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카 같다"는 일부 혹평에도 불구하고 초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예약 폭주를 기록 중인 페라리 루체. (페라리)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페라리가 처음으로 선보인 순수 전기차 '루체(Luce)'가 공개 직후 예상 밖의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페라리답지 않다", "닛산 리프를 닮았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구매력을 가진 고객층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태국 현지 매체와 해외 자동차 전문지에 따르면 페라리 공식 수입사 카발리노 모터스는 루체에 대한 초기 문의와 예약 관심이 예상보다 높다고 밝혔다. 특히 태국 판매 가격이 약 3384만 바트, 미화 104만 달러(약 15억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임에도 시장 반응은 뜨겁다.
유럽 기준 시작 가격도 약 55만 유로(약 9억 7000만 원)에 달해 양산 전기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국가별 세금과 수입 비용이 더해지면 실제 구매 가격은 1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루체는 사실상 일반적인 스포츠카가 아니라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컬렉터 아이템에 가까운 위치에 서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디자인에 대한 평가와 실제 수요가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루체는 전통적인 페라리 GT카의 낮고 공격적인 비율 대신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독특한 차체를 채택했다. 긴 루프라인과 해치백 스타일의 실루엣 때문에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페라리보다 패밀리카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페라리가 바라보는 고객은 자동차 마니아보다 훨씬 좁고 특별한 시장에 있었다. 베네데토 비냐 최고경영자(CEO)는 루체 공개 행사 이후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에게서 강한 관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첨단 기술과 높은 희소성으로 젊은 부유층의 시선을 사로잡은 페라리 루체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페라리)
실제 초고가 럭셔리카 시장에서는 디자인 논란이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페라리 구매자 상당수는 성능과 희소성, 브랜드 가치, 그리고 미래 자산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다. 특히 루체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향후 페라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루체가 기존 페라리 고객뿐 아니라 테슬라, 리막, 루시드, 포르쉐 타이칸 등을 경험한 새로운 부유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배기음보다 첨단 기술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젊은 자산가들이 주요 타깃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디자인 자체보다 '누가 디자인했느냐'에 있다. 루체의 디자인은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와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설립한 러브프롬(LoveFrom)이 참여했다. 페라리 특유의 전통을 과감하게 벗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루체가 대량 판매 모델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연간 생산량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고 고가 옵션과 맞춤 제작 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면 실제 거래 가격은 기본 가격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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