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잠드는 게 아니라 더 깨어나는 곳, 푸껫 빠통. 365일 24시간 언제나 전 세계 여행자로 왁자지껄하다. 그런 빠통에도 현지인이 놀고 쉬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있다. 창밖에는 분주한 풍경이 흐르고, 머무는 곳의 공기는 차분하다. 로컬들이 여행자 몰래 쉬었다 가는 공간을 소개한다.
빠통 주민의 기도 공간
수완키리웡 사원
Suwankeereewong Temple
1769년에 창건된 사원으로, '황금산의 사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창건 당시의 원래 이름은 빠통 사원(왓 파똥)으로, 당시 푸껫에서 불교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원은 계곡 가까이 자리하고 있으며,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돈다. 사찰 주변 산비탈을 따라 도로와 주택이 이어지고, 바로 옆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은 바다로 닿는다.
사찰의 총 면적은 10,927㎡로, 본당과 황금탑, 부처님 발자국 모형 등이 있다. 특히 발자국 모형은 수완키리웡 사원에서 가장 신성한 물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방문객들은 발자국 모형 앞에 찾아와 행운을 빌며 숭배한다. 사찰 전체에 퍼져 있는 정교한 조각들 역시 태국 불교 미술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체험케 한다.
장소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 위해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복장을 갖추고 아침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평화로운 분위기는 물론, 승려들이 탁발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더위를 잊을 수 있는
록산느 카페 Roxane Cafe
땀이 뻘뻘 나는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나 음식이 절로 떠오른다. 얼음을 잘게 갈아 들이키면 에어컨보다 더 직접적으로 냉기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여기에 지친 기운을 날려줄 상큼함과 몸 보신에 도움을 줄 영양분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터.
푸껫 빠통 해변 바로 앞 록산느 카페에서는 그 모든 걸 합친 스무디볼을 판매한다. 특히 망고 스무디볼과 믹스베리 스무디볼이 시그니처다. 신선한 생과일과 얼음, 견과류 등을 갈아내 선보이는데, 새콤달콤한 맛과 시원한 온도가 푸껫의 강렬한 햇살과 더위를 싹 씻어낸다.
록산느 카페의 탁 트인 전망도 개운함을 한몫 더한다. 두 면이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는데, 전면에는 빠통 해변이, 옆면에는 빠통 대로변이 보인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빠통 해안가를 한눈에 담고 모두 아우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게는 2022년에 오픈해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어 쾌적한 편이다. 스무디볼 외에도 햄버거와 건강한 음식, 주스를 메인으로 선보인다. 매니저는 노을 전망이 특히나 아름다우니 저녁 시간대 방문을 추천했다. 바로 옆 미나 레스토랑과 동일한 회사에서 운영하는데, 인테리어나 전망이 비슷하다 보니 통일된 분위기 아래 서로 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가게명은 모두 영미권 여자아이의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자 이처럼 지었다고 한다. 해변 바로 앞이라는 위치 덕에 관광객도 많이 찾지만,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수다를 떨고 시간을 보내는 사랑방으로도 널리 이용된다.
26년 전통의 로컬 맛집
카압글루아이 KAABGLUAY
관광객들이 몰리는 중심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로컬 식당이다. 현지 거주 지역에 가깝다 보니 맛과 가격 양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주인장 시린톤(สิรินธร)은 "가게 문을 연 지 26년"이라며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이 다 같이 운영하는 태국 전통 음식점"이라고 소개했다. 가게의 매력으로는 균일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꼽았다.
주인장의 아들이자 셰프인 수위작 깡해는 이 식당에서 나고 자라며 요리의 기반을 다졌으며, 태국의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태국'에 출연한 이력도 있다. 현재는 카압글루아이에 상주하지 않고 올드타운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로이드'에 있지만, 여전히 가족들과 소통하며 품질 관리와 음식 맛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병행 중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깊은 손맛과 촉망받는 젊은 셰프의 감각, 합리적인 가격이 맞물려 푸껫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메뉴는 똠얌꿍·팟타이 등 대중적인 태국 음식부터 태국식 샐러드, 닭고기·소고기·돼지고기 요리, 스낵까지 다양하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인장의 선택에 주목. 태국식 샐러드인 얌 팍꿋(ยำผักกูด)을 에피타이저로 맛보고, 푸껫 스타일 돼지고기 조림인 무홍(หมูฮ้องกาบกล้วย)을 메인으로 선택하면 된다. 얌 팍꿋은 산나물과 해산물, 허브를 매콤새콤하게 무친 샐러드이며, 무홍은 삼겹살 같은 돼지고기에 간장과 향신료를 붓고 푹 졸인 푸껫 전통 스튜다. 우리나라 장조림, 중국의 동파육과 비슷한 개념이다.
가게는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 공간과 바람이 통하는 지붕 아래 테라스 인접 공간, 테라스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어 더위에 따라 자리를 고를 수 있다. 넓은 규모 덕에 평일 낮 시간대에는 빠통 해변 앞 다른 식당들보다 훨씬 한적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TIP.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택시가 금방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칠 때쯤 미리 그랩을 불러두자.
현지인의 생활·작업 공간
카투 찰름 랏쿠마리 도서관
Kathu Chalerm Ratkumaree Public Library
빠통 비치에서 불과 300m 거리에 있는 공공 도서관이다. 2층 규모의 작은 동네 도서관으로,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지역 주민들이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1층에는 독서 공간, 소셜 코너, 대출·반납 카운터, 디지털 센터 등이 있다. 2층에는 왕족의 사진과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방, 기도실, 푸껫의 역사를 담은 푸껫방, 도서실 등이 있어 푸껫의 작은 박물관으로도 기능한다.
1991년에 태국 공주 마하 차크리 시린톤의 36세 생일을 기념해 세워진 도서관이다. 태국 교육부가 공주를 기리고 국민 교육 진흥을 위한 공주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마하 차크리 시린톤 공주는 현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의 여동생으로, 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왕족 중 한 명이다. 평소 지역 아동 교육 개선에 활발히 힘써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도서관은 시린톤 공주의 상징색이자 태국에서 토요일을 나타내는 자주색을 테마로 통일된 정체성을 갖추고 있다. 태국에서는 태어난 요일마다 상징하는 색이 있다.
소셜 코너와 도서관 옆 건물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한 땀 한 땀 만든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자수 가방, 뜨개 가방, 전통 꽃 장식·액세서리부터 태국 전통 혼례에서 신부가 쓰는 모자까지, 실제 주민들이 손으로 직접 원단을 자르고 바느질해 완성한 작품들이다. 푸껫다운 기념품을 찾고 있었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