껫, 사이 푸껫 라구나’ 등 총 6개의 호텔과 레지던스, 빌라가 자리한다. 7,000그루의 열대 꽃과 나무로 이루어진 공원과 숲이 사방에 가득해 걸음마다 자연이 따라오는 기분이다. 마트와 시장, 유치원과 건강진료센터 등 편의시설도 있다. 자연의 평온함과 도시의 편리함이 한 부지 안에 공존하는 셈이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알람 대신 ‘삐요삐요’ 새소리로 시작한다. 바람은 호수 위 잔물결로 모습을 드러내고, 새는 수면 위를 날며 하늘을 가른다.
투숙객은 오전에 라구나 파크에서 조깅을 하고, 낮에는 호텔에서 카약이나 패들보드를 빌려 호수에서 시간을 보낸다. 뙤약볕을 피해 바다로 숨어들기도 한다. 해변 바에서 노을을 보며 칵테일을 홀짝이다 보면 방타오 비치의 하루도 서서히 눈꺼풀을 내린다. 저무는 하루가 아쉬워 바다로 잠기는 해를 손가락으로 끄집어 올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저 자연을 따라, 시간이 가는 대로 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이토록 평화롭다니.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이 알짜 땅을 도대체 어떻게 발견한 것일까?
인간이 파헤친 자연을
다시 천혜의 낙원으로
현재의 라구나 푸껫 부지는 과거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황무지였다. 1984년, 반얀트리 그룹의 창립자인 ‘호권핑(Ho Kwon Ping)’과 그의 아내 ‘클레어 치앙(Claire Chiang)’ 부부는 코발트색 호수와 방타오 해변의 석양에 반해, 약 200만 평방미터의 부지를 헐값에 사들인다. 이 땅의 비밀도 모른 채 말이다.
이 부지는 과거 주석 광산 부지로 사용하다 방치된, 폐광 지역이다. 워낙 오염이 심각해 UN조차 개발 불가 판정을 내린, 죽은 땅이었다. 그러나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환경 전문가를 불러 정밀 조사를 의뢰하고, 직접 나무와 꽃을 하나하나 심기 시작했다. 호수인 줄 알았던 광산 구덩이의 오염수를 모조리 걷어 내고, 맑은 물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호수와 호수를 잇는 인공 운하가 만들어졌고, 오늘날 라구나 푸껫 부지에 들어선 호텔과 호텔 사이를 연결하는 수로가 된 것이다.
1987년, 버려졌던 땅에 다시금 새가 찾아들기 시작했다. 땅에 새의 노래가 머물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땅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로써 아시아 최초의 통합형 목적지 리조트, ‘라구나 푸껫’이 문을 열게 된다. 이후 1994년 반얀트리 푸껫이 이곳에 개장하며 호텔이 하나둘 늘어나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반얀트리 푸껫은 반얀 그룹의 첫 번째 호텔로, 이후 반얀트리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그룹의 핵심 방향으로 삼는 출발점이 된다.
현재 라구나 푸껫의 총 객실 수는 1,400개. 방문객 국적 1, 2위는 러시아와 영국이며, 우리나라는 4위다. 365일 전세계 여행자가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라구나 푸껫은 되찾은 자연을 지키기 위해 지속가능성에 진심을 다한다. 1993년부터 푸껫 해양생물센터와 협력해 온 바다거북 보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고, 에너지 및 물 사용량, 생태계 보호 등 실제 지표로 지속가능성을 검증하는 글로벌 호텔 환경 인증 프로그램인 ‘얼스체크(Earth Check)’에도 등록돼 있다.
호캉스를 넘어선
단캉스
호캉스의 행복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침대 위를 낙엽처럼 나뒹굴고, 문 앞으로 룸서비스를 시키고. 테라스에 앉아 전망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불 속으로 다시 녹아든다. 한 곳의 호텔만으로도 이토록 즐길거리가 넘쳐나는데, 라구나 푸껫에서는 그 세계가 한층 더 넓어진다. 호캉스가 아니라 일명 ‘단캉스’, 말만 들어도 든든한 호텔 단지 바캉스다. 호텔에서 호텔로, 말 그대로 끊김 없는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
앙사나 라구나 푸껫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주라(AZURA)’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두짓타니 라구나 푸껫의 타이 레스토랑, ‘벤자롱(Benjarong)’에서 미식을 즐긴다. 다음 날에는 호텔 단지 내 마트에서 요깃거리를 사 들고 공원에 나가 피크닉을 하거나, 주말 저녁에는 야시장에 가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액티비티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 유일의 ‘PGA골프 아카데미’가 있는 ‘18홀 라구나 골프 푸껫 필드(Laguna Golf Phuket)’를 경험하거나, 앙사나 라구나 푸껫의 푸껫 최장 300m 수영장에서 헤엄치다가, 해 질 무렵에는 반얀트리 푸껫의 ‘라바 비치 클럽(RAVA Beach Club)’에서 노을을 보는 식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 이 모든 넘나듦에 카드나 현금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30개 이상의 레스토랑, 스파, 골프장에서 오로지 방 번호로 결제가 가능하다. 비용은 체크아웃 시 한 번에 정산하면 된다.
그런데 이곳, 무려 400만 평방미터 규모 아니었나. 축구장 약 570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자칫하면 바캉스가 아니라 마라톤이 될 터. 다행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라구나 푸껫 안에는 자정까지 콜택시 역할을 하는 셔틀버스와 셔틀보트가 부지 곳곳을 오간다. 객실에서 0번을 누르고 프런트에 이용 시간과 목적지를 예약하면 5~10분 내로 셔틀버스나 보트가 탑승장에 도착한다. 투숙객이라면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호텔은 집이 되고, 그 주변은 마을이 된다. 처음에는 여행으로 이곳에 왔다가 레지던스를 구입하거나 임대해 정착하는 사람이 유독 많은 이유다.
셔틀버스 운행 매일 06:00~00:00
셔틀보트 운행 매일 09:00~00:00
101가지 맛의 재미
앙사나 라구나 푸껫
아무리 단캉스가 좋다지만, 아무래도 여행까지 포기할 수 없다. 두 가지 다 쟁취할 수 있는 합의점이 필요하다. 이때 눈여겨볼 곳은 ‘앙사나 라구나 푸껫’이다. 라구나 푸껫 중심부, 바다를 마주한 채 두 호수 사이 자리해 ‘섬 안의 섬’이란 별명에 가장 걸맞는 곳이다. 총 377개의 객실 중 호수 위 빌라를 고르면, 물 위에 떠 있는 배 한 척에 오른 기분을 누릴 수도 있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객실이 조용하다. 그러나 객실 문을 열고 나서면 도파민이 불꽃처럼 터진다. 식사부터 말하자면 태국 음식은 기본, 이탈리안·웨스턴·아시안·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총 7곳의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각 레스토랑에서는 여행자의 흥을 돋울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주라’에서는 재즈 공연이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펼쳐지고, 해산물 레스토랑, ‘시푸드 마켓(Seafood Market)’에서는 매주 수·토요일 밤 로브스터, 타이거 새우, 굴 등을 원하는 굽기로 구워 무제한으로 즐기는 ‘무제한 낚시의 밤’이 펼쳐진다.
즐길거리도 넘쳐난다. ‘101가지(101things to do)’액티비티는 문화·어드벤처·웰빙·퀴진 등으로 나뉘며, 이를 소개하는 리플렛만 31페이지에 달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태국 전통과 반얀트리 정수의 교집합을 찾아보자. 반얀트리 스파에서 천연 재료로 허브 흡입기 ‘야돔(Herbal inhaler)’을 만드는 ‘타이 허브 인해일러 워크숍(Thai Herb Inhaler Workshop)’, 현지 어부가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로 반얀트리 셰프에게 요리를 배우는 ‘타이 쿠킹 클래스(Thai Cooking Class)’가 그 시작점으로 제격이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