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프롤로그. 올해 말 단종으로 혼다가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일한 순수 전기차가 사라지게 됐다. (혼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혼다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순수 전기차(EV) '프롤로그(Prologue)' 생산을 올해 종료한다. 2024년 3월 처음 출시됐을 당시만 해도 프롤로그는 혼다의 전동화 전략을 상징하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북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브랜드의 이 유일한 전기차는 출시 2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혼다는 프롤로그 단종 배경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2026년형 모델을 끝으로 생산을 종료한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 미국의 관세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프롤로그는 GM과 공동 개발한 얼티엄(Ultium) 플랫폼을 기반으로 쉐보레 블레이저 EV와 같은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對)멕시코 25% 관세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여기에 경쟁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미 연방 세액 공제액에 해당하는 7500달러 규모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 프로모션에도 프롤로그의 올해 상반기 판매는 8407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투자 대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단종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전동화 프로젝트 철회로 수 십조 손실
혼다 EV Hub(오하이오). 메리스빌, 이스트 리버티, 안나 엔진공장을 연결하는 차세대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 중인 시설이다. (혼다)
최근 혼다는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던 아큐라 RSX 전기차 개발을 중단하고 소니와 공동 추진하던 아필라(Afeela) 프로젝트까지 철회했다. 0 시리즈 및 아큐라 RSX 취소 등 주요 전동화 프록젝트의 차질로 인한 혼다의 손실 규모가 최대 158억 달러(약 23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혼다의 전기차 전략 속도 조절, 프롤로그 단종 결정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 경쟁'에서 '생존 경쟁'으로 국면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봐야 한다.
업계에서는 결국 전기차 시장도 '소수 생존, 다수 퇴출'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전기차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중국의 초저원가 생산 업체와 글로벌 완성차,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는 한때 500개가 넘었던 전기차 제조사가 난립했지만 현재는 급격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종적으로 40~50개 안팎의 업체만 생존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도 피스커, 로드스타운 모터스, 프로테라, 카누 등 주요 전기차 스타트업이 잇따라 파산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됐다.
전기차 산업, 대규모 구조 조정의 서막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통폐합 시기가 오고 있다는 전망이다. (오토헤럴드 DB)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 전반의 대규모 재편이 불가피하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통합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부품업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약 70%가 향후 3~5년 안에 산업 통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알릭스파트너스는 현재 100개가 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가운데 2030년까지 의미 있는 경쟁력을 유지할 업체는 15~20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다 더 적을 것이라는 냉정한 분석도 나와 있다.
이들 기관의 전망은 단순히 전기차 수요 둔화를 우려한 것이 아니다. 전동화 시대에는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만 살아남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롤로그'는 '서막(Prologue)'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프롤로그는 혼다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추진해 온 전동화 전략의 종말을 상징하게 될지도 모른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누구도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혼다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