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구상하는 V2G(Vehicle-to-Grid) 기반의 통합 에너지 생태계 구조도. (GM)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경쟁에 머물지 않고 충전과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하나의 사업 축으로 묶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GM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M 엠파워(GM Empower)' 행사에서 전기차와 전력망을 연결하는 V2G(Vehicle-to-Grid), 충전 플랫폼 '에너지 패스(Energy Pass)', 그리고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반 ESS 사업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리튬 기반 배터리 경쟁에 집중하고 있지만 GM은 나트륨 배터리를 차세대 에너지 저장 사업의 핵심 축으로 선택했다. 다만 적용 분야는 전기차가 아닌 대규모 ESS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동일한 크기에서 저장할 수 있는 전력량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적다. 이 때문에 주행거리가 중요한 전기차에는 불리하다. 반면 무게와 부피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ESS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나트륨은 바닷물과 소금에서 쉽게 얻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해 원재료 공급망 확보가 쉽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희소 금속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근 배터리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업계가 대체 소재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을 대체하기보다 ESS 시장에서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이나 풍력 발전 단지, AI 데이터센터의 백업 전원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활용처다. 실제로 글로벌 전력 수요는 인공지능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GM이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핵심 활용처로 지목한 대규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ESS) 단지. (GM)
GM 역시 이 시장에 주목하고 향후 차량용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를 명확히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고성능 전기차에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보급형 전기차에는 LFP(리튬인산철), 차세대 전기차에는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를 적용하고 ESS에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GM의 전략은 하나의 배터리 기술로 모든 시장을 대응하던 기존 접근법에서 벗어나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의 배터리를 선택하는 방식의 전환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GM은 전기차를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에너지 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상도 내놨다. 현재 판매 중인 GM 전기차는 모두 양방향 충전을 지원하며 향후 수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분산형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차량 판매에서 에너지 서비스로 이동하는 가운데 GM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배터리 기술 발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래 시장의 주도권이 전기차 생산 능력보다 전력 저장과 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GM이 배터리를 만들고 전기를 저장하며 차량과 가정, 전력망을 연결하는 통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데 있어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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