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에도 전기차 구매를 계획한 10명 중 7명은 실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 인사이트)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와 잇따른 화재 논란에도 실제 구매 행동은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구매를 계획했던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실제 전기차를 구입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The Say-Do Gap' 심층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 구매 의향자 가운데 1년 이내 실제 전기차를 구매한 비율은 71%로 집계됐다. 이는 휘발유차와 동일한 수준이며 하이브리드(63%)보다 8%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2001년부터 진행해 온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 응답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2025년까지의 소비자 구매 행동을 분석한 것이다. 단순한 선호도 조사가 아니라 '구매 의향'과 '실제 구매'의 차이를 추적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지난해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가 전기차 구매 예정자들의 행동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이다. 화재 이후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극대화됐지만 전기차 구매 실현율은 오히려 전년 66%에서 7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판매도 약 14만 대에서 21만 5000대로 크게 늘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음에도 실현율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폭발적인 수요가 오히려 공급 부족과 장기 출고 대기를 초래했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일부 소비자가 구매를 포기하거나 다른 연료 타입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상황은 더욱 부진했다. 구매 실현율은 7%에 그쳤고 실제 구매 과정에서 휘발유차로 돌아선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제한적인 모델 구성과 충전 불편,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걸림돌로 지목됐다. 경유차 역시 환경 규제 강화와 신차 감소 영향으로 실현율이 33%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전기차 소비자들의 뚜렷한 양극화다. 전기차 구매 의향자들은 화재 사고와 캐즘 논란 속에서도 계획을 유지하며 '그래도 전기차를 사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반대로 전기차 구매 계획이 없던 소비자들은 같은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를 더욱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전기차 구매 의향자 가운데 실제 전기차를 선택한 비율은 5~8%에 불과했다.
장기 추이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전기차 구매 의향률은 2022년 16%를 정점으로 최근 2년간 11% 수준에 머물렀지만, 구매 실현율은 꾸준히 상승해 올해 71%까지 도달했다. 막연한 관심층은 줄어든 대신 실제 구매 의지가 강한 '진성 수요층'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 국면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기차를 적극 지지하는 소비자와 강하게 기피하는 소비자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향후 전동화 시장 확대의 관건은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층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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