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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 넥슨은 아래서 크래프톤은 위에서 시작했다

2026.06.19. 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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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김상균 교수(좌) 넥슨
▲ 경희대학교 김상균 교수(좌) 넥슨 강덕원 AI 본부장(중) 크래프톤 임경영 VP(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근 IT 업계를 강타한 AI의 물결이 산업의 물길을 바꿀 기세로 몰려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많은 회사들이 고민하는 가운데, 넥슨과 크래프톤이 각자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26(이하 NDC26) 3일 차인 18일, 경기창조혁신센터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넥슨과 크래프톤의 AX 여정 - 무엇을 시도하고 무엇을 포기했나'를 주제로 발표 세션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경희대학교 김상균 교수의 진행 아래, 넥슨코리아 강덕원 AI본부장과 크래프톤 임경영 VP가 참석해 두 거대 게임사의 AX(AI Transformation) 전환 시행착오를 가감 없이 공유했다.

게임사에서 AX를 이끄는 ‘AX 중앙 조직’은 대개 현업의 요구와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결합해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넥슨은 과거 인텔리전스랩스 그룹 등에서 게임 라이브 기술 지원과 업무 자동화를 담당하던 조직을 점차 발전시켜 현재의 ‘AI본부’라는 중앙 조직으로 재편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최고 조직장의 ‘AI 퍼스트’ 선언 이후, 현업의 기술적·방법론적 허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AI 트랜스폼’이라는 전사적 중앙 조직을 구축했다. 이들 중앙 조직은 각 부서가 AI를 다룰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주고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며 AX 전환의 단초를 다졌다.

▲ 넥슨은 바텀업을 목표로 AI 리터러시 교육 등 최소한의 기본 지식과 문화 전파에 힘썼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AX 전환의 단초를 위해 신규 그룹을 생성한 것은 비슷하지만, 두 회사의 전환 방향을 정반대로 이루어졌다. 인력과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은 넥슨은 초기부터 하나의 표준을 강제하기보다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장려했다. 넥슨 강 본부장은 "어떻게 보면 약간 무책임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해보자'에 조금 더 포커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AI 리터러시 교육에 굉장히 집중을 했고, 각 조직별로 성공했던 여러 가지 사례들을 전파하는 데 굉장히 많이 집중했다. 그런 성공 사례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이런 사례를 이끈 각 조직의 챔피언들을 많이 발굴하는 성과도 이루었다"며 넥슨 내 바텀업 기반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경영진이 전사 모든 업무를 AI 기반으로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탑다운(Top-down)’ 메시지를 먼저 선포해 추진력을 얻었다. 크래프톤 임 VP는 "작년 11월에 'AI 퍼스트'로 크래프톤의 모든 걸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최상위 조직장의 의지가 굉장히 큰 영향을 줬다. 이후 어떤 AI 툴을 도입할 때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툴을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끔 개발했다. 지난 2월 서베이에서는 'AI 툴을 정말 얼마큼 많이 쓰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전사 직원의 97.6%가 'AI를 쓰고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며 실제 사례를 공유했다.

접근 방향은 달랐지만, 두 회사 모두 직원들의 AI 활용 능력을 높이고 사내에 AI 활용 사례를 최대한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실제 가시적인 현업의 체감 변화도 나타났다. 넥슨은 AI 지원을 통해 현업 조직이 데이터 추출부터 운영 콘솔 구축까지 직접 수행하게 되면서, 라이브 이슈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크래프톤은 코딩 경험이 전무한 HR 직원이 AI 툴의 도움을 받아 채용 면접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등, 비개발 직군까지 AI 장벽을 허무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예시가 소개됐다. 두 리더는 이처럼 작은 단위의 업무부터 성공 경험과 효용감을 쌓아가는 것이 AX 확산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소한 업무더라도 AI를 활용한 '효율화'를 이루어내는 한 걸음이 AX 전환의 단초가 된다는 설명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소한 업무더라도 AI를 활용한 '효율화'를 이루어내는 한 걸음이 AX 전환의 단초가 된다는 설명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뼈아픈 실패와 시행착오의 기록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넥슨의 ‘오픈클로’ 전사 도입 시도가 언급됐다. 로컬 머신의 다양한 업무를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 판단해 야심차게 추진했으나,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업데이트 속도와 지속적인 보안 문제, 과도한 인프라 비용 탓에 결국 전사 도입을 잠정 중단하고 방향을 선회해야 했다. 크래프톤 역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았던 거대한 엔터프라이즈급 AI 툴을 섣불리 도입했다가, 게임사 고유의 특징과 본질에 맞는 디테일한 설정이 어려워 난항을 겪었던 경험을 소회했다.

이러한 실패 과정을 거치며 두 게임사는 어떤 현실적 문제를 마주했을까? 놀랍게도 두 담당자는 동일한 답변을 내어놓았다. 바로 구성원의 피로감과 ‘AI 사용 비용' 즉, 토큰 사용료 관리다. 신기술이 쏟아지면서 가중되는 직원들의 피로감이 업무 효율과 적응 모두에 방해가 됐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넥슨은 변동 사항을 예측할 수 있는 ‘장기적인 AX 로드맵’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공개됐다.

기업이 외면할 수 없는 자본적 문제도 지적됐다. 함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양사의 노력도 함께 소개됐다. 우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AI 토큰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토큰이 실제 생산성 향상과 가치 창출로 연결되는지 분석하는 ‘비용 예측 모델’을 연구하고 있으며, 크래프톤은 비용 대시보드와 LLM 가성비 단가표를 구축해 현업이 스스로 최적의 모델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함께 LLM 모델의 가격 경쟁을 우려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며 미래의 독점적 비용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 김 모더레이터는 '진척도의 기준점'을 질문하며 AX 전환 과정에서 지도자가 짚고 가야 할 쟁점을 살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담의 마지막 장은 게임사와 게임 개발자가 AX 시대에 어떻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제언으로 채워졌다. 두 리더는 금융이나 커머스 등 규제가 엄격한 타 산업에 비해, 게임 산업은 AI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험하기에 훨씬 더 용이하고 기회가 열려 있는 축복받은 도메인이라고 정의했다. 반복적이고 손이 많이 가는 애셋 제작이나 소스 코드 검증 등의 작업을 AI에게 맡김으로써, 게임사는 리소스를 아끼고 실패 비용을 줄여 더 빠르고 유연한 프로토타입 제작 체계를 갖출 수 있다.

결국 AX 시대 게임사와 개발자의 핵심 경쟁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본질에 집중하는 힘’에서 나온다. AI가 기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대체해 줄 때, 개발자는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파고들며 창의성과 기획력, 정성적인 감성을 깎아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AI를 나의 창작 역량을 무한히 확장해 줄 ‘증강의 도구’로 바라보는 태도야말로 다가올 미래 게임 시장을 선도할 진정한 AI 네이티브 개발자로 거듭나는 열쇠가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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