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과 팬데믹을 거치며 생산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급망 재구축에 나섰던 완성차 업계가 이번에는 관세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서 생산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다시 한 번 공급망 재편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반도체 대란과 팬데믹을 거치며 생산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급망 재구축에 나섰던 완성차 업계가 이번에는 관세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서 생산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 기조는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거점 전략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글로벌 분업 구조 위에 성장해왔다. 부품은 아시아에서 조달하고 차량은 멕시코나 북미에서 생산하며 판매는 전 세계로 확장하는 구조가 오랫동안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해법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이 공식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 기조는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현대차그룹)
특히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생산 거점 역할을 해왔지만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며 기존 비용 구조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생산 거점을 단순히 미국 안으로 옮긴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 생산은 수천 개 부품과 수십 개 협력업체가 긴밀하게 연결된 복합 산업 구조로 움직인다. 최종 조립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공급망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부분도 변수로 작용 중이다. 배터리와 희토류,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이 중국과 아시아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커질수록 생산 전략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 시대보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훨씬 어려워진 셈이다.
자동차 생산은 최종 조립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공급망 재설계가 필요하다(현대차그룹)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지역 생산 비중 확대와 현지 조달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제너럴 모터스, 포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주요 업체들이 북미 생산 확대와 배터리 현지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 역시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 핵심 과제다. 생산 거점 다변화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요구하고 기존 공급망 효율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비자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도 부담이다.
자동차 산업은 오랫동안 글로벌 자유무역 체계의 대표적인 수혜 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경은 다시 생산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경쟁이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무역 정책이 또 다른 결정적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 재편 1라운드였던 팬데믹과 반도체 위기를 지나 이제 2라운드에 진입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 재편 1라운드였던 팬데믹과 반도체 위기를 지나 이제 2라운드에 진입하고 있다. 이번에는 생산 차질이 아니라 관세와 지정학이 공급망 전략을 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결국 자동차 기업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경쟁은 더 효율적인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계 질서 속에서 얼마나 유연한 생산 구조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