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에서 우승한 토요타 가주 레이싱(#7. 381랩)이 포디엄에서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FIA WEC)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토요타 가주 레이싱이 세계 최고 내구레이스인 르망 24시에서 4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BMW와 캐딜락, 페라리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 끝에 거둔 값진 성과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역시 두 대의 출전 차량 가운데 1대가 리타이어하는 불운 속에서도 나머지 1대가 완주에 성공하며 값진 성과를 거뒀다. 르망 24시에서 국내 자동차가 완주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제94회 르망 24시(14일~15일/현지 시간)는 역대급 경쟁 구도로 펼쳐졌다. 현장을 찾은 관중은 35만 명을 넘어섰고 우승팀과 2위 팀의 격차는 불과 10.913초에 그쳤다. FIA 세계내구선수권(WEC)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박빙 승부였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BMW M 팀 WRT와 불과 10.913초 차이로 르망 24시 정상에 올랐다. (FIA WEC)
토요타는 예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14위와 15위에 머물렀지만 과감한 전략 선택으로 초반부터 순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깨끗한 주행 공간을 확보하는 피트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레이스 중반까지는 브렌던 하틀리, 히라카와 료, 세바스티앙 부에미가 탑승한 #8 토요타 GR010 하이브리드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됐다. 하지만 일요일 오전 발생한 세이프티카 상황이 흐름을 바꿨다. 초반 펑크와 기술적 문제로 뒤처졌던 #7 토요타가 다시 선두권으로 복귀하면서 승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두 대의 토요타와 #12 캐딜락, #20 BMW가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카무이 고바야시의 빠른 페이스와 닉 드 브리스의 공격적인 추월, 그리고 경기 후반 옐로 플래그 타이밍이 맞물리면서 #7 토요타가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했다.
총 길이 13.626km의 사르드 서킷에서 24시간 동안 펼쳐진 질주가 끝나는 순간 마이크 콘웨이, 카무이 고바야시, 닉 드 브리스가 조를 이룬 #7 토요타가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토요타는 WEC 통산 6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제조사와 드라이버 챔피언십 순위에서도 선두로 올라섰다.
르망 24시 경기 모습 (FIA WEC)
BMW는 로빈 프라인스, 르네 라스트, 셸던 판 데르 린데가 이끈 #20 차량이 2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르망 종합 순위 포디엄 진입은 1999년 우승 이후 처음이다. #8 토요타는 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캐딜락은 페널티와 예상치 못한 피트스톱으로 아쉽게 시상대 진입에 실패했다.
반면 최근 르망을 지배해 온 페라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 대의 499P 가운데 #51이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4연패 도전도 이로써 막을 내렸다.
이번 르망은 토요타의 우승뿐 아니라 내년 하이퍼카 클래스 데뷔를 준비하는 제네시스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올해 처음 르망 현장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드러낸 제네시스는 GMR-001 하이퍼카와 마그마 레이싱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내구레이스 도전을 선언했다.
제네시스는 #17번 차량이 118랩 이후 서스펜션 이상으로 리타이어 했지만 #19가 완주하며 내구 레이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총 372랩을 기록한 #19는 선두와 9랩 차이로 총 18대가 참가한 르망에서 최종 순위 13위로 체커기를 받았다.
마티유 자미네, 폴 루프 샤틴, 다니엘 준카델라가 함께 운전한 #19는 경기 도중 두 차례 기계적 문제로 멈추기도 했지만 다시 주행을 재개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17번 GMR-001 하이퍼카가 사르트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FIA WEC)
제네시스 마그마는 기록과 순위 이상으로 토요타, BMW, 캐딜락, 페라리 등 세계 정상급 제조사들이 펼친 전략 경쟁과 차량 신뢰성, 드라이버 운영 능력면에서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우승 경쟁 차량들의 성능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피트 전략과 작은 기술적 변수들이 최종 결과를 갈랐다.
모터스포츠 업계에서는 르망 24시를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닌 제조사의 종합 기술력 검증 무대로 평가한다. 제네시스 역시 남은 일정과 내년 WEC에 대비해 차량 개발뿐 아니라 팀 운영, 레이스 전략, 내구성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이 WRC와 TCR, GT 레이스 등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무대인 르망에 도전장을 내민 만큼 이번 성과는 제네시스가 미래 경쟁자들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전력을 가늠한 첫 번째 시험무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WEC는 오는 7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롤렉스 6시간 내구레이스'로 시즌 경쟁을 이어간다.
2026 르망 24시 하이퍼카 최종 순위
(WEC)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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