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X5의 가장 큰 특징은 성능이나 디자인보다 파워트레인 전략에 있다(BMW)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순수전기차 전환이 자동차 산업의 유일한 미래처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퇴출 시점을 발표했고, 전동화 전환 속도를 경쟁하듯 높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몇 년 전과 사뭇 다르다. 전기차 성장세는 예상보다 완만해졌고, 소비자들의 선택은 오히려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서 BMW가 내놓은 차세대 'X5'는 자동차 산업이 향하는 현실적인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BMW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X5의 가장 큰 특징은 성능이나 디자인보다 파워트레인 전략에 있다. 신형 X5는 전기차 iX5를 비롯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가솔린, 디젤, 그리고 오는 2028년 투입 예정인 수소전기차 iX5 하이드로젠까지 총 5가지 구동 방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건 BMW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신형 X5는 전기차 iX5를 비롯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가솔린, 디젤, 그리고 오는 2028년 투입 예정인 수소전기차 iX5 하이드로젠까지 총 5가지 구동 방식을 제공한다(오토헤럴드 DB)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전략은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중심 전환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EQ 브랜드 확대를 추진했고, 아우디는 내연기관 종료 로드맵을 공개했다. 폭스바겐그룹은 ID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전략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시장은 제조사들의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게 움직였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는 BYD와 샤오미, 리오토, 아이토 등 현지 브랜드가 급성장하며 경쟁 구도가 급변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성만이 아니라 가격과 충전 편의성, 주행거리, 사용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최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행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EQ 브랜드 중심 전략을 수정하고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델의 디자인 통합에 나섰다. 포르쉐는 대형 전기 SUV 프로젝트 일부를 재검토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고성능 내연기관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아우디 역시 중국 시장을 겨냥한 별도 전기차 브랜드 'AUDI'를 출범시키며 전략 수정에 나섰다.
BMW는 전기차가 미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시장 전체가 하나의 해답으로 수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오토헤럴드 DB)
BMW의 선택은 이들보다 더욱 현실적이다. 전기차가 미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시장 전체가 하나의 해답으로 수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형 X5에 디젤 모델이 여전히 포함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유럽 일부 시장에서는 여전히 장거리 주행과 견인 성능 측면에서 디젤 수요가 존재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사이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순수전기차는 도심과 일상 주행 영역에서 빠르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BMW는 수소전기차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2028년 양산 예정인 iX5 하이드로젠은 단순히 새로운 친환경차 추가가 아니다. BMW가 미래 모빌리티의 최종 승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 시장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장거리 운송과 상용차, 특정 지역 시장에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존재한다(오토헤럴드 DB)
특히 현대차와 토요타가 주도해 온 수소차 시장에 BMW가 본격적으로 가세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 시장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장거리 운송과 상용차, 특정 지역 시장에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판단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기 한가운데 서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처럼 보였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다. BMW가 신형 X5에 디젤과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를 모두 담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동화 시대에도 정답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신형 X5는 그 현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델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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