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주행거리 증가와 충전 시간 단축, 안전성 향상 등 전기차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와 대중화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업계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하는 전고체 배터리의 대중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은 기술적 난제와 생산 비용 문제로 인해 본격적인 대량 상용화가 2030년 이전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CATL의 로빈 쩡(曾毓群) 회장은 최근 중국 경제매체 차이징(Caijing)과의 인터뷰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자동차 산업의 주력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 대 규모 생산 체계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해당 수준의 양산 체제를 2030년 이전에 구축하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전기차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 완성도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쩡 회장은 특히 "현재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성숙도(TRL)가 총 9단계 가운데 4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4단계는 기본 원리를 검증한 뒤 실험실 환경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성능을 테스트하는 표준적인 단계다. 실제 공장에서 대량 생산 라인을 가동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통상 TRL 8~9단계에 도달해야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CATL의 냉정한 진단대로라면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상용화 초입에도 이르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토요타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2027~2028년을 기점으로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생산량이 제한된 일부 플래그십 프리미엄 모델에만 시범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고체 전해질과 전극이 만나는 계면(interface) 구조의 불안정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로빈 쩡(曾毓群. 사진) CATL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아직 기술성숙도(TRL) 9단계 가운데 4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100만 대 규모의 대량 상용화는 2030년 이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ATL)
CATL에 따르면 셀 제조 과정에서 고체 소재를 결합하기 위해 약 6000기압 수준의 고온 등방압 성형 공정이 사용되지만, 서로 다른 압축 밀도를 가진 소재들이 고압 환경에서 미세한 구조 불일치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내부 저항이 증가하고 배터리 열화가 빨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액체 전해질 기반의 리튬인산철(LFP)과 삼원계(NCM·NCA) 배터리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CATL 역시 전고체 기술 개발과 동시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대체 플랫폼 연구를 투트랙으로 병행하는 이유다.
반면 상용화 시계를 어떻게든 앞당기려는 후발 주자들의 움직임은 빠르다. 중국 국영 자동차 업체 둥펑자동차는 산화물-폴리머 복합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를 2026년 하반기 양산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350Wh/kg을 목표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1000km 이상, 배터리 팩 무게 30% 감소를 장담하고 있다.
항공 분야에서는 이미 일부 실증 사례도 등장했다. 중국 도심항공교통(UAM) 기업 이항(Ehang)은 선전 네옥스(Shenzhen Neox)가 개발한 에너지 밀도 480Wh/kg급 리튬 금속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해 무인 비행체의 해협 횡단 비행 시험을 마친 상태다.
그럼에도 CATL은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쩡 회장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만 약 100억 위안(약 1조 9000억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확실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기존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가 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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