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텍스 2026에서 기가바이트 부스는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브랜드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NTER INFINITY'를 테마로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게이밍 기어, 케이스, 로컬 AI 플랫폼까지 방대한 라인업을 한자리에 펼쳤다. 40년이라는 시간을 단순한 기념으로 소비하지 않고, 브랜드가 쌓아온 기술력을 하나의 테마로 압축해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전시 곳곳에서 느껴졌다.

눈에 띄었던 것은 제품군의 폭이었다. 극한의 발열 제어를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끌어들인 플래그십 메인보드, 쿨링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그래픽카드 라인업, 나무결 소재로 거실에 어울리는 PC를 만들겠다는 AERO WOOD, 자체 제작 캐릭터 ARI를 내세운 에디션 제품까지. 성능과 감성, AI를 동시에 다루면서도 각각의 방향이 뚜렷했다. 기가바이트가 이번 컴퓨텍스에서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인피니티는 단지 라인업 이름이 아니라 브랜드가 나아가는 방향 그 자체였다.
40주년 기념 플래그십
AORUS INFINITY 메인보드 시리즈

이번 컴퓨텍스에서 메인보드 분야의 중심은 두 가지 방향이었다. 40주년 플래그십인 X870E AORUS INFINITY NEXT와, 후면 커넥터 설계를 확대한 STEALTH 라인업이다.

X870E AORUS INFINITY NEXT는 3D 프린팅 기술을 메인보드 설계에 처음 도입한 플래그십 제품이다. 'AI Gyroid M.2 방열판'은 항공우주 등급 소재로 3D 프린팅으로만 구현 가능한 구조를 채택해 기존 대비 최대 44% 넓은 냉각 표면적을 확보했다. 전원부는 64페이즈에 Quad OptiMOS 기술을 적용해 최대 5,120A의 전류 공급이 가능하다.

STEALTH 라인업은 모든 커넥터를 PCB 후면으로 배치해 케이블이 전혀 보이지 않는 클린 빌드를 구현하는 제품군이다. 기가바이트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후면 커넥터 방식을 이번에 더 넓은 폼팩터로 확장했다. ATX 폼팩터의 X870 AORUS STEALTH (ICE)와 B850 AORUS STEALTH (ICE)는 각각 X870, B850 칩셋 기반으로 AMD 소켓 AM5를 지원하며 DDR5 최대 8,200 MT/s 오버클럭과 PCIe 5.0 M.2 슬롯을 갖췄다. 여기에 mATX 폼팩터인 B850M AORUS STEALTH ICE까지 추가되며 라인업이 세 종으로 확장됐다.
만화경 형태의 쿨링 설계
AORUS RTX 50 INFINITY 그래픽카드 시리즈

이번 컴퓨텍스에서 기가바이트는 AORUS RTX 50 INFINITY 라인업을 RTX 5090에서 RTX 5080, RTX 5070 Ti, RTX 5070까지 네 모델로 확장했다. RTX 5090 INFINITY는 올해 초 CES 2026에서 먼저 공개됐으며, 이번 행사에서 나머지 세 모델이 추가돼 인피니티 시리즈 라인업이 완성됐다.
네 모델 모두 WINDFORCE HYPERBURST 쿨링 시스템을 공통으로 탑재한다. 두 개의 대형 팬과 중앙의 오버드라이브 팬으로 구성된 3팬 레이아웃이 핵심이며, 중앙 팬은 고부하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해 PCB 방향으로 직접 냉각 기류를 쏘는 구조다. Double Flow Through 설계는 방열판 양면으로 기류가 관통하는 방식으로, 기존 백플레이트 대비 최대 58% 향상된 발열 해소 성능을 발휘한다. Hawk 팬은 기존 팬 대비 53.6% 높은 풍압과 12.5% 높은 풍량을 확보한다.

인피니티 라인업 전 모델은 전원 커넥터가 카드 후면으로 이동한 스텔스 설계를 채택한다. 케이블이 메인보드 트레이 뒤로 연결되는 구조라 전면부 케이블 노출이 없는 깔끔한 빌드 구성이 가능하다. RTX 5090 INFINITY는 길이 33cm, 높이 14.5cm의 컴팩트한 폼팩터로 설계됐으며,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순백의 클린 빌드를 원한다면 AORUS RTX 5090 STEALTH ICE 32G가 그 답이다. 전원 커넥터를 카드 후면으로 완전히 숨긴 구조에 ICE 화이트 컬러웨이를 적용해, X870·B850 STEALTH ICE 메인보드와 시각적으로 통일된 빌드 구성이 가능하다. RTX 5090 기반에 32GB GDDR7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WINDFORCE 쿨링 시스템에 Hawk 팬과 초전도 히트파이프, 베이퍼 챔버를 결합했다. 부스트 클럭은 2,655MHz로 레퍼런스 대비 상향됐으며, 측면 LCD Edge View 디스플레이도 갖췄다. C500 PANORAMIC STEALTH ICE 케이스와 조합하면 케이블이 완전히 숨겨진 풀 화이트 빌드를 완성할 수 있다.
따뜻함을 설계하다
AERO WOOD 라인업

기가바이트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AERO WOOD'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업체 관계자는 성능과 감성적 만족감을 동시에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웨어로서 PC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겠다는 방향을 직접 설명했다. 나무 질감을 PC 부품에 적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 수 있지만, 현장에서 실물을 보면 단순한 컨셉 이상임을 알 수 있었다.

메인보드 라인업은 두 가지 색조로 나뉜다. X870E AERO X3D WOOD는 밝은 베이지 계열의 나무결 마감에 M.2 방열판 가죽 풀탭을 더한 모델로, 올해 초 이미 출시됐다. 컴퓨텍스 직전인 지난 4월에는 짙은 나무결 마감과 다크 메탈 톤을 결합한 X870E AERO X3D DARK WOOD가 추가됐다. 가죽 풀탭은 두 모델 모두 적용됐다. 나무결 마감은 실제 목재가 아닌 PVC 소재로 목재 질감을 재현한 방식임을 확인했다. 기능 스펙은 두 모델이 동일하다.

이번 컴퓨텍스에서 기가바이트는 AERO WOOD 컨셉을 그래픽카드로 확장했다. AORUS GeForce RTX 5080 INFINITY WOOD 16G는 흰색 슈라우드에 나무결 포인트를 더한 외관으로, X870E AERO X3D WOOD 메인보드와 시각적으로 어울리는 조합을 의도한 제품이다. RTX 5080 기반에 16GB GDDR7 메모리를 탑재하며, WINDFORCE HYPERBURST 쿨링 시스템과 오버드라이브 팬을 갖춘다. 부스트 클럭은 2,805MHz로, 레퍼런스 클럭 2,617MHz 대비 상향된 수치다. 스텔스 시리즈와의 호환성도 지원해 후면 커넥터 빌드에도 적용 가능하다.

AERO WOOD 라인업은 메인보드 두 종에 이어 그래픽카드까지 컨셉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 방향에 대한 기가바이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RGB 조명과 공격적인 형태로 대표되는 기존 게이밍 하드웨어의 문법과는 다른 신선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기가바이트 차세대 캐릭터
AORUS ARI 에디션

이번 컴퓨텍스 기가바이트 부스에서 적지 않은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은 것 중 하나는 AORUS ARI 에디션 제품군이었다. ARI는 기가바이트가 직접 만든 오리지널 캐릭터로, AORUS 브랜드의 수호 천사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이 캐릭터를 PC 부품 디자인에 접목한 것이 AORUS ARI 라인업이다.

이번 컴퓨텍스에서 공개된 신제품은 B850 AORUS ELITE-P ICE다. 기존에 출시된 m-ATX 폼팩터의 B850M AORUS ARI 모델의 호응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풀사이즈 ATX 폼팩터로 라인업을 확장한 세 번째 ARI 에디션 제품이다.
외관은 ARI 캐릭터 일러스트가 칩셋 방열판 위에 크게 들어갔으며, PCB 곳곳에 고양이 발바닥 모양이 포인트로 새겨져 있다. VRM 위쪽에는 소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ARI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며 색상 커스터마이즈도 가능하다.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메인보드와 함께 부스에서 전시된 그래픽카드 중에는 AORUS GeForce RTX 5080 MASTER ICE 16G도 있었다. 흰색 기반의 ICE 컬러웨이에 WINDFORCE 쿨링 시스템과 측면 LCD Edge View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부스트 클럭은 2,805MHz로 레퍼런스 대비 상향 설정됐다. ARI 에디션 메인보드와 색상 컨셉이 맞아떨어져 화이트 빌드 조합으로 함께 눈길을 끌었다.

구매 시에는 ARI 캐릭터 인형이 담긴 블라인드 박스가 동봉된다. 총 5종 중 어떤 인형이 들어있는지 개봉 전까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제품 언박싱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컴퓨텍스 이후 시장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ACG 문화와 PC 하드웨어의 접점이 넓어지는 최근 흐름 속에서, 외부 IP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캐릭터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기가바이트 ARI 에디션의 특징이다.
인피니티 라인업의 완성
케이스부터 게이밍 기어까지

인피니티 라인업은 케이스와 게이밍 기어까지 이어진다. AORUS C510 GLASS INFINITY는 측면에 16인치 내장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케이스로, 별도 모니터 없이도 시스템 정보 대시보드 구성이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트랜스포머 방식의 레이아웃 변형 옵션도 지원해 설치 유연성을 더했다.

게이밍 기어도 같은 라인업으로 묶인다. AORUS K10 INFINITY 키보드는 8,000Hz 폴링레이트와 0.1mm 정밀 작동 포인트를 갖춘 고성능 기계식 키보드로, 전술 자석 스위치와 3.1인치 풀컬러 OLED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별도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웹 기반으로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AORUS M10 INFINITY 마우스는 광학 스위치, 피부 친화적 코팅 처리,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베이스를 적용해 하드코어 게이머를 겨냥했다. K10과 M10 모두 블랙, 화이트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내 책상 위의 AI
기가바이트 AI TOP 생태계

AI를 둘러싼 흐름이 바뀌고 있다. 클라우드 서버에 연결해 AI를 쓰던 방식에서, 로컬 기기에서 직접 모델을 구동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지연 없는 응답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클라우드 비용 절감이 맞물린 결과다. 기가바이트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그 흐름에 맞춘 하드웨어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가바이트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Create Your Own AI on Your Own Desk'라는 슬로건 아래 AI TOP 생태계 전반을 전시했다. 단일 제품이 아닌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PSU까지 AI 워크로드에 맞춰 검증된 하드웨어 생태계 전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AI TOP ATOM은 그중 가장 컴팩트한 제품이다. 작은 본체에 NVIDIA GB10 Grace Blackwell 슈퍼칩을 탑재해 최대 1 페타플롭의 FP4 연산 성능을 낸다. 128GB 통합 메모리를 통해 최대 200B 파라미터 모델까지 클라우드 없이 로컬에서 구동할 수 있으며, 240W 외부 어댑터로 구동하는 저전력 설계가 특징이다.

현장에서는 CLAW 기기를 통해 AI TOP ATOM 기반의 로컬 AI 추론 시연이 진행됐으며, 인터넷 연결 없이 LLM이 실시간으로 응답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외장 GPU 형태인 AORUS RTX 5090 AI BOX는 노트북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다. Thunderbolt 5로 연결해 RTX 5090의 데스크톱급 성능을 노트북에서 그대로 끌어다 쓸 수 있다. 32GB GDDR7 메모리와 3,000 AI TOPS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갖추며, WATERFORCE 수냉 쿨링 시스템을 내장해 발열을 제어한다. PD 3.0 기반 최대 100W 노트북 충전도 지원한다.

AI TOP 생태계의 전원 공급을 전담하는 AORUS P1600W는 80 PLUS 타이타늄 등급의 완전 모듈러 PSU다. PCIe 5.1 규격을 지원하며, 12V-2x6 커넥터 2개(네이티브)와 8→16핀 변환 어댑터 2개를 포함해 최대 4개의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동시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4인치 풀컬러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전력 부하, 온도, 팬 속도 등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를 본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소개한 제품들 외에도 기가바이트 부스에는 게이밍 노트북,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AI 노트북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부스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나면 기가바이트가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를 넘어 PC를 둘러싼 거의 모든 카테고리를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된다.

40주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만큼, 이번 컴퓨텍스에서 기가바이트가 꺼내든 방향은 단순한 신제품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성능, 감성, AI라는 각기 다른 맥락이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동시에 전개됐다. 그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ENTER INFINITY라는 테마는 슬로건이 아니라 앞으로 기가바이트가 나아갈 방향 그 자체로 읽혔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신의진 rightrue@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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