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맞아 버렸다.
태평양의 건너편, 이 낯선 도시와.
포트로더데일이 건넨 것
인간이 가진 것 중 가장 투명한 것이 눈이다. 눈은 마음이 흐르는 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도통 그 길을 드나들 일이 잘 없다. 그래서 갈망하는 법을 잊어 가고 있었다. 눈의 빛과 빛이 포개져, 서로의 마음이 찬란하게 만나는 그 순간을. 나의 첫 미국, 플로리다 반도의 휴양도시 포트로더데일에 가기 전까지는.
눈을 뜨게 만드는 첫인상
쉬는 날이면 해가 가라앉을 때쯤 일어나 평생을 올빼미로 살아온 야행성 인간에게도, 포트로더데일 해변은 기적의 아침을 선사했다. 이게 그 소문으로만 듣던 미라클 모닝이로구나. 숙소에 웅크려 자고 있던 내 앞에 기어코 쫓아와 눈앞에서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처럼 기세찬 햇살이다. 이렇게나 태양과 아이컨택한 적이 있었나. 포트로더데일은 해안선이 자로 대고 슥 자른 듯 일직선에 가까워, 도무지 일출의 환함을 피할 재간이 없었다. 이 환함은 대서양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꾸준히 밀려오는 강한 파도와 연안류가 오랜 시간 모래와 조개껍데기 부스러기를 해변으로 밀어 올리고, 파도의 에너지가 고르게 분산되며 완성된 것이다.
반듯한 바다가 자랑인 포트로더데일은 플로리다의 동쪽에 있다. 플로리다는 거대한 미국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반도인데, 세계 지도에서 이 모습을 찾아보자면 왠지 낯익다. 한반도와 비슷한 모양인데다가 한반도의 95%에 달해 크기도 비슷하다. 우리나라가 날렵한 호랑이라면 플로리다는 통통한 호랑이랄까. 울산과 경주 위치쯤에 포트로더데일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위 아래에는 한 번쯤 들어 봤을 지역이 자리한다. 마이애미와 팜비치. 포트로더데일을 처음 들어 본다면 단번에 기억할 수 있도록 붙인 별명도 있다. ‘미국의 베네치아’, 내륙으로 들어가면 수갈래의 인공 물길, 즉 수로를 낀 주택들이 이어지고 대중교통으로는 워터 트롤리(Water trolley)가 있는 도시. 사실 조금 더 와닿게 한국인의 시선으로 별명을 붙여보자면 ‘강을 끼고 있는 평창동’이라 할 수 있다. 강가를 따라 이어진 집이 그냥 주택이 아니다. 겨울철이면 미국 부유층이 머무는 세컨드 하우스가 대부분. 고급 주택 단지 옆으로 흐르는 강의 이름은 ‘뉴강(New River)’이다. 주택 아래에는 외제차 대신 거대한 요트를 대는 선착장이 자리한다. 수상 택시 투어를 하면 이 모습을 좀 더 정확히 바라볼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물길을 따라 여행하니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미국을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다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 본 이에게도 눈인사를 건네고, 미소를 짓는 도시, 포트로더데일이다.
미국에 스며든 세계의 맛, 라스 올라스 대로
길을 지날 때 마주하는 모든 사람의 피부색, 패션, 헤어 스타일이 다른 미국은 세계인이 모인 또 다른 작은 지구다. 그러니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포트로더데일이라는 도시에도 한식당이 있고, 각국의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내오는 음식은 대개 본토의 맛을 비슷하게 흉내내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이미 그 나라의 대표적인 맛과 모습이 가까이 구현되어 있다.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특질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셈이다.
‘라스 올라스 대로(Las Olas Boulevard)’는 포트로더데일 대표 관광지다. 서울로 따지면 명동 거리라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한적하고 한가로운 거리다. 라스 올라스 대로에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 옷가게 등이 거리 양옆으로 연달아 이어진다. 이렇게나 수많은 맛집들이 있는데 어디를 가야 하냐고? 현지인들의 숨은 맛집을 데려가는 푸드 투어인 ‘시크릿 푸드 투어(Secret Food Tours)’를 추천한다. 플로리다의 베이커리를 경험하고, 이태리 정통 피자, 멕시칸을 맛보는 등 총 5~6곳의 식당에 들러 시식해 보며 배를 채울 수 있다. 하나의 식당에서 여러 개를 골고루 시켜 맛을 보는 한국인에게 미국의 다양한 맛을 ‘찍먹’해 볼 수 있는 코스는 아주 취향 저격인 셈. 가이드가 여행 내내 함께하며 식당의 역사나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도 들려준다. 투어 자체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각국의 음식을 맛보며 오리지널과는 어떻게 다른지도 이야기 나누기도 좋다.
Editor’s Pick
라스 올라스 대로에서 꼭 가야 할 식당 2
멕시코의 흥겨운 분위기, 엘 카미노 포트로더데일
엘 카미노(El Camino)는 2014년 플로리다에 문을 연 프랜차이즈 멕시칸 레스토랑이다. 플로리다에 총 4개의 지점이 있는데 포트로더데일 점은 창고를 개조해 널찍하고 탁 트인 공간이 특징이다. 한 면 전체가 바인데, 낮부터 로컬들이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밤 늦게까지도 활기가 넘쳐 조용한 대화보다는 떠들썩한 흥이 넘치는 라스 올라스의 대표 다이닝 명소다. 직접 만든 토르티야와 소스, 테킬라 칵테일, 멕시코 맥주 등이 자랑인 곳이다. 이곳에서 반드시 맛을 봐야 할 음식은 치킨 퀘사디아. 한입 물면 바삭하고 납작한 겉면이 바스라지면서 그 안에 꽉 채워져 있는 육향이 입 안에서 퍼져 나간다. 맛이 좋은 음식의 비결은 재료에 있는 법. 엘 카미노는 모든 음식에 유기농 및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60가지 와인 창고, 식스티 바인스 포트로더데일
와인 바 식스티 바인스(Sixty Vines)는 2025년 봄, 라스 올라스에 문을 열었다. 2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실내외 바와 발코니 좌석을 갖췄다. 이름 그대로 60가지 와인을 탭(Tap)으로 따라 주는 게 차별점이다. 친환경 탭 시스템 덕에 와인의 신선함이 유지되어 마치 양조장 오크통에서 갓 따른 듯한 맛을 낸다. 잔 크기를 골라 여러 품종의 와인을 조금씩 맛볼 수 있어, 한 모금씩 세계의 와인 산지를 순례하기 좋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수제 화덕 피자와 파스타, 샤퀴테리 보드를 나눠 먹으며 최고의 페어링을 찾아서 와인을 탐험하면 미식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