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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26] 가장 개인적인 범용 AI의 탄생

2026.06.09. 18: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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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까지만 해도 애플을 향한 시선은 별로 곱지 못했다. 애플은 2년 전, WWDC 2024에서 화려한 영상으로 새 시리(Siri)를 약속했지만 그 시리를 우리는 여전히 만나지 못했다. 애플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베이퍼웨어를 우선 선보이고, 2025년 3월 해당 기능들의 출시가 늦어진다고 인정한 바 있다. 아이폰 15 프로 사용자는 이 약속을 믿고 기기를 구매했다가 사기를 당한 셈이 됐다. 애플은 이때 유튜브 운영 최초로 WWDC 24 키노트 영상 댓글 기능을 금지했다. 항상 찬사를 들어왔던 애플로서는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2026년 영상에도 여전히 댓글은 달 수 없다.

6월 8일(현지 시각) WWDC 2026 키노트가 끝났을 때의 공기는 사뭇 달라졌다. 애플은 적어도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은 애플을 믿은 게 아니다. 그 뒤에서 구동되는 검증된 구글을 믿었다.

미뤄둔 기능들이 실제로 무대에 올랐고, 기존에 없던 기능들도 추가되었다. 예고와 현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번 키노트는 과시보다 확인에 가까웠다. 다소 들떠 보이던 발표 담당자들도 이번만큼은 차분하게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돌아온 새 시리

새 시리는 독립 앱으로 분리돼 지난 대화를 다시 열고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비전 프로에서 이어갈 수 있다.
새 시리는 독립 앱으로 분리돼 지난 대화를 다시 열고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비전 프로에서 이어갈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애플)

시리는 유출된 바와 같이 독립 앱+다이내믹 아일랜드 내 실행의 형태로 돌아왔다.

새 시리는 알람 설정 전용 도구가 아니다. 다른 AI들처럼 독립 앱처럼 따로 열리고, 기존 대화를 다시 불러오거나 새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iCloud를 통해 비공개로 동기화되기 때문에 아이폰에서 시작한 대화를 아이패드와 맥에서 이어갈 수 있고, 애플워치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 비전 프로에서는 3D 물방울 모양으로 시각화돼 어디서든 놓고 실행할 수 있다.

실행 방식은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다이내믹 아일랜드에서 시리가 켜지고, 그 안에서 질문하기와 검색하기로 갈라진다. 여기서 아이폰 내의 콘텐츠를 찾거나, 세계 지식을 검색 가능하다. 세계 지식은 알려진 대로 제미나이의 연산 능력이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트(PCC)에서 담당한다.

개인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앱 인텐트)도 이제 제대로 실행된다. “지난 주말 샤스타에서 찍은 사진 보여줘”, “제프의 새 집 주소 어디지?” 같은 문장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프와 나눈 메시지나 메일을 뒤져 장소를 파악하고, 경로 안내까지 제시하는 등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공유 앨범에서 가족 사진도 찾아준다. 앱, 문서, 메시지, 캘린더를 가로지르는 이해가 이제 실제로 구동된다.


가장 개인적인 AI

“지난 주말 샤스타에서 찍은 사진 보여줘” — 개인 맥락을 이해해 사진을 검색하는 시리.
“지난 주말 샤스타에서 찍은 사진 보여줘” — 개인 맥락을 이해해 사진을 검색하는 시리. (이미지 출처: 애플)
여행 일정 추천처럼 앱을 가로지르는 작업도 시리가 수행한다.
여행 일정 추천처럼 앱을 가로지르는 작업도 시리가 수행한다. (이미지 출처: 애플)

음성인식을 통해 여러 동작을 연결지어 수행하는 것은 새 아이폰의 슈퍼파워다(물론 2024년에도 동일하게 발표했다). 시연에서도 챗GPT∙클로드 등의 AI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작동됐다. 물론 제미나이와는 다르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믿을 수 없을만큼 빠르다.

이렇게 앱을 오가며 수행하는 기능은 앱 인텐트(App Intents)위에서 구동된다. 시리는 이제 앱 안의 정보를 읽고, 그 기능을 실제로 불러낸다. 서드파티에는 App Intents API를 제공하며, 이 API를 잘 설계할 수록 시리가 더 깊숙이 앱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사용자에게 유용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챗GPT나 클로드도 장기 기억 메모리를 강점으로 갖고 있지만, 사람들의 삶 가장 깊숙이 들어간 것이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다른 AI가 할 수 없는 차원의 개인적인 일들을 수행할 수 있다.

단축어(Shortcuts)도 달라졌다. 단축어는 앱 동작(App Actions) 기반으로 작동한다. 앱 동작은 사용자가 음성으로 요청하면 아이폰이 필요한 앱을 찾아서 실행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이 단축어와 만나 자연어 설명으로 단축어를 가능하게 한다. 원래는 트리거와 모듈을 설정하는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단축어 설명은 하고 싶은 일을 말로 설명하면 자동화 연결을 직접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퇴근할 때 남편에게 집에 가는 중이라고 메시지 보내줘”라고 하면, 직장을 벗어날 때 위치를 인식해 메시지를 보내고, 도착 예상 시간까지 함께 전송하는 식이다.

더 긴 흐름의 작업도 가능하다. 시연자는 “브라질 대 모로코 월드컵 경기 파티를 열자. 각국 대표 음식을 알려줘”라고 명령했고, 시리는 대표 음식의 설명과 사진을 제공했다. 여기에 “지난 주 친구가 보내준 디저트 뭐였지? 그거까지 포함해서 파티 음식 장만하자” 같은 긴 맥락의 명령을 내렸고, 시리는 이 명령에 응대해 시연자가 지정한 단체 메시지방에 메시지까지 보냈다.

견적서 비교도 쉬워졌다. 형식이 제각각인 견적서를 건네고 시리에게 물어 비교를 맡길 수 있고, 계약 업체 이름과 메일 주소까지 들어간 정중한 이메일 초안까지 작성했다.


카메라가 질문창이 되는 순간

쌀국수를 비추면 영양 정보를 띄우는 카메라 속 시리 모드(비주얼 인텔리전스).
쌀국수를 비추면 영양 정보를 띄우는 카메라 속 시리 모드(비주얼 인텔리전스). (이미지 출처: 애플)
셔터 버튼으로 눈앞의 사물을 향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셔터 버튼으로 눈앞의 사물을 향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애플)

비주얼 인텔리전스는 카메라의 성격을 기록하는 장치에서 묻는 장치로 바꾸었다. 물론 구글은 10년 전부터 선보이던 기능이다.

셔터 버튼으로 눈앞의 사물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시리 앱에 저장한다. 쌀국수를 비추면 영양 정보를, 영수증을 비추면 각자 낼 몫을 계산해 애플 지갑에서 송금 요청을 보낼 수 있다.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맥에서는 서클 투 서치와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화면 일부만 선택해 “이거 글루텐 프리야?”라고 물을 수 있고, 일정을 보다가 바로 캘린더에 등록할 수도 있다.

비전OS에서는 보고 있는 웹사이트의 상품을 두고 “이 부츠가 저 가방에 들어갈까?”같은 질문도 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은 애플 글래스 출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나 비전 프로보다 안경에 적용됐을 때 훨씬 흐름이 자연스러운 기능이다.


예상에서 비켜난 것들

모든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다. 가장 크게 빗나간 부분은 사용자가 AI 모델을 직접 고르는 장면이었다. 시리가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를 엔진으로 쓰되 사용자가 그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실제와 달랐다. 새 시리의 두뇌는 여전히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이고,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가 질의의 난도와 필요한 개인정보 양에 따라 기기 내부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CC)를 오가며 처리한다. 사용자가 메뉴에서 AI를 골라 끼우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AI 선택 기능은 이곳이 아닌 Xcode의 에이전틱 코딩에서 각사의 코딩 에이전트(제미나이, 코덱스, 클로드) 선택이 가능하다는 장면에서 나왔다.

물론 모델 선택을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Core AI 프레임워크를 통해 애플의 로컬 모델 외에 다른 로컬 모델도 쓸 수 있게 열어두었다. 이를 통해 앱 개발 시 로컬 모델을 적극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코어 AI 프레임워크를 통해 개인 정보 보호를 담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개발자에게 열린 문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는 PCC에서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는 PCC에서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미지 출처: 애플)
사파리 notify me — 특정 페이지의 변화를 지켜보다 알려준다.
사파리 notify me — 특정 페이지의 변화를 지켜보다 알려준다. (이미지 출처: 애플)

Core ML은 이제 Core AI로 이름을 바꿨다. 머신러닝이 아니라 AI가 기본 언어가 된 시대를 반영한 결과다. 더 반가운 것은 온디바이스 모델의 개방이다. 애플은 그동안 닫아 두었던 로컬 모델의 문을 외부 모델까지 넓혔다.

Xcode 역시 훨씬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에이전틱 코딩이 가능해졌고, 클로드·코덱스(Codex)·제미나이를 활용할 수 있다. 커스텀 스킬을 설치해 피그마(Figma)와 깃허브(GitHub)를 연결할 수도 있다. 커스텀 스킬이 가능하다는 건 맥용 개발도 에이전트화 혹은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애플 역사상 이렇게 개방적인 건 처음 본다. 애플이 2년동안 죽을 쑤더니 문호를 대개방하기 시작했다.

이외 개발자가 자연어로 설명하면 앱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도 가능해졌으며, 시뮬레이터와 실제 기기를 묶는 디바이스 허브도 제공힌다. 이제 개발 도구는 코드를 쓰는 곳을 넘어, 코드를 맡기고 확인하는 곳에 가까워졌다.


뜻밖의 선물

자녀 계정을 만들면 나이에 맞는 보호가 시스템 전반에 적용된다.
자녀 계정을 만들면 나이에 맞는 보호가 시스템 전반에 적용된다. (이미지 출처: 애플)
Ask to Browse — 새 웹사이트를 보려면 부모의 허락이 필요하다.
Ask to Browse — 새 웹사이트를 보려면 부모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애플)
커뮤니케이션 안전이 민감한 이미지를 보기 전에 가린다.
커뮤니케이션 안전이 민감한 이미지를 보기 전에 가린다. (이미지 출처: 애플)
Time Allowance로 엔터테인먼트·게임·소셜미디어 카테고리별 사용 시간을 정한다.
Time Allowance로 엔터테인먼트·게임·소셜미디어 카테고리별 사용 시간을 정한다. (이미지 출처: 애플)

무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장면 중 하나는 기존 키노트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자녀 보호 기능이었다.

우선 자녀 계정의 통제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녀 계정을 만들면 나이에 맞는 기능만 열리고 성인 콘텐츠는 자동으로 차단된다. 기존 계정도 자녀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고, 위치 파악과 연락, 앱 사용 범위는 부모가 정할 수 있다. 웹 접근까지 부모 승인 영역에 들어와 새 사이트를 보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조부모 지원도 추후 예고됐다. 또한, 어떤 웹과 앱을 활용하는지 부모가 전부 확인할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좋은 건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더 힘들고 복잡해진 건 아닐까.

민감한 영역도 사전 차단한다. 예를 들어 신체 노출이 담긴 이미지는 커뮤니케이션 안전 기능이 보기 전에 차단한다. 스크린 타임에는 Time Allowance가 들어와 시간 한도를 정할 수 있고, 자녀의 연령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다. 이는 애플이 임의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소아과 학회와 협업해 적정 시간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이 시간은 부모가 개인화해 설정할 수 있다.

AI의 대거 도입 외에도 사용성 개선 역시 주목해야 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 실행 속도는 최대 30% 빨라졌고, 새로 찍은 사진이 보관함에 뜨는 속도는 70%, 에어드랍(AirDrop)은 80% 빨라졌다. CPU 스케줄러는 이전엔 최신 모델 전용이던 기능이었지만 이번에는 아이폰 11까지 제공한다. 셀룰러와 와이파이 전환은 더 매끄러워졌고, 사진 검색은 앱 인텐트에 따라 색인을 새로한다. 즉, 앱 인텐트를 통한 색인을 사전에 충분히 함으로써 구동 속도를 높이는 식이다. 물론 새 OS를 설치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여러분의 아이폰은 색인을 해내느라 아주 오랜 시간 느리게 움직일 것이다.

온디바이스와 PCC를 오가는 AI는 조금 더 업무 생산성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Write with Siri는 필요한 내용을 설명하면 글을 써 주는 기능인데, 평소 친구와 했던 메시지의 말투를 읽어 친구에게는 친근하게, 상사에게는 정중하게 답한다. 이렇게 잘 할 수 있는데 애플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사파리(Safari)는 무한정 늘어난 탭을 주제별 프로필로 정리하고, 티켓 예매 등 특정 사이트를 지켜보다 알려 주는 notify me 기능을 탑재했다.

크롬 대비 사파리의 단점인 확장성도 일부 개선됐는데, 자연어로 말하면 페이지 콘텐츠를 바꾸는 확장 기능도 즉석에서 만들 수 있다. 확장 프로그램을 시리에서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비밀번호는 한 번의 탭으로 더 강하게 바꿀 수 있고, 사파리의 모니터링 기능으로 자동 점검도 가능하다.

전화 앱은 업체에 전화를 걸면 언제 통화했는지, 어떤 통화를 했었는지 통화 맥락을 자동으로 불러온다. 예를 들어 항공 예약 변경이라면 예약 코드를 메일에서 찾아 띄우는 식이다.

홈(Home) 앱은 카메라 클립을 분석해 뒷마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연어로 설명하고, 중요한 장면을 상단으로 올려서 보여준다.

플레이그라운드(Image Playground)는 PCC에서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됐고, 클린업 품질도 개선됐다. 사진에 없던 배경을 채우는 확장 도구와 각도를 바꾸는 공간 프레임 재설정(Spatial Reframing)도 더해졌으며, 한국어 지원도 포함됐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

정리하면, 5월 27일 영상이 AI 관점에서 짚었던 큰 줄기들은 이번 WWDC 2026에서 대부분 실제 기능이 됐다. 시리의 재설계와 독립 앱, 개인 맥락 이해, 앱 인텐트와 자연어 단축어, 비주얼 인텔리전스, Core AI 개방은 실제 시연이 이뤄졌다. 애플이 2년 전 약속한 애플 인텔리전스가 이제서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은 현재 애플 인텔리전스를 구동 가능한 모든 기기, 아이폰 15 프로이후의 기기에서 구동 가능하다. 시중에서 약 22억 개의 활성 기기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새 시리를 쓸 수 있는 기기는 약 9억 4,000만대로 추정된다. 챗GPT 활성 사용자에 버금가는 수치다.

또한 음성과 첨단 받아쓰기 같은 기능들은 아이폰 에어·17 프로, 맥과 아이패드는 M4이상의 기기부터 사용할 수 있다.

일부 기능은 영어가 먼저 출시되며 정식 배포는 9월이다. 9월이 돼서 여전히 애플 인텔리전스가 제자리에 머문다면, 그때는 애플에 대한 미련을 접어두도록 하자.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 제미나이를 빌려 쓰면서 데이터 통제권을 지킨다는 구조가 실제로 얼마나 견고한지는 출시 이후에야 선명해질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애플 뉴스룸(Apple Newsro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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