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후방에서 슬라이드 방식으로 꺼내 사용하는 모듈형 주방. 인덕션과 싱크대, 작업대 등을 갖춰 차량 밖에서도 독립적인 야외 주방으로 활용할 수 있다. (Vantrack)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캠핑카는 한 번 개조하면 원래의 형태로 되돌리기 어려운 차다. 침대와 주방, 수납장 등 캠핑에 필요한 시설을 고정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승용차의 기능은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말 그대로 '한 번 캠핑카는 영원한 캠핑카'가 될 수 밖에 없다.
기아의 목적기반차(PBV) 'PV5'는 이런 공식을 바꾸고 있다. 차량 플랫폼과 모듈형 구조를 활용해 필요할 때만 캠핑카로 변신하는 새로운 개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출퇴근용이나 패밀리카로 이용하다가 주말에는 어디서든 머물 수 있는 캠핑카로 바뀐다.
최근 네덜란드 캠핑 전문 업체 밴트랙(Vantrack)이 PV5 패신저를 기반으로 한 모듈형 캠핑 시스템 '라이트캠프(LightCamp)' 양산 계획을 공개했다. 영구적인 개조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탈부착할 수 있는 모듈 방식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전의 것들과 다르다.
네덜란드 캠핑 전문업체 밴트랙이 공개한 기아 PV5 기반 '라이트캠프'. 차량 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탈착식 모듈만으로 다양한 캠핑 기능을 구현했다. (Vantrack)
라이트캠프는 침대와 주방, 루프탑 텐트, 수납 시스템을 모두 별도의 모듈로 구성했다. 차량 구조를 뜯어내거나 볼트로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슬라이드 방식으로 장착하고 분리할 수 있다. 주말 캠핑을 마친 뒤에는 몇 분 만에 모든 장비를 제거하고 원래의 5인승 패신저 밴으로 되돌릴 수 있다.
고정식 파노라마 스카이루프를 제외하면 차량 자체는 거의 손대지 않는다. 이는 기존 캠핑카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캠핑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평일에는 출퇴근이나 가족용 차량으로 사용하는 데 제약이 거의 없다.
차량 후방에는 슬라이드 방식의 침대 플랫폼이 들어간다. 평소에는 화물 선반이나 트렁크 칸막이 역할을 하다가 캠핑 시에는 침대로 바뀐다. 매트리스 역시 일반 폼 매트 대신 공기 주입식 매트를 적용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침대 아래 공간에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적재 공간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다.
기아 PV5에 적용된 모듈형 라이트캠프는 루프탑 텐트와 슬라이드형 주방, 파노라마 스카이루프를 결합해 일상용 전기 밴을 캠핑카로 바꿔주는 PBV 활용 사례를 보여준다.(Vantrack)
주방도 같은 방식이다. 슬라이드 레일을 따라 차량 뒤쪽으로 꺼내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하면 차량에서 완전히 분리해 독립형 야외 주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1구 인덕션과 대나무 조리대, 싱크대, 11L 물탱크, 이동식 수도꼭지, 18L 압축식 냉장고까지 갖춰 소형 캠핑카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라이트캠프는 PV5의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차량 내부에는 성인 2명이 취침할 수 있는 침대를 마련했고 지붕에는 탈착식 루프탑 텐트를 설치해 추가로 2명이 숙박할 수 있도록 했다. 중형 SUV와 비슷한 차체 크기지만 최대 4명이 취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PV5의 전기차 플랫폼도 캠핑 활용성을 높였다. 캠프 모드에서는 고전압 배터리를 이용해 별도의 발전기나 외부 전원 없이 에어컨과 각종 전기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V2L(Vehicle-to-Load) 기능으로 최대 3.6kW의 전력을 외부로 공급할 수 있어 조명과 스피커는 물론 커피머신이나 블렌더 같은 소형 가전도 차량 전력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라이트캠프를 적용한 기아 PV5. 슬라이드형 주방과 루프탑 텐트를 장착해 평소에는 패밀리카, 주말에는 최대 4명이 머물 수 있는 캠핑카로 변신한다.(Vantrack)
국내에서도 PV5는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아는 패신저와 카고, WAV(휠체어 탑승 차량), 오픈베드 등을 먼저 선보였으며 향후 프라임과 카고 하이루프, 7인승 모델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튜닝 시장에서도 캠핑카는 물론 물류와 택배, 이동식 사무실, 소방·구급 등 특수목적 차량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자동차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고 목적에 맞게 기능을 바꿔 사용하는 것이 기아 PBV 전략의 핵심이다.
밴트랙의 라이트캠프는 이러한 개념이 실제 시장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PV5의 경쟁력은 전기 밴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차량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역할로 변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에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