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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그 후,  경주 여행

2026.06.18. 15: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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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이후, 다시금 전성기를 맞은 도시.
APEC 그 이후의 ‘경주’를 여행했다.

육부촌을 포함한 보문관광단지는 APEC을 준비하며 야간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을 펼쳤다. 그 덕에 현재도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육부촌을 포함한 보문관광단지는 APEC을 준비하며 야간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을 펼쳤다. 그 덕에 현재도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경주, 세계를 맞이한 도시

경주는 지난해 APEC 개최지로 선정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트럼프, 시진핑을 비롯한 21개국 정상이 경주를 찾았고, 그들이 일거수일투족이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줄을 잇는다. 사실 경주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PEC 이전에도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1979년, 아시아 태평양 관광협회(PATA) 총회가 열린 곳이 바로 경주다.

현재 조성 중인 APEC 정상회의장 기념관. 정상회의장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현재 조성 중인 APEC 정상회의장 기념관. 정상회의장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당시 외국 국빈을 맞이할 만한 공간이 없던 상황에서 지금의 경북관광공사 건물인 ‘육부촌(六部村)’을 세운다. 한옥을 연상시키는 외관은 조선시대 사신을 접대하던 경회루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내부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했다. 그 시절 수입이 까다롭던 이탈리아 대리석을 들여와 타일로 깔고, 신라시대를 보여 주는 장식 요소를 더해 고풍스러운 공간을 완성했다. 문 손잡이, 조명, 타일 등은 지금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당대 한국 건축의 정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층 육부촌 아카이브(로비)에서는 당시 설계도와 시방서 등 건립 당시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날 수 있고, 2층 테라스에서는 보문관광단지의 풍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재현한 호텔 황룡원, 자연 수압만으로 돌아가는 지름 13m의 물레방아도 이곳에서 바라보면 새롭다.

육부촌 2층 테라스에서 보이는 전망. 저멀리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떠 만든 황룡원이 서 있다
육부촌 2층 테라스에서 보이는 전망. 저멀리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떠 만든 황룡원이 서 있다

한편 APEC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한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경주 엑스포 대공원 내 경제전시장을 리모델링해 ‘APEC 정상회의장 기념관’으로 조성 중이다. 약 2,465m2 규모의 전시장에는 세계 정상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본회의장, 한·미, 한·중 정상회담장이 체험형 전시로 재현되고, 현장의 순간을 생생히 담은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8월 개관을 목표로 하며, 10월31일에는 이 일대에서 APEC 1주년 기념행사도 열린다. 드론쇼와 문화 행사를 더해 그날의 기쁨을 다시 소환하는 축제다.


■경주, 지금 가면 뭐가 있을까?

APEC 이후 경주를 찾는 여행자들의 표정이 사뭇 다르다. 역사 유적 순례가 목적이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지금 경주는 뭐가 제일 핫해요?”라는 질문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질문에 답하는 스폿 4곳을 골랐다.

플래시백 계림
플래시백 계림

신라로 떠나는 시간 여행,
플래시백 계림 & 경주 XR 모빌리티 버스

눈을 감았다 뜨면 신라시대가 펼쳐진다. 2025년 문을 연 ‘플래시백 계림’은 신라 설화를 주제로 13개 테마의 몰입형 역사 스토리텔링 전시를 선보이는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다. 초대형 프로젝션과 고해상도 미디어, 생생한 사운드가 현대와 신라의 경계를 허문다. 영화 〈신과 함께〉의 VFX를 담당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자회사 ㈜플래시백그라운드가 실감 나는 세계를 구현했으니, 눈이 호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APEC 이후로도 경주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을 잇기 위해 기획한 공간인 만큼, 경주의 새로운 대표 명소로 자리 잡는 중이다.

플래시백 계림
플래시백 계림
경주 XR 모빌리티 버스
경주 XR 모빌리티 버스

‘경주 XR 모빌리티 버스’는 달리는 버스 자체가 타임머신이 된다. 탑승하면 특수 제작된 투명 OLED 창문 너머로 실시간 위치 기반 XR 기술이 작동하며 신라의 풍경이 펼쳐진다. 머리 위로는 용이 지나가고, 황룡사지를 지날 때는 순식간에 황룡사 9층 목탑이 세워지기도 한다. 단순히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신라 한복을 입은 해설사가 안내하며 퀴즈와 게임까지 곁들이니 버스 안이 웃음으로 가득 차는 건 순식간이다.


K-pop의 모든 것,
한국 대중음악 박물관

한국 대중음악 박물관(K-pop Museum)은 APEC 이후 관람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세계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유충희 관장이 30년에 걸쳐 수집한 유물들은 대한제국 시절 한국 대중음악의 시작부터 21세기 케이팝 시대까지를 촘촘히 연결한다.

1907년 제작된 국내 최초 음반부터 태진아·현미의 무대 의상, BTS 팬들이 직접 기증한 BTS 기증관까지, 케이팝 역사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볼거리는 음악에만 그치지 않는다. 에디슨이 발명한 틴포일 실린더, 삼성전자 고 이건희 회장이 사용하던 스피커, 히틀러가 연설시 사용했다는 스피커, 1926년 제작된 세계 최초의 스피커까지 모두 실물로 전시되어 있다. 원한다면 곡을 신청해 전시된 기계로 들을 수도 있다.


경주에서만 살 수 있어요,
경주 미피스토어

수학여행의 경주에는 황남빵과 찰보리빵이 있었다. 지금의 경주에는 미피 빵이 있다. 진짜 빵은 아니다. 노릇노릇 구운 빵의 빛깔을 담은 미피 인형과 키링 등 캐릭터 굿즈를 선보이는 경주 미피스토어는 경주 한정 에디션만 선보이는 공간이다. 2024년 12월 석굴암 에디션을 시작으로 경주의 이야기를 담은 미피 상품을 꾸준히 출시 중이다. 올해 4월에는 바로 옆에 별관도 문을 열었다.

본관에서 경주 한정 미피 굿즈를 만난다면, 별관에서는 문구, 팬시, 가방, 일본 미피 제품 등 완전히 다른 라인업을 즐길 수 있다. 귀여운 건 못 참는 사람이라면 지갑을 지켜 내기 힘들 것이다.


직접 타 보는 호수 위의 달,
문보트

달이 하늘이 아닌 호수에 떠 있다. 그것도 사람을 태우고. 경주 보문호에서 탑승할 수 있는 문보트 이야기다. 낮에는 경주월드와 보문호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햇살을 즐기고, 밤에는 잔잔한 호수 위 달빛에 감싸인 채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페달 대신 조이스틱으로 전후좌우 360도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보트 양측에 장착된 모터 덕에 속도도 꽤 나간다. 원하는 색으로 선체의 LED 조명을 설정할 수 있고, 블루투스로 음악까지 연결하면 30분 동안 물 위를 떠다니는 나만의 작은 섬이 완성된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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