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라크루즈가 지난해 폐차한 차량 가운데 가장 긴 평균 운행거리 기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동차의 진짜 수명은 출고 때가 아니라 운행을 완전히 마친 순간 확인된다. 지난해 폐차되거나 등록이 말소된 차량을 추적한 결과, 현대차 베라크루즈는 평균 30만km 이상을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는 신차 중에서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렉서스 RX가 가장 긴 주행 기록을 남겼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와 자동차 등록데이터 분석 기업 CL M&S가 22일 공개한 ‘2026 더 하이스트 마일리지(The Highest Mileage)’ 분석에 따르면 단종 모델을 포함해 20만km 이상 주행한 비율이 가장 높은 차는 현대차 베라크루즈였다.
이번 조사는 2000년 이후 최초 등록돼 2025년 폐차 또는 자진 말소된 국산·수입 승용차 가운데 자가용과 정식 판매 차량만을 추려 진행했다. 병행수입차와 영업용 차량, 주행거리 이상치를 제외한 최종 분석 대상은 47만 2665대다. 모델별 비교에는 표본이 60대 이상인 차종만 반영했다.
베라크루즈는 말소 차량의 86.3%가 20만km 이상을 주행해 전체 1위에 올랐다. 평균 생애주행거리도 30만 5026km로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30만km를 넘어섰다. 2015년 단종됐지만 상당수가 장거리 운행을 이어간 뒤 폐차된 셈이다.
2024년 단종된 기아 모하비가 20만km 이상 주행 비율 85.0%, 평균 29만 4405km로 뒤를 이었다. 두 모델 모두 국산 프레임 보디 SUV라는 공통점이 있다. 내구성을 중시한 차체 구조와 장거리·레저 중심의 운행 특성이 높은 주행거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에서 신차로 판매되는 모델만 놓고 보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렉서스 RX가 나란히 81.3%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다만 평균 생애주행거리는 디스커버리가 27만 9920km로 RX의 25만 3388km보다 약 2만 6500km 길었다.
아우디 Q7이 81.1%로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3위에 올랐고 BMW X5(78.0%), 기아 카니발(76.3%), BMW X6(75.4%), 폭스바겐 투아렉(74.7%)이 뒤를 이었다. 렉서스 LS(71.3%),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70.9%), 볼보 XC90(70.8%)도 상위 10개 모델에 포함됐다.
현역 모델 상위 10개 가운데 7개가 SUV였으며 모두 중형급 이상이었다. SUV를 제외하면 기아 카니발과 렉서스 LS, 벤츠 S클래스뿐이다. 국산차로는 카니발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수입차가 9개를 차지한 것은 고가의 중·대형 차량일수록 장기간 보유하면서 수리해 타는 경향과 장거리 운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단종 모델까지 범위를 넓히면 국산차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베라크루즈와 모하비 외에도 현대차 에쿠스가 72.2%로 13위, 테라칸이 71.3%로 공동 14위,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이전의 현대차 제네시스가 71.1%로 16위에 올랐다. 전체 상위 20개 모델 가운데 절반인 10개는 이미 생산이 끝난 차종이었다.
이번 결과는 차량의 기계적 내구성만으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20만km 이상 주행 비율은 고장 빈도뿐 아니라 차령과 운행 목적, 장거리 주행 비중, 차량 가격에 따른 수리·유지 성향 등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또한 조사 대상은 현재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아니라 2025년 운행을 마치고 말소된 차량이다.
그럼에도 폐차 시점까지 축적된 실제 주행거리는 설문이나 신차 품질평가로 확인하기 어려운 자동차의 생애를 보여준다. 특히 같은 조건으로 모델별 주행 기록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차의 장기 보유 가능성뿐 아니라 중고차의 잔여 수명을 판단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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