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460만 대를 판매한 BYD는 포드를 넘어 5년 안에 토요타를 추월해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BYD는 중국 내 전기차 업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460만 대를 판매한 BYD는 어느새 포드를 넘어서고 "5년 안에 토요타를 추월해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한때 과장된 포부처럼 들렸던 해당 목표는 이제 업계에서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순히 BYD의 빠른 성장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BYD는 배터리와 반도체, 전기모터, 소프트웨어, 충전 인프라까지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BYD의 최근 행보를 보면 더 이상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로 보기 어렵다. 배터리와 반도체, 전기모터, 소프트웨어, 충전 인프라까지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하며 자동차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초고속 충전 기술과 차세대 배터리,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 판매 규모 역시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주요 경쟁자 수준에 도달했다. BYD는 지난해 약 460만 대를 판매하며 포드를 넘어섰고, 글로벌 판매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물론 연간 10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토요타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지만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 규모보다 성장 속도라는 부분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BYD 자체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 변화다. 한때 중국은 폭스바겐과 GM, 토요타, 혼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최대 수익원이었다. 실제 폭스바겐은 오랫동안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고 GM 역시 중국 판매를 기반으로 글로벌 실적을 견인해 왔다.
최근 중국 시장은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70% 수준까지 확대된 반면 외국 브랜드 비중은 30% 수준으로 축소됐다(오토헤럴드 DB)
그러나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70% 수준까지 확대된 반면 외국 브랜드 비중은 30% 수준으로 축소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폭스바겐과 GM, 닛산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은 판매 감소와 점유율 하락 압박에 직면했고, 일부 업체들은 구조조정과 생산시설 재편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는 부분도 주목된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는 품질과 기술력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에는 배터리 성능과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기술, 초고속 충전,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가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기업들이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다.
실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경쟁력보다 디지털 경험과 전동화 기술이 상품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차량이 스마트폰과 연결되고 OTA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이 향상되며 AI 비서와 자율주행 기능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BYD는 브라질과 멕시코,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이 과정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GM과 토요타 역시 중국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시장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도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BYD가 브라질과 멕시코,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검증된 전동화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본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가 성장했던 경로와 유사하지만 그 속도는 훨씬 빠르다.
BYD가 실제로 토요타를 추월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 토요타는 판매 규모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자동차 산업이 이미 BYD를 테슬라의 경쟁사가 아니라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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