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로더데일의 로컬을 따라서
강가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 왔고, 지금도 그때와 별 다를 바는 없다. 서울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은 한강. 포트로더데일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은 뉴강(New River)이다. 그래서 강변 산책로인 ‘포트로더데일 리버워크(Fort Lauderdale River Walk)’로 향했다. 산책로는 뉴강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한강을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한국인으로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개울가가 아니신지요’ 하게 되는 규모다. 그런데 이 개울가에 강 폭을 빽빽히 채우고도 남을 2층짜리 요트가 지나 다닌다.
배 위에서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있는 남자가 마치 퍼레이드 행렬차 위에서 관중을 내려다보듯이 손인사를 건넨다. 사람들은 의자 위에 기대어 잔잔한 물결에 눈인사를 건넨다. 평일 오전이었다. 리버워크는 말이 길이지, 실제로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드는 광장이나 마찬가지다. 계절에 따라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 가을이면 푸드 트럭, 계절 상품, 페이스 페인팅,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는 축제가 매년 펼쳐진다. 또 국제 음식 축제, 크리스마스 라이트업, 돌게 해산물 축제 등이 열려 조용한 시즌이 없을 정도다. 특히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 재즈 콘서트가 펼쳐지니 기본적으로 깔린 여유로운 분위기에 낭만까지 곁들여진다. 만약 다가오는 여름, 포트로더데일에 간다면 가장 가까운 축제인 ‘제4회 리버워크 타코 & 데킬라 축제’를 놓치지 말자. 7월18일 하루 동안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리버워크를 다 돌았다면 잠시 쉬어 갈 시간이다. 후이젠가 공원(Huizenga Park)을 추천한다.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잔디밭 공원이 펼쳐진다. 벤치에는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수입하고 싶을 만큼 부러운 평일 낮의 여유. 공원의 명칭은 포트로더데일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기업가 웨인 후이젠가(Wayne Huizenga)에서 따왔다. 그는 비디오 대여점을 전국 체인으로 키우고, 쓰레기 처리 업체를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시켜 포트로더데일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1990년대 포트로더데일 도심 개발청이 조성한 이 공원은 최근 2년간의 재단장을 거쳐 2026년 1월 다시 문을 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새것의 느낌이 드는 이유다. 너른 잔디밭과 분수대, 아이들 놀이터, 반려견 공원까지 모두 깔끔한 모습으로 주민들을 환영한다. 강렬한 풍미를 만끽하고 싶다면 공원에 자리한 ‘미스터 스매시 버거(Mr. Smash Burgers)’를 방문해도 좋다. 다진 양파와 피클, 녹인 치즈를 얹은 육즙 가득한 스매시 버거를 맛보면 된다.
공원 주변에도 갈 곳이 많다. 조금 더 여유로운 휴식을 원한다면 도보 5분 거리의 주거 타워, 소사이어티 라스 올라스(Society Las Olas)로 향하자. 고층 건물 아래 콘크리트로 빚은 거대한 여성 흉상 조형물 ‘쓰라이브(Thrive)’가 이곳의 명물이다. 공원에서 잠깐 인사를 나눈 현지인에게 추천받아 찾아간 곳인데, 주민과 여행자의 인증숏 명소라고 한다. 온통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조형물에는 비밀이 있다. 가슴 아래가 동굴처럼 파여 있는데, 그 안에서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란다. 작가인 다니엘 포퍼(Daniel Popper)는 도시의 자연이 가로수처럼 통제되고 인위적으로 관리되지만, 그럼에도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피어나는 자연의 강인함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흉상 안으로 들어가면 잘 어울리게도 웰빙을 주제로 건강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카페 겸 아침 식사 레스토랑, ‘푸라 비다 마이애미(Pura Vida Miami)’가 자리한다. 그 지역에서 난 식재료와 유기농 재료로 신선하게 만든 아사이볼, 슈퍼푸드 스무디, 착즙 주스, 샐러드 등 건강한 음식을 선보인다.
교양을 채우고 싶다면 후이젠가 공원 바로 뒤편의 ‘NSU 아트 뮤지엄 포트로더데일(NSU Art Museum Fort Lauderdale)’로 향하자. 노바 사우스이스턴 대학교(Nova Southeastern University)의 산하기관으로, 미국의 유명 건축가 에드워드 라라비 반스(Edward Larrabee Barnes)가 설계해 1986년에 오픈했다.
미술관이라고 전시실에만 작품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건물 외벽이 벽화로 이루어져 있어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내부에는 전시 공간과 기념품점, 카페가 있다. 6,000여 점의 소장품 중에서도 미국 사실주의 화가 윌리엄 글래컨스(William Glackens)의 회화·드로잉 컬렉션과 라틴아메리카·쿠바 미술 컬렉션이 단연 돋보인다. 유료 미술관이지만 때때로 무료 관람도 가능하다.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누구나 무료 입장할 수 있고, 일요일 오후 2시에는 무료 공개 투어도 열린다.
Editor’s Pick
파란 해변 너머, 눈이 황홀한 컬러 여행지 2
수로와 바다가 대부분의 풍경을 차지하는 포트로더데일에도 알록달록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여행지가 있다.
알록달록함 아래 내려앉은 차분함,
로더데일 바이 더 씨
포트로더데일 해변은 새벽부터 해안선을 따라 러닝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활기찬 분위기다. 반면 포트로더데일에서 차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나는 로더데일 바이 더 씨(Lauderdale By The Sea)의 해변은 ‘바닷가의 도서관’ 분위기다. 아침부터 사람들은 한 명씩 돗자리를 펴고 앉아 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겨 있다. 남쪽의 포트로더데일 해변과 북쪽의 폼파노 해변이라는 큰 해변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해변과 해안 마을이 바로 로더데일 바이 더 씨다.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의자들이 마을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미드 센추리 모던 양식의 낮은 건물들, 복고풍 부티크 호텔들이 아기자기하게 마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로 75주년을 맞은 이 마을은 작지만 풍성하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다섯 블록 안에 모여 있고, 헬스 & 뷰티, 스테이 등 알차게 시설들이 꾸려져 있다. 참, 이곳의 별명은 ‘플립플롭 타운(Flip-Flop Town)’이란다. 플립플롭을 신고 동네 마실 나가듯 걸어 다니고, 편안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포트로더데일 해변의 북적임에서 벗어나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보고 싶다면 분명 최적의 스폿이 되어 줄 만한 해변이다.
명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분위기,
보닛 하우스 뮤지엄 & 가든
고층 리조트가 끝없는 포트로더데일 도심 한복판, 시간이 멈춘 듯한 정원과 집 한 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굳게 닫힌 철문을 지나 숲길을 통과해야만 닿는 보닛 하우스 뮤지엄 & 가든스(Bonnet House Museum & Gardens)다. 1919년 한 아버지가 딸 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건넨 땅에서 시작된 공간이다. 부지에 자생하던 수련 ‘보닛 릴리(bonnet lily)’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땅에 집을 지은 이는 시카고 출신 예술가 프레드릭 클레이 바틀렛(Frederic Clay Bartlett). 부인과 함께 살 겨울 별장을 짓고자 했다. 여름의 쨍한 햇살을 닮아 따스한 빛이 느껴지는 카리브해풍의 저택을 계획했다. 그러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꿈도 멈췄다. 여기서 포기했다면 미완의 건축물로 남았을 터.
다행히 그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예술가 동료이자 두번째 아내와 함께 다시 공사를 시작했고, 작업실이자 집으로 탄생시켰다. 건물은 총 2층 규모로 작업실, 침실, 손님방, 부엌 등이 당시 상태에 가깝게 재현되어 있다. 정원으로 나서면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미국에서 손꼽히는 난초가 피어나고, 야생 다람쥐와 원숭이가 나무 사이를 뛰놀기도 한다. 가끔 거대한 이구아나도 등장한다. 해변 너머, 포트로더데일이 품은 또 다른 얼굴이다.
포트로더데일에서
더 편하게 이동하는 법
1달러가 1,500원을 훌쩍 넘는 요즘, 버스 편도 요금이 무려 2달러라니.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에 힘껏 의지하고 싶어진다. 다만 그러기엔 포트로더데일의 여름은 너무나도 덥다. 호텔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가는 그 짧은 시간에도 햇빛은 어깨에 업힌 뜨거운 짐만 같다. 여기서 저기로 이동하는 데 버스로는 1시간이 걸리고, 택시비로 몇만원이 나오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그래서 찾아 헤맸다. 지갑을 지켜 낼 방법을.
로더고 무료 셔틀 버스 & 워터 트롤리, 그리고 서킷
어디라도 가야 하긴 하는데, 교통비 걱정에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을 따라 줄을 섰다. 거기서 ‘무료승차(Free Ride)’라는 글씨를 내걸고 앞으로 달려오는 버스를 마주쳤다. 포트로더데일에는 무료 이동 수단이 있다. 로더고(lauderGO)라는 이름을 가진 무료 대중교통이다. 우선 로더고 무료 셔틀 버스는 총 5개의 노선이 있다.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비치 링크(Beach link), 시내를 달리는 다운타운 링크(Down Town Link), 여행자를 위한 라스 올라스 링크(Las Olas link)와 그 외 NW 커뮤니티 링크(NW Community Link), 네이버후드 링크(Neighborhood link)다. 보통 일반 시내 버스가 오는 정류장에 로더고 표시가 그려져 있다면 탑승할 수 있다. 하차할 때는 누르는 벨이 없어 기사님한테 “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게요” 하고 말하면 된다. 미국의 베네치아라는 별명답게 무료 수상 택시도 있다. 로더고 워터 트롤리(The Free lauderGO Water Trolley)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포트로더데일의 모든 수로를 오가면 좋겠지만 이동 구간이 한정적인 편이다. 포트로더데일 리버워크와 이어진 에스플래나드 공원(Esplanade Park)과 스트래너핸 하우스(historic stranahan)를 순환한다. 리버워크의 호젓한 분위기를 걷지 않고 편안하게 누리고 싶을 때 이용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동수단은 ‘서킷(Circuit)’, 무료 콜택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 이 또한 이동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이다. 가능 구간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킷은 거주자와 여행자를 위한 친환경 전기 자동차 서비스로,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미국 전역 40개 이상의 노선에서 이용할 수 있다. 포트로더데일에서는 2022년 8월부터 무료로 운영 중이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찍고 기사가 배정되길 기다리면 된다. 요금도 세금도 없다. 이동 경험이 좋았다면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기사에게 팁을 주는 건 가능하다.
지금까지 소개한 이동수단은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경험할 수 있거나 이용하기 편리하다. 다만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위해 먼저 안드로이드라면 플레이스토어, 아이폰이라면 애플스토어의 계정 등록 국가를 미국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번호도 있어야 회원 가입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준비되면 미국 포트로더데일 여행에서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