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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워킹홀리데이, 토론토에서 도서관과  사랑에 빠진 이유

2026.07.07. 11: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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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만 제대로 활용해도 토론토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

집에서 5분 거리인 노스욕(North York) 도서관. 넓은 규모와 쾌적한 공간으로 공부하기에 좋다  
집에서 5분 거리인 노스욕(North York) 도서관. 넓은 규모와 쾌적한 공간으로 공부하기에 좋다

■시작은 도서관에서부터

토론토에 도착해 가장 먼저 영어로 통화를 나눈 곳은 도서관이었다. 토론토 교통카드인 ‘프레스토(PRESTO)’를 무료로 받기 위해서였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워홀러였던 나에게, 따로 사려면 4캐나다달러인 프레스토 카드를 도서관에서 공짜로 준다니!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성격이라 집 근처 도서관으로 바로 돌진했다. 알고 보니 모든 도서관에서 교통카드를 공짜로 주는 게 아니었다. 사서가 “일부 지점에서만 제공하는데 재고가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해 보세요”라며 도서관 목록이 적힌 쪽지를 건넸다. 당시 갓 핸드폰을 개통한 터라 한껏 긴장한 채로 “무료 프레스토 카드를 받을 수 있을까요?” 한마디를 두어 번 연습하고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도보 10분 거리에 재고가 있단다. 해외결제 가능한 한국 카드나 모바일 프레스토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지만, 해외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는 교통카드도 또 하나의 기념품이니까. 카드 한 장으로 이미 현지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노스욕(North York) 도서관
노스욕(North York) 도서관

도서관의 지점별 매력을 파헤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택배를 받았을 때 동생들에게 꼭 보내 줘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던 책이 있다. 바로 출국 직전 취미로 4달간 배웠던 초보 성인 피아노 교재였다. 토론토 도서관은 지점별로 분위기도 다르고 시설도 다양한데,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노스욕(North York) 도서관은 전자피아노와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곳이었다. 당당하게 2주 전에 미리 예약하고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았다. 하지만 ‘피아노 경력 4개월, 휴식 6개월’ 차인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무려 ‘반짝반짝 작은 별’. 웅장한 피아노를 두고 다소 민망한 선곡이었지만 뭐 어때. 영혼만큼은 조성진인걸.

토론토의 대표적인 한인 타운인 핀치(Finch) 인근에 위치한 노스욕 도서관에는 신간을 포함해 다양한 한국책이 많다. 사진은 서가
토론토의 대표적인 한인 타운인 핀치(Finch) 인근에 위치한 노스욕 도서관에는 신간을 포함해 다양한 한국책이 많다. 사진은 서가

내가 토론토 도서관을 사랑한 가장 큰 이유는 ‘카공’이 필요 없는 완벽한 스터디 공간 덕분이다. 토론토 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면 단순히 책 대출·반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도서관에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한 느낌이 든다. 너무 조용한 공간은 숨 막히고,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집중이 잘 되는 내가 그동안 찾아 왔던 공간 그 자체였다. 물론 각 도서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좌석마다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어 노트북 작업하기에도 편하고, 공부하면서 간단한 샌드위치 정도는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여서 도시락만 싸 오면 하루종일 틀어박혀 공부할 수도 있다. 한인타운에 있는 도서관은 우리나라 작가의 책도 꽤 많은데 생각보다 신간이 많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Editor’s Tips
토론토 도서관 활용법

이력서(레쥬메) 프린트는 도서관에서 하기를 추천한다. 뭣도 모르고 길거리에 있는 프린트 가게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야박하게 컴퓨터 사용료까지 따로 받는 곳이어서 한 장에 2캐나다달러나 지불했다는 사실. 도서관에서 프린트하면 장당 약 15센트 수준이다. 토론토 도서관은 지점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한 프로그램은 ‘영화 상영회’였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는 고전부터 최신작까지 장르별로 다양한 영화를 한 달에 한 번씩 상영했는데, 영어 자막을 지원해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알차게 활용할 것.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본관은 웅장한 느낌의 고전적인 벽돌 건물이지만, 날카롭고 현대적인 느낌의 신관도 있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본관은 웅장한 느낌의 고전적인 벽돌 건물이지만, 날카롭고 현대적인 느낌의 신관도 있다

■미술관에 가려던 건 아니었지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길을 걷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는 한다. 혼자 다운타운 산책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정처 없이 걷던 와중에 갑자기 배에서 신호가 왔다. 아까 먹었던 우유가 문제였던 걸까. “왜 동양인은 죄다 유당불내증인 거야!”라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떠올랐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 불현듯 근처에 온타리오 미술관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공공기관은 당연히 화장실이 개방돼 있을 테니까! 아픈 배를 움켜쥐고 약 5분간 걸어 미술관에 도착했다. 건물 내에서도 화장실은 왜 이리 멀리 있는지. 물어물어 무사히 급한 불을 끄고 나왔지만 여기서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제자리에서 몇 바퀴 돌기만 해도 방향을 완전히 상실하는 수준의 심각한 방향치인 내가 무려, 미술관 화장실에 왔다가 길을 잃어버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분명히 이쪽으로 왔던 것 같은데 내 생각과는 달리 갈수록 아무도 없는 낯선 통로가 이어졌다. 헤매다 너머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문 하나를 발견했다. 여기가 출구인가 싶어 잡아당기는 순간, 문은 단단히 닫혀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덜컹덜컹 문을 열려고 시도하자 어디선가 직원이 나타났다.

“티켓 좀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온타리오 미술관
부드러운 곡선 구조의 외관과 건물 앞 조형물이 돋보이는 온타리오 미술관
부드러운 곡선 구조의 외관과 건물 앞 조형물이 돋보이는 온타리오 미술관

아뿔싸. 알고 보니 이곳은 미술관 내부로 이어지는 문이었고, 안에서 밖으로는 나올 수 있지만 밖에서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난 그저 잠시 화장실을 찾은 행인일 뿐인데…. 갑자기 티켓도 없이 미술관 무단침입을 하려던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당황스러웠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사실 별일도 아닌데 외국이라는 이유로 왜 이렇게 긴장하게 되는 건지. 사정을 설명하니 직원이 친절히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해 줬다. 그대로 집으로 향할 수도 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문화생활이나 해볼까 싶었다. 즉흥적으로 매표소로 향했다. 관람 시간이 한 시간 반밖에 남지 않았는데 괜찮겠냐며 직원이 물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겸 충동적으로 미술관 관람을 결심한 나는 괜찮다며 결제 카드를 내밀었다. 도서관 회원이면 지금 온라인 무료 예약이 가능하니 이용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돌아왔다. 부랴부랴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입장했다. 화장실 한 번 가려다 미술관 무단침입을 할 뻔했지만, 갑작스러운 문화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울 정도. 이후 연간 패스를 끊어 두 번 더 방문했다. 배에서 보낸 급한 신호가 연결해 준 또 다른 토론토의 매력이었다.


■Editor’s Pick
토론토 문화생활 필수코스 2

토론토의 대표적인 전시관으로는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 ROM)’과 ‘온타리오 미술관(Art Gallery of Ontario, AGO)’이 있다. 관람료는 약 30캐나다달러 정도인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시기가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온타리오 미술관은 매달 첫째 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9시,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4시부터 8시30분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일단 무료로 한 번 둘러보고 나중에 또 와도 좋고, 이미 봤어도 여유롭게 쉬어 가도 좋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은 자연사, 인류사, 문화예술 등을 아우르는 종합 박물관이다. 사진은 3층에 위치한 로마 전시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은 자연사, 인류사, 문화예술 등을 아우르는 종합 박물관이다. 사진은 3층에 위치한 로마 전시관
2층에 있는 자연사 전시관
2층에 있는 자연사 전시관

1.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토론토 다운타운을 걷다 보면 고전적인 미를 뽐내는 거대한 석조 건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캐나다 최대 규모의 종합 박물관인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이다. 공룡 화석과 동물 표본 등 자연사 분야와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를 한번에 아우르는 곳으로, 총 1,800만 점의 소장품을 자랑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거대한 크기의 공룡 화석이 먼저 반겨 주고, 미라가 있는 이집트 유물관과 캐나다 원주민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전통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는 한국관과 중국, 일본관도 마련돼 있다.

2. 전통과 현대 미술의 조화, 온타리오 미술관
온타리오 미술관은 외관부터 눈에 띈다. 차이나타운과 켄싱턴 마켓 근처에 부드러운 곡선 구조로 된 거대한 건물이 있는데, 그 자체로도 하나의 거대한 미술품처럼 느껴진다. 캐나다 원주민 예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약 12만 점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14~24세라면 무료로 연간 입장권을 받을 수 있고, 25세 이상이라면 40캐나다달러에 연간 입장권을 구매 가능하다. 1회 입장권이 30캐나다달러이니, 2회 이상 방문할 예정이라면 무조건 연간 입장권을 추천한다. 상설 전시 외에 꾸준히 특별 전시도 운영해 시즌별로 방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ditor’s Tips
입장권이 전부 무료? tpl:map 패스

토론토 공공 도서관 회원이라면 온타리오 미술관, 리플리 아쿠아리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등 시내 명소 입장권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현재 매달 첫째 주 수요일 오후 2시 온라인 예약이 열리는데, 경쟁이 치열해 원하는 곳이 있다면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한 번에 하나의 관광지만 예약 가능하며, 각 장소별로 연간 1회만 이용할 수 있다. 미리 예약일자를 정해야 하고, 이용 인원은 각 명소에 따라 다른데 보통 한 장의 패스를 1~2명까지 사용 가능하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이은지 여행작가
살아 보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이 너무 좋아 무작정 떠난 전직 여행기자. 이젠 여행기자에서 ‘기’ 한 글자 빼고 여행자로서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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