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역은 단순한 스쳐 가는 교통의 요지가 아니다. 새로워진 대형 쇼핑몰부터 레트로 감성의 로스터리 카페, 평온한 도심 트레킹 코스와 근사한 호텔까지, 히로시마역 주변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번화가의 변신
미나모아·에키에
최근 리노베이션을 거쳐 그랜드 오픈한 히로시마역 빌딩 미나모아(minamoa)와 기존 상업 시설 에키에(ekie)가 결합해 중시코쿠(혼슈 서남부의 주고쿠+섬 지역인 시코쿠) 최대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교통의 거점이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드는 히로시마 최고의 번화가인 이곳은 쇼핑과 미식, 기념품 쇼핑을 한자리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약 300개의 매장과 영화관, 옥상 광장까지 갖춰 로컬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이곳은 맛집과 카페 투어에 완벽히 최적화되어 있다. 1층부터 7층까지 전 층에 카페를 배치한 ‘전관 카페’ 콘셉트로 쾌적한 휴식을 제공하며, 31개의 레스토랑이 밀집한 다이닝 구역은 압도적인 규모의 미식을 자랑한다.
에키에 구역과 연계해 니시키도, 야마다야, 모미지도, 후지이야 등 모미지 만쥬, 지역 콜라보 특산품 등 히로시마 한정 기념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또 뉴욕 발상의 유명 베이커리 ‘더 시티 베이커리’와 지역 명물 모미지 만쥬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판 생버터샌드를 파는 카페형 ‘프레스 버터 샌드’ 등도 입점해 있다.
쇼핑의 경우, 핫초보리의 백화점과 다르게 접근하면 좋다. 이솝(Aesop), 시로(SHIRO) 등 인기 뷰티 매장부터 프랑프랑, 유니클로까지 가성비 라인업을 짜임새 있게 갖췄으니 말이다.
붉은 도리이를 지나 평화를 마주하는 곳
후타바산 도심 트레킹
히로시마역 신칸센 출구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에 도심의 번잡함을 잊게 해주는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가 숨어 있다. 후타바산 정상에 반짝이는 은빛 탑, 후타바야마 평화탑(피스 파고다)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트레킹은 1640년대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히로시마 도쇼구(Hiroshima Toshogu)에서 시작된다. 경내를 둘러본 뒤 산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산비탈을 따라 자리한 킨코 이나리 신사(Kinko Inari Shrine)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산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붉은 도리이 터널이다. 약 120개의 주홍빛 도리이와 500여 개의 돌계단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붉은 도리이를 따라 이어진 계단을 약 25분 정도 오르면 해발 139m 정상의 피스 파고다(Futabayama Peace Pagoda)에 닿는다. 1966년에 건립된 이 거대한 은빛 불탑은 영원한 세계 평화와 원폭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곳으로, 탑 내부에는 부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
정상에 서면 트레킹의 수고를 온전히 보상받는 탁 트인 풍경이 기다린다. 히로시마 시내 전경은 물론 멀리 세토 내해와 미야지마까지 한눈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짧은 시간 안에 고즈넉한 숲길과 아름다운 붉은 도리이, 역사적 랜드마크, 그리고 전망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도심 트레킹 코스다.
옛 감성을 머금은 로스터리 카페
마츠커피
들어서는 순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훅 다가오는 로컬 카페다. 1975년에 창업해 오랜 시간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마츠커피는 일본 킷사텐 특유의 묵직하고 진한 강배전 커피를 제대로 선보인다.
매장에서 꼼꼼하게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며, 취향에 맞는 원두나 간편한 드립백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여행 중 들러 커피 향을 담아가기에도 제격이다. 가벼운 식사가 필요하다면 가성비가 훌륭한 세트 메뉴를 눈여겨보자. 나폴리탄 스파게티나 샌드위치 세트는 진하게 내려진 커피와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식사 후에는 모미지 빵(커피 세트 650엔)을 추천한다. 히로시마 명물인 모미지 만쥬는 대개 앙금이 들어가 있는데, 이곳 모미지 빵은 팥 앙금 없이 세토우치산 유기농 레몬과 해조 소금으로 맛을 낸 부드러운 카스텔라다.
동판에 가볍게 구워내어 폭신한 식감을 살렸으며, 묵직한 커피와 좋은 궁합을 보인다. 참고로 제주항공 인천-히로시마 노선을 활용하면 아침 일찍 히로시마에 닿게 된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진한 커피로 잠을 깨우는 것도 좋겠다.
완벽한 접근성과 클래식한 품격
쉐라톤 그랜드 히로시마 호텔
2011년에 문을 연 쉐라톤 그랜드 히로시마 호텔(Sheraton Grand Hiroshima Hotel)은 잘 관리된 중후한 매력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최고의 접근성과 넓은 공간감이다.
히로시마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도착하면 도보 2~3분, JR 히로시마역으로 히로시마에 입성하면 역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탁월한 위치다. 공간은 두말할 것 없다. 일본의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과 달리 기본 룸 크기가 넉넉해 편안한 휴식에 적합하다.
특히, 메리어트 엘리트 회원(플래티넘 이상)이나 클럽 룸 투숙객이라면 클럽 라운지의 혜택을 놓칠 수 없다. 라운지에서 진행되는 해피아워는 음식의 종류가 화려하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술 한 잔을 곁들이며 저녁을 맞이하기에 훌륭한 구성을 자랑한다.
조식 역시 취향에 따라 두 가지 매력을 선택할 수 있다. 조식 뷔페에서는 히로시마의 명물인 굴을 넣은 굴 오믈렛을 비롯해 로컬 식재료를 살린 푸짐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반면, 클럽 라운지의 조식에서는 무려 모엣샹동(Moët & Chandon) 샴페인이 제공된다. 든든하고 다양한 메뉴가 필요하다면 뷔페 레스토랑으로, 모엣샹동과 함께 우아한 샴페인 브렉퍼스트를 원한다면 라운지로 향하면 된다.
이 밖에도 도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실내 수영장, 여행의 여독을 풀어줄 샤인 스파(Shine Spa), 24시간 운영되는 피트니스 센터 등 5성급 호텔에 걸맞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관광과 쇼핑에도 최적화돼 있다. 히로시마역의 미나모아와 에키에를 1분 만에 갈 수 있어 맛집 탐방과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교통수단이 모이는 히로시마역과 가까우니 미야지마, 원폭돔 등 주요 관광지로의 이동이 편하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