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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바늘 끝 결함까지 찾아낸다" 현대차 품질, 비밀의 문이 열렸다

2026.07.02. 13: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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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가동을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AMS동 디지털 측정센터(DMC). 광학식 3D 측정 시스템이 차량을 자동 스캔해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실차 제작 이전 단계부터 반복 검증을 수행하는 AMS동은 현대차 품질 경쟁력의 출발점이자 미래차 연구개발의 핵심 허브다. (현대자동차) 지난 6월 가동을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AMS동 디지털 측정센터(DMC). 광학식 3D 측정 시스템이 차량을 자동 스캔해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실차 제작 이전 단계부터 반복 검증을 수행하는 AMS동은 현대차 품질 경쟁력의 출발점이자 미래차 연구개발의 핵심 허브다. (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ㆍ기아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를 여러 차례 찾았지만 이번 방문은 이전과 달랐다. 출입이 제한됐던 연구동 안쪽,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기 전 가장 먼저 품질을 검증하는 공간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6월 문을 연 AMS(Advanced Mobility Solution)동.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된 이 연구시설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차 개발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자동차는 공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동 안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차체도 없고 바퀴도 없는 차량이 소프트웨어를 시험하고 실제 차 한 대 없이 세계 각국의 시험장을 달리며, 금형 하나 없이 필요한 부품을 바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의 눈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0.1mm 수준의 오차까지 데이터로 분석한다. 현대차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는 배경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검증 과정이 있었다.

"자동차를 만들기 전에 먼저 고장 낸다"…NOVA Lab

(현대자동차) 자동차 대신 제어기와 배선으로 구성된 NOVA Lab의 와이어카. 실제 차량 생산 이전에 전기·전자 시스템을 반복 검증해 개발 초기 단계에서 오류를 줄이는 역할을 담당한다.(현대자동차)

가장 먼저 들어선 곳은 AMS동 2층에 자리한 NOVA Lab이었다. 자동차 대신 수백 가닥의 배선과 수백 개의 제어기가 거대한 철제 프레임 위에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실험 장비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연구원들은 이 장비를 "실차보다 먼저 태어나는 자동차"라고 표현했다.

"실제 차량이 만들어진 뒤 문제가 발생하면 제어기를 분리하고 배선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차를 만들기 전에 차량 전체 전기·전자 시스템을 먼저 구성해 검증합니다."

연구원의 설명처럼 NOVA Lab은 차체가 없는 자동차를 먼저 만든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300여 개의 전장 부품과 수백 개의 커넥터를 실제와 같은 방식으로 연결한 뒤 전원 공급부터 통신, 기능, 진단까지 모든 과정을 반복 확인한다.

과거에는 시험차를 제작한 뒤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전장 시스템 대부분을 개발 초기 단계에서 걸러낸다. 특히 SDV 시대에는 수백 개의 제어기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이런 선행 검증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연구원은 "우리가 하는 일은 모든 기능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이 기본적으로 정상 작동하는 상태를 만들어 각 개발 부문으로 넘기는 것"이라며 "그만큼 개발 속도는 빨라지고 품질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은 이 공간을 평생 볼 일이 없겠지만 시동을 걸었을 때 아무런 오류 없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경험은 이곳에서 먼저 만들어지고 있었다.

"멈춰 있는 차, 개발은 더 빨라졌다"…드라이빙 시뮬레이터

현대자동차그룹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제네시스 G80 기반 콕핏과 6자유도(6DOF) 모션 플랫폼, 270도 프로젝션 시스템을 활용해 실제 차량을 제작하기 전 승차감과 조향감, 주행 성능을 가상환경에서 반복 검증한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제네시스 G80 기반 콕핏과 6자유도(6DOF) 모션 플랫폼, 270도 프로젝션 시스템을 활용해 실제 차량을 제작하기 전 승차감과 조향감, 주행 성능을 가상환경에서 반복 검증한다.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들어선 공간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였다. 외형은 거대한 게임 장비처럼 보였지만, 연구원은 첫마디부터 선을 그었다.

"이건 체험 장비가 아니라 실제 차량을 개발하는 연구 장비입니다."

제네시스 G80 실내를 그대로 옮겨 놓은 콕핏은 6자유도(6DOF) 모션 플랫폼 위에 설치돼 있었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시야를 둘러싼 270도 화면에는 남양시험장이 펼쳐졌다.

놀라운 것은 도로였다.현대차는 시험장 전체를 1mm 단위 LiDAR로 스캔했다. 아스팔트의 거친 질감과 미세한 요철, 과속방지턱 높이까지 디지털로 구현했다.

과거에는 스프링이나 댐퍼 특성을 조금만 바꿔도 시험차를 새로 제작해야 했다. 지금은 컴퓨터에서 차량 모델만 변경하면 같은 코스를 수십 번, 수백 번 반복 주행하며 비교할 수 있다.

연구원은 "예전 같으면 한 달 걸리던 비교 시험을 며칠 안에 끝낼 수 있다"며 "시간을 줄인 것이 아니라 같은 기간에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개발 속도가 빨라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완성도였다.

제조 방식을 바꾸는 기술…AMSC

(현대자동차)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의 금속 와이어 적층 제조 공정. 설계 변경 후 곧바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 차량 개발 속도와 검증 효율을 크게 높여준다. (현대자동차)

세 번째로 찾은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흔히 알고 있는 3D 프린터와는 조금 달랐다.

"우리는 3D 프린팅보다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단순히 시제품을 만드는 장비가 아니라 자동차를 개발하는 제조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제조는 금속을 깎아 형상을 만드는 '마이너스 공법'이었다. 반면 적층 제조는 필요한 부분만 한 층씩 쌓아 올리는 '플러스 공법'이다.

가장 큰 차이는 금형이다. 예전에는 설계를 조금만 바꿔도 금형을 다시 제작해야 했지만, 지금은 CAD 데이터만 수정하면 새로운 부품을 바로 출력할 수 있다.

센터 곳곳에서는 광경화 방식의 폴리머 출력 장비와 금속 와이어 적층 장비,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여 형상을 만드는 장비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연구원은 "적층 제조의 목적은 부품을 빨리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형 제작 시간을 줄인 만큼 더 많이 설계하고, 더 많이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연구개발용 시제품뿐 아니라 생산용 지그, 모터스포츠 부품, 헤리티지 차량 복원 부품까지 제작하고 있다.

"0.1mm가 프리미엄을 만든다"…DMC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 디지털 측정센터(DMC). 차량 한 대에서 약 1000개 좌표와 수백 개 기능 치수를 분석해 고객이 체감하는 품질까지 데이터로 관리한다. (현대자동차)

마지막으로 찾은 디지털 측정센터(DMC)는 연구동 가운데 가장 조용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다루는 숫자는 차량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차량 한 대에서 약 1000개의 좌표를 측정하고, 이를 다시 600~700개의 펑셔널 디스턴스(Functional Distance) 항목으로 분석한다.

"포인트 하나하나가 정상이라고 해서 차량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여러 위치가 함께 맞아야 실제 도어가 잘 닫히고 풍절음도 줄어듭니다."

연구원은 단차를 예로 들어 과거에는 작업자가 게이지를 들고 하나씩 치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광학식 3D 스캐너와 CMM이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몇 분 만에 확보한다.

설계 데이터와 자동 비교해 오차를 색상으로 표시하고, 조립이 끝난 뒤 발생할 문제까지 예측한다. 연구원의 마지막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치수를 재는 조직이 아니라 품질을 예측하는 조직입니다." 이 한 문장이 DMC의 역할을 가장 잘 설명했다.

바늘 끝 결함까지 잡아내는 남양연구소

하루 동안 둘러본 네 곳은 모두 성격이 달랐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 뒤 고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없애는 것'이다.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 수백 번의 설계 변경과 수천 번의 검증, 수백만 건의 데이터 분석이 반복된다. 그 과정은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문을 닫을 때의 묵직한 감각, 고속도로에서 들리지 않는 풍절음, 조용한 실내, 오류 없이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는 모두 그 보이지 않는 과정의 결과다.

남양연구소 AMS동은 화려한 신기술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현대차 품질 경쟁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품질의 생산라인'이었다. 가동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이번에 처음 공개된 이 공간은 현대차가 왜 세계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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