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맛이 터진다. 치열하게 튀겨 낸 치킨과 돈가스, 화끈하게 볶아 낸 중식으로 배를 채우고,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긴 여운을 느낀다. 대구의 매력은 이 쉼 없이 이어지는 맛있는 길 위에 있다.
대구를 맛보는 색다른 방식에 대하여
지역색이 강하게 투영된 음식, 다른 지역보다 특출한 맛을 뽐내는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면 여행자는 기꺼이 짐을 꾸린다. 대구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목적지다. 대구의 미식 하면 먼저 ‘빨갛고 강렬한 맛’이 떠오른다. 대구식 육개장과 뭉티기, 동인동 찜갈비, 논메기 매운탕, 복어 불고기, 야끼우동 등 대구 10미(味)가 그렇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매콤달콤한 붉은 양념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대구의 미식을 들여다보려 한다. 전국 어디에나 있어서 오히려 저평가됐지만, 알고 보면 대구 미식 생태계의 탄탄한 뿌리를 이루고 있는 4가지 맛. 바로 돈가스, 중식, 치킨, 그리고 디저트다. 이 친숙한 메뉴들이 대구라는 도시를 만나 어떻게 특별해졌는지, 구별로 엮어 낸 4색 미식 로드를 제안한다.
■여행의 핵심, 중구에서 즐기는 돈가스 로드
대구 중구는 동성로, 약령시, 청라언덕, 삼덕동 등 대구 여행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젊은 여행자와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메뉴는 누구나 좋아하는 돈가스다. 그중에서도 중구는 돈가스의 격전지다. 대구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추억의 경양식부터 숯불의 향을 입힌 트렌디한 일본식 돈가스, 한식과 일식을 절묘하게 섞은 퓨전 돈가스까지 스타일도 다채롭다. 주요 관광지를 거닐다가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중구 돈가스 로드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실패 없는 여행 코스다.
▷중구 돈가스 맛집 리스트
몬도카츠, 남산에, 전원돈까스, 오오무, 카츠네지로, 보난자카츠, 고매돈가스, 미림돈까스, 오오무
■노포의 흔적을 따라서, 북구 중식 로드
대구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화교 식당이 유독 많다. 그리고 북구 일대에는 옛날 스타일의 중식을 묵묵히 지켜 온 노포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센 불에서 화끈하게 볶아 낸 볶음짬뽕과 고슬고슬한 볶음밥, 촉촉한 식감과 부드러운 소스의 난자완스가 떠오른다.
여기에 대구 중식만의 색다른 메뉴인 중화비빔밥의 중독적인 맛까지 더해진다. 메뉴 하나하나에 묵직한 내공이 담겨 있는 셈이다. 또한 대구 전체로 넓혀 봐도 도심 곳곳에 자리한 중식당들의 맛은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져 있고, 가격도 놀랍도록 합리적이다. 오래된 골목에 밴 불향과 세월의 정취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북구 중식 로드가 제격이다.
▷북구 중식 맛집 리스트
광명반점, 대동반점, 수봉반점, 경승원, 용해원
■치킨의 성지, 동구·남구 치킨 로드
대구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치킨의 성지다. 한국전쟁 이후 국민에게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 계육 산업이 발달하면서 1970~80년대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스모프치킨 등 걸출한 1세대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땅땅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현재 친숙한 브랜드 역시 대구에서 출발했으며, 1978년 창업한 대구통닭은 간장 치킨의 원조로 꼽힌다. 이 화려한 닭의 역사는 매년 여름을 달구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이라는 지역 문화로 만개했다. 게다가 ‘대구 치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음식관광 브랜드 ‘테이스트 유어 코리아(Taste your Korea)’의 국가대표 음식 콘텐츠 33선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대구 치킨의 매력은 넉넉함과 다양성에 있다. 프라이드, 양념, 간장은 기본이고 닭근위(닭똥집) 튀김과 찜닭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 불야성을 이루는 동구, 오랜 전통의 찜닭과 통닭의 명맥을 잇는 남구를 묶어 바삭하고 푸짐한 치킨 로드를 안내한다.
▷동구·남구 치킨 맛집 리스트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골목(고인돌, 똥집을 잘 아는 남자, 삼아통닭, 더큰본부, 진미통닭), 허대구대구통닭(동대구점), 또이스치킨찜닭
■커피의 도시, 수성구 디저트 로드
매콤하고 바삭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제 달콤함으로 혀를 달랠 차례다. 대구는 서울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먼저 카페 문화가 깊숙이 정착한 도시다. 1937년 천재 화가 이인성이 문을 연 다방 ‘아루쓰’를 시작으로 1946년 녹향, 1947년 백조다방 등이 문을 열며 한국인 주도의 커피 문화가 외연을 확장했다.
이 유산을 바탕으로 토종 프랜차이즈가 대거 탄생했고, 번화가인 동성로만 걸어 봐도 에스프레소는 물론 핸드드립과 융드립을 고집하는 실력파 로컬 카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구커피 & 베이커리축제, 앞산커피축제, 대구커피 & 카페페스타 등 빵과 커피에 담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매년 성황을 이룬다. 수많은 카페 명소 중에서도 여행의 마침표로 가장 추천하는 곳은 수성구다. 수성못을 산책한 뒤, 수성못길에 늘어선 감성적인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정은 주말 나들이에 더없이 좋다.
▷수성구 디저트 맛집
목련양과, 코오롱떡집, 리시트 헤리티지, 커피명가, 소온도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