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헤럴드 편집)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우리나라 승용차의 평균 수명은 약 15년이다. 국토교통부의 신차 등록과 말소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폐차 시점의 평균 누적 주행거리는 약 21만km다. 10만km 안팎이면 차량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고 폐차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차량의 엔진·변속기 내구성 향상, 방청(부식 방지) 기술 발달, 합성유 등 유지관리 기술 발전, 제조 품질 개선으로 고장 빈도 감소, 부품 수명 연장으로 경제적 수리 가능 기간 확대 등 내구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면서 오래, 길게 타는 차량이 많아졌다.
모든 자동차가 같은 거리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차급이 클수록 평균 주행거리가 길고, 영업용 차량은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소화한다. 연료 종류와 차체 형태, 운행 환경도 수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제조사의 설계와 품질 완성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된다. 같은 조건에서 운행하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누적 주행거리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차량별 생애 주행 거리(Highest Mileage) 상위 3개 모델 목록. (컨슈머인사이트)
컨슈머인사이트와 자동차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CL M&S가 2000년 이후 최초 등록돼 지난해 말소된 승용차 47만 2665대를 분석한 결과, 20만km 이상을 달린 차량의 비율은 51.7%였다. 다시 말해 폐차된 승용차 두 대 가운데 한 대 이상이 20만km를 넘긴 셈이다. 평균 누적 주행거리는 21만 3858km로 집계됐다.
브랜드별로 가장 눈에 띈 것은 렉서스였다. 렉서스는 휘발유, 하이브리드, 세단, SUV, 수입차 등 11개 비교 항목 가운데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높은 내구성을 입증했다. 특히 SUV는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말소된 렉서스 SUV의 79.8%가 20만km 이상을 주행해 사실상 5대 중 4대가 장거리 운행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1대당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약 36km, 연평균 약 1만3000km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렉서스 SUV의 평균 생애 주행거리(25만 833km)는 약 19.3년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운전자와 동행한 셈이 된다.
국산차도 선전했다. 현대차는 LPG 부문과 국산 브랜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고 모두 7개 항목에서 상위 3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는 대형차와 경유차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대배기량·장거리 운행 차량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였다.
차급별 특징도 뚜렷했다. 대형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24만 7207km, 준대형은 24만1251km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중형차는 18만 5183km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연료별로는 LPG 차량의 평균 주행거리가 25만 6758km로 가장 길었고 경유차(23만4921km), 하이브리드(21만8379km), 휘발유(18만7648km)가 뒤를 이었다.
렉서스 RX 450h.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렉서스 브랜드의 SUV 79.8%가 생애주행거리 20만km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헤럴드 DB)
SUV의 내구성도 두드러졌다. SUV의 평균 주행거리는 23만 4804km로 세단(20만3626km)보다 약 3만km 길었다. 이는 최근 SUV 비중이 높아진 시장 흐름과 함께 장거리 운행 수요가 많은 차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국산차와 수입차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만km 이상 주행 비율은 국산차가 51.8%, 수입차가 50.5%로 1.3%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다만 브랜드별 편차는 상당했다. 같은 국산, 같은 수입 브랜드 안에서도 상·하위 브랜드 간 차이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져 원산지보다 브랜드별 설계와 품질 관리 수준이 실제 내구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자동차의 수명이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품질과 유지관리 수준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평균적으로는 15년, 21만km가 국내 승용차의 생애주행거리 기준이지만 어떤 브랜드와 어떤 차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이상의 차이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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