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이 부지런할수록 토론토의 여름은 깊어진다.
모두가 집 밖으로 나오는 계절
바야흐로 여름. 토론토에서 여름이 어떤 계절이냐, 나의 룸메이트가 한마디로 요약했다. ‘강아지까지 모두 집 밖으로 나오는 계절’. 겨울철 황량하던 토론토 길거리는 여름이 다가올수록 북적거린다. 겨울이 워낙 길고 추위가 혹독한 탓에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름은 참 소중하다. 그 덕에 주요 축제나 행사도 이 시기에 집중돼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매일 놀거리가 있을 정도. 토론토에서 맞이한 첫 여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토론토 전역을 쏘다니는 내 모습을 본 한 친구가 말했다.
“토론토 시장보다 니가 더 바빠 보여.”
꼭 굵직한 행사가 아니더라도 기분 좋아지는 자잘한 이벤트도 많다. 그중 하나가 롤러스케이트 무료 대여다. 토론토 곳곳에서 라이브 음악 공연 혹은 디제잉과 함께 하는 ‘임시 롤러장’이 이벤트성으로 열리기도 한다. 롤러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 본 적 없었지만, 일반 스케이트와 같겠거니 혼자 질주를 시작했다. 타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다만 문제는 내가 멈출 줄 모른다는 점이었고. 혼자 땡볕에서 공원 열 바퀴를 넘게 돌다 결국 속도를 최대한 낮춰 꼬리뼈를 희생하고 나서야 우당탕탕 멈출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Are you ok?’ 소리가 어찌나 부끄럽던지. 뒤늦게 알게 됐지만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도우미도 있다는 사실.
자연을 그대로 즐기는 것 또한 토론토 사람들의 여름나기 방식이다. 트릴리움 공원에서 온타리오 호수와 CN타워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보며 광합성을 즐기던 중이었다. 어떤 남자가 다가와 내 앞에 자전거를 세우더니 여기에 얼마나 더 있을 거냐고 물었다. 한껏 경계한 채로 30분 정도 더 있을 거라 답했더니, 그럼 그때까지만 본인 짐을 맡아 달란다. ‘갑자기 왜?’라는 의문은 순식간에 웃옷을 벗고 풍덩 호수로 뛰어드는 뒷모습과 함께 사라졌다. 자전거를 타다가도 언제든지 물살을 가를 수 있는, 토론토의 여름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Editor’s Pick
김연아 선수의 휴가지, 토버모리
토론토에서 차로 4시간 달리면 작고 평화로운 항구마을이 나온다. 2010년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을 마치고 후배들과 짧게 여행한 곳으로 알려진 ‘토버모리(Tobermory)’다. 휴런 호(Lake Huron)와 조지안 베이(Georgian Bay)가 만나는 곳으로, 수심이 깊고 물이 맑아 투명한 바닥의 유람선을 타고 깊이 가라앉은 난파선을 관찰할 수 있다. 난파선을 뒤로하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꽃병을 닮은 독특한 바위 기둥을 품은 ‘꽃병섬’이 나온다. 근처에 캠핑장이 많아 1박 혹은 2박 캠핑을 하면서 휴가를 보내도 좋고, 뚜벅이라면 약 100불 정도에 당일치기 여행상품도 이용할 수 있다.
■토론토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 4
지난 편에서 소개한 야외 무료 영화 상영회, 써머리셔스 말고도 여름철 토론토에는 즐길거리가 많다. 특히 지자체와 기업, 그리고 개인 기부자들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무료 축제도 다양하다. 워홀러들의 여름을 알차게 채워 줄 네 가지 방법을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Entertainment
Canadian National Exhibition
토론토 최대 규모의 여름 축제, CNE
1840년대 캐나다 전역의 상인들이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던 박람회에서 유래됐다. 1912년 지금의 CNE로 명칭을 바꾼 후, 각종 이벤트와 쇼, 놀이기구, 콘서트, 게임, 먹거리 등 다양한 액티비티와 볼거리가 넘치는 토론토 최대 규모 여름 축제로 성장했다. 캐나다 공군의 화려한 비행을 볼 수 있는 에어쇼는 물론 피겨스케이팅 공연 등도 함께 열린다. 온라인 사전 구매시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기간: 2026년 8월21일~9월7일
Wonderland
캐나다 최대 규모 놀이동산, 원더랜드
우리나라의 놀이동산이 아기자기한 놀이기구 위주라면, 원더랜드는 크기부터 무시무시한 롤러코스터들이 압권. 한국과 달리 겨울시즌(윈터페스트가 끝나는 1월 초부터 5월 초까지)에는 문을 닫으며, 피크 시즌인 여름철에만 모든 놀이기구가 정상 운영된다. 한 해 동안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골드 패스(인당 89캐나다달러)를 사면 워터파크, 할로윈헌트, 윈터페스트 등도 모두 체험할 수 있어 놀이동산을 좋아한다면 꼭 추천!.
Music
Toronto’s International Jazz Festival
음악이 흐르는 계절, 토론토 재즈 페스티벌
1987년 시작된 토론토 최대 재즈 축제다. 매년 도심 곳곳에서 총 1,500명의 뮤지션들이 10일간 공연을 펼치며, 관객도 50만명에 달한다고. 야외 공연의 경우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 없어 흥겨움을 더할 맥주 한 잔만 있으면 된다. 다만, 유명 헤드라이너의 실내 공연의 경우 유료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다 같이 살사 댄스를 배우고 추는 살사 페스티벌(Salsa on St. Clair, 7월 11~12일)도 즐겁다.
기간: 2026년 6월19~28일
Summer Music in the Garden
라이브 공연, 여름 음악 정원
토론토 다운타운 하버프론트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음악 공연이다. 캐나다 전역 혹은 지역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야외 무료 공연이 올해 20회 펼쳐진다. 클래식, 아프리카 음악, 쿠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토론토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카사로마(Casa Loma) 성에서도 여름 시즌(6월8일~9월7일) 오케스트라 공연을 유료(55캐나다달러)로 진행하니 고성과 음악이 함께하는 낭만을 누려도 좋다.
기간: 2026년 6월21일~8월27일(매주 목·일요일)
Sports
Toronto Blue Jays
캐나다 유일의 메이저리그 팀, 토론토 블루제이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캐나다에 연고를 둔 유일한 팀이다. 홈 구장인 로저스 센터는 개폐식 지붕이 있어서 날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관람 가능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 소속으로, 인터리그라는 제도를 통해 서로 다른 리그 팀과도 가끔 경기를 한다. 지난해에는 이정후 선수가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토론토에 방문해 많은 한국인들이 함께 응원했다.
기간: 2026년 3월25일부터
Ontario Honda Dealers Indy Toronto
짜릿한 속도감, 온타리오 인디카 경주
매년 여름 토론토에서 열리는 모터스포츠 축제. 작년까지는 토론토 다운타운 액시비션 플레이스 주변 도로를 폐쇄해 임시 서킷을 만들어 경기했지만, 올해는 토론토 시내 북쪽의 마캄에 위치한 특설 서킷에서 개최된다. F1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기술력보다는 드라이버의 실력 경쟁이 승패를 좌우한다. 직선 구간 기준 최고 시속 300km/h로 짜릿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기간: 2026년 8월14~16일
Festival
Pride Parade
프라이드 먼스, 프라이드 퍼레이드
캐나다는 2005년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정도로, 성소수자 인권 및 다양성 존중과 관련해 가장 진보적인 국가 중 하나다. 매년 6월이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로,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열리며 프라이드 주간에는 메인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기간: 2026년 6월25~28일
Toronto Rib & Beer Festival
맛있는 축제, 토론토 립 & 맥주 페스티벌
온타리오주 곳곳에서 열리는 미식 축제다. 바비큐 립은 물론 라이브 음악, 가족이 함께하는 게임이나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 우드바인 비치에서 열리는 행사의 경우 6월19~21일에 개최된다. 가격대는 립, 소세지 등 종류에 따라 다양한데 고기 기준 50캐나다달러 정도면 여자 셋이서 나눠 먹기에 좋다.
각국의 다양한 문화 축제
여름철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줄길 수 있는 축제가 개최된다. 캐리비안 축제(7월30일~8월3일)의 경우, 대규모 거리 축제 중 하나로 올해 8월1일에 그랜드 퍼레이드가 열린다. 유료 관람 티켓을 따로 팔지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구역에서도 현장의 열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노스욕 지역에서는 매년 한국 문화 축제도 열리는데, 치맥이나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은 물론 태권도, K-pop 댄스 등의 공연이 어우러진다.
Editor’s Pick
토론토 소식 어디서 찾아볼까?
이외에도 다양한 토론토의 소식은 주로 인스타그램(@todotoront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매일 업로드되는 축제나 즐길거리뿐만 아니라 맛집이나 새로 오픈한 가게도 추천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인스타 계정이 존재한다. 토론토시 공식 홈페이지 축제 소개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은지 여행작가
살아 보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이 너무 좋아 무작정 떠난 전직 여행기자. 이젠 여행기자에서 ‘기’ 한 글자 빼고 여행자로서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