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첫 전기 상용 밴 'PV5'. 봉고와 포터가 양분하고 있는 소형 화물차 수요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기아의 차세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가 국내외 상용차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철옹성 같던 '봉고'의 아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한편, 보수적인 유럽과 호주 시장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PV5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 대수는 1만 265대로 같은 기간 1만 388대를 기록한 봉고를 100여대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차 포터(2만 3022대)와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같은 전기 상용차 성격의 현대차 ST1 판매량이 632대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PV5의 성과는 시장 분위기와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다
해외 시장 반응은 더 예상 밖이다. 상용차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에서 PV5는 기존 전기 밴과 차별화된 상품성과 효율성을 앞세워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 1~5월 해외 누적 판매량은 1만 1599대로 이 가운데 유럽에서만 1만 1576대를 팔아 국내 실적을 넘어섰다.
특히 라스트마일 배송 수요가 높은 영국을 필두로 독일, 프랑스 등 상용차 전동화 속도가 빠른 국가들을 중심으로 주문서가 쌓이고 있다.
유럽 시장 인기의 핵심 비결은 가성비다. PV5 카고 모델의 시작가는 약 3만 3000유로(한화 약 4950만 원)로 강력한 라이벌인 폭스바겐 ID. 버즈 카고보다 현저히 저렴하면서도 한 체급 아래인 푸조 E-파트너나 르노 캉구와 경쟁 가능한 가격대다. "폭스바겐의 성능을 푸조의 가격으로 누린다"는 현지의 호평이 쏟아지는 이유다.
기아 다목적차량 PV5가 상용 전기차 경쟁이 가장 치열한 유럽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가장 최근 판매를 시작한 호주 시장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기아는 월 50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공급만 충분하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호주법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PV5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강해 공급 확보가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V5가 글로벌 시장이 시장이 관심을 보이는 배경은 다양한 활용성에 있다. 패신저와 카고, 오픈베드는 물론 냉동·냉장 차량, 캠핑카, 이동식 사무실, 장애인 이동 차량(WAV)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특장 모델로 확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설계로 공간 활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PV5는 51.5kWh 스탠더드 레인지와 71.2kWh 롱레인지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설계돼 실내 공간 활용성과 적재 효율을 높였으며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앞선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PV5 롱레인지 모델의 WLTP 기준 주행거리는 최대 412km다. 최근 노르웨이자동차연맹(NAF)이 실시한 전기차 실주행 테스트에서는 인증 거리보다 긴 420km를 주행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평균 전력 소비 효율 역시 13.8kWh/100km(약 4.5마일/kWh)를 기록해 참가 차량 가운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 PV5 카고 오픈베드. (오토헤럴드 DB)
충전 성능도 우수하다. E-GMP.S 플랫폼 기반의 PV5는 11kW 완속 충전과 최대 150kW급 DC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0분이 소요돼 공식 수치와 거의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 다양한 PV5 파생 모델을 추가 투입하고 생산 물량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아는 PV5의 일본과 호주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내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의 성장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기아는 생산 확대와 함께 다양한 파생 모델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PV5는 기아의 PBV 전략을 대표하는 핵심 모델로 국내외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며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모델 확대와 생산 체계 안정화를 통해 글로벌 전기 상용차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PV5가 단순한 신차 흥행을 넘어 기아가 추진하는 PBV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봉고와 포터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국내 상용차 시장은 물론, 유럽 전기 밴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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