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추가 지분 인수 가능성이 커졌다(현대차그룹)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16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추가 지분 인수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 지분 거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AI와 로보틱스 기업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기존 지배구조다.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하기 전까지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2.6%, 현대차 22.15%, 기아 17.2%, 현대모비스 11.3%,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65%로 구성돼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기존 지분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로보틱스 사업 관련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 속도 역시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지분 인수는 현대차그룹이 그리고 있는 미래 사업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전동화에서 AI와 로보틱스로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생산 현장 적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추가 지분 인수는 현대차그룹이 그리고 있는 미래 사업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현대차그룹)
생성형 AI가 사무실 업무를 바꾸고 있다면 제조업은 이제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AI를 넘어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고 판단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이미 경쟁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BMW는 생산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하는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 BYD와 샤오펑 역시 로봇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핵심 카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다.
최근 아틀라스는 미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2026 16강전 하프타임 무대에 등장해 심판에게 경기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였지만 로봇 업계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 시연으로 평가됐다.
최근 아틀라스는 FIFA 월드컵 2026 16강전 하프타임 무대에 등장해 심판에게 경기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현대차그룹)
수만 명의 관중이 모인 환경에서 안정적인 통신을 유지해야 했고, 실내가 아닌 잔디 경기장에서 균형을 잡으며 움직여야 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를 위해 별도 통신망 구축과 잔디 환경 학습, 강화학습 기반 제어 기술을 적용했다.
중요한 것은 퍼포먼스 자체가 아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번 시연이 미래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균형 유지와 전신 제어, 환경 적응 능력은 향후 물류 이동과 부품 운반, 조립 공정 등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틀라스는 지난 5월 공개된 영상에서 23kg 무게의 소형 냉장고를 들어 지정된 위치로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며 현실 작업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확대를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Partnering Human Progress)'라는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하고 제조혁신 실현과 글로벌 로봇 생태계 구축, AI와 에너지, 모빌리티가 결합된 미래 산업 생태계 확장을 3대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Partnering Human Progress)'라는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현대차그룹)
특히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이러한 전략이 가장 먼저 구현될 공간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아틀라스를 공장에 투입해 공정별 검증을 진행하고, 2028년부터는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후 현장 운영 데이터를 축적해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 공정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자동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 세계 제조업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아틀라스를 공장에 투입해 공정별 검증을 진행하고, 2028년부터는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에 활용할 계획이다(현대차그룹)
과거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작업만 반복 수행했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축적해 온 자율주행과 센서, 컴퓨팅 기술이 로봇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로봇 사업 자체보다 미래 제조 경쟁력 확보에 있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얼마나 많은 차량을 생산하느냐보다 AI와 로봇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 현장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경기장을 걸어 나온 아틀라스의 다음 무대는 현대차 공장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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