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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호의 동승 감액의 역설과 딜레마

2026.06.16. 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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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법적 분쟁 가운데에는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오류·결함처럼 첨단 기술이 얽힌 영역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까다롭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태워주기', 즉 ‘호의 동승’입니다.

퇴근길 동료의 차, 모임 뒤 친구의 차, 명절 귀성길 친척의 차, 아이들 학원 길을 도와주는 이웃의 차를 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방향이니까 타고 가세요.", "가는 길인데 타"라며 누군가 차를 세웁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올라탔는데 그만 사고가 납니다. 크게 다친 당신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지인의 보험사가 답합니다. "호의로 동승하신 경우라 배상금이 20% 깎입니다." 분명 선의로 태워준 차였는데, 왜 내가 받을 돈이 줄어드는 걸까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호의 동승 감액'이라는 법리를 들여다봅니다.

왜 깎이는 걸까

먼저 짚을 것이 있습니다. 호의 동승 감액은 동승자가 무언가 잘못해서 책임을 나누는 '과실상계'가 아닙니다. 성질이 다른 '책임 제한'입니다. "동승자에게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운전자에게 100%를 다 물리는 것이 공평하지 않아서" 깎는 것입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운전자 혼자 탔다면, 위험에 노출될 사람은 운전자뿐입니다. 그런데 동승자는 운전자가 제공한 '이동 편의'라는 이익을 함께 누렸습니다. 법은 그 이익을 함께 누렸다면, 위험도 어느 정도 나눠 갖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봅니다. 법이 "이건 한쪽에 다 떠넘기기엔 너무 불공평하다" 싶을 때 꺼내 드는 안전장치, 곧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원칙이 그 근거입니다.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배상액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단순히 공짜로 얻어 탔다는 사실만으로는 배상금을 깎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오래되고 확고한 원칙입니다.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바로 이를 배상액 경감 사유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24302 판결, 1994. 11. 25. 선고 94다32917 판결).

따라서 보험사가 "동승자니까 무조건 얼마를 깎겠다"고 해도, 그것은 협상의 출발점일 뿐 정해진 정답이 아닙니다. 동승하게 된 경위와 목적을 제대로 다투면, 감액을 줄이거나 아예 깎이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무슨 목적의 운행이었는지,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인지, 누가 먼저 타자고 했는지, 음주나 과속을 알면서도 탔는지, 기타 제반 사정들을 봅니다. 보험 실무에서는 동승자가 먼저 요청했다면 30% 정도, 서로 의논했다면 20% 정도, 운전자가 먼저 권했다면 10% 정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음주운전 차량인 줄 알고 탔다면 배상액의 40%까지 깎일 수 있습니다. 다만 출퇴근 카풀은 법이 정식으로 허용한 동승이어서 감액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첨단 기술로 인해 달라지는 기준

그런데 이 오래된 호의 동승의 의미도 요즘은 카풀 앱과 자율주행 같은 모빌리티 기술로 인해 달라지고 있습니다.

카풀 중개 앱이 보편화되면서 '호의로 태워준 것'과 '돈을 받고 태운 것'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유류비나 통행료 정도를 나누는 것은 여전히 호의의 영역으로 보지만, 반복적이고 영리적인 유상운송으로 평가되면,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유상운송 면책' 조항에 걸려 보상 자체가 거절될 수 있습니다.

운전대를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잡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문제가 더 근본적입니다. 태워준 운전자가 없는 차에서 사고가 나면, 깎아야 할 '운전자의 책임'도, 나눠 가질 '운행 이익'도 모호해집니다. '운전자가 누린 이익을 동승자도 함께 누렸다'는 호의 동승 감액의 전제 자체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다만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2020년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차 사고에도 운행자 책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인을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 역설

호의 동승의 가장 곤혹스러운 지점은, 선의로 태워준 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만 보상받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억울한 감액 때문에 다투다 보면, 돈 문제 앞에서 오랜 인간관계가 파탄 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 심리적 부담은 조금 덜어내셔도 좋습니다. 실제 소송에서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책임을 부담하는 실질적 주체는 '지인 개인'이 아니라 '지인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사'이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권리를 찾는 합리적 과정을 지인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첨단 기능을 갖춘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시대가 머지않았지만, 차 안에 탑승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책임 관계를 규정하는 법은 여전히 날카롭고 냉정합니다. '호의동승 감액'은 선의를 베푼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고육지책이지만, 현실에서는 관계가 좋았던 지인 관계를 망가뜨리는 씁쓸한 부메랑이 되기도 합니다.

운전자는 타인을 태우는 순간 자신의 어깨에 얹히는 법적 책임의 무게가 배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동승자 역시 차에 타는 순간 자신의 자리가 단순한 손님의 자리가 아닌 조수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곧 '운행의 동반자'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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