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비행에서 수평 비행 기준 시속 699km(434mph)를 기록한 퀀텀 시스템즈의 에이펙스 레코드헌터. (Quantum Systems)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포르쉐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이번에는 하늘에서 새로운 기록을 썼다. 독일 드론 기업 퀀텀 시스템즈(Quantum Systems)가 개발한 실험용 항공기 '에이펙스 레코드헌터(Apex Recordhunter)'가 시속 699km를 기록하며 배터리 기반 항공기 최고 속도 기록을 새로 썼다.
퀀텀 시스템즈는 2015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된 무인항공기(UAV) 전문 기업이다. 군사용과 상업용 드론을 모두 개발하지만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 정찰과 감시 분야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포르쉐 등의 투자를 받았고 독일 연방군과 우크라이나군에도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
에이펙스 레코드헌터의 기록은 일반적인 대형 여객기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소형 여객기나 고속 프로펠러 항공기와는 상당히 근접한 속도다. 배터리 기반 무인기로는 가장 빠른 기록이다. 에이펙스 레코드헌터는 차세대 요격 드론 개발에 활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군사 기술 분야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6일 실시된 시험 비행에서 에이펙스 레코드헌터는 수평 비행 기준 시속 699km(434mph)를 기록했다. 국제항공연맹(FAI) 인증 절차가 남아 있지만 기존 최고 기록이던 롤스로이스 '스피릿 오브 이노베이션'의 555.9km/h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에이펙스 레코드헌터가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르쉐의 배터리 기술이 있다. 퀀텀 시스템즈는 포르쉐의 배터리 기술 자회사 'V4Smart'의 지원을 받아 고출력 전기 파워트레인을 개발했다. 고전류 방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출력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확보해 기존 전기 항공기의 한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포르쉐의 배터리 자회사 'V4Smart'가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 셀. 퀀텀 시스템즈의 '에이펙스 레코드헌터'에 탑재돼 전기 항공기 최고 속도 경신을 견인했다.(V4Smart)
에이펙스 레코드헌터는 양산형 드론이 아니라 차세대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기술 실증기다. 하지만 여기서 확보한 고속 비행 기술은 우크라이나에서 개발 중인 요격 드론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퀀텀 시스템즈는 우크라이나 기업 WIY 드론과 협력해 FPV 요격기 '스트릴라(Strila)'와 대공 요격 드론 '스파이즈(Spys)'를 개발하고 있으며 두 기체 모두 새로운 속도 기록 인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스트릴라는 0.5kg급 탄두를 탑재한 상태에서도 초고속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적 드론을 직접 충돌하거나 폭발물로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 표적 추적과 비행 경로 예측 기술, 전장 네트워크 시스템을 결합해 기존 방공 체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요격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개발 목표다.
이 같은 기술은 러시아가 대량 운용하는 저가형 '샤헤드(Shahed)' 계열 자폭 드론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값비싼 방공 미사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격 드론을 활용하면 방어 비용을 낮추면서도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퀀텀 시스템즈 N3XT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버트 가데민은 "699km/h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조만간 더 빠른 기록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에서 축적한 포르쉐의 배터리 기술이 항공과 군사용 무인체계로 영역을 넓히면서 전기 파워트레인의 활용 범위도 한층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으로 불릴 만큼 무인기가 전장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포르쉐의 배터리 기술을 적용한 시속 699km급 초고속 요격 드론이 등장하면서 두 나라의 공중전 양상은 물론 현대전의 드론 전술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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