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80만명의 타이중은 산업과 문화가 함께 성장해 온 대도시다. 특히,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내세우고 있어 여행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는 도시 곳곳의 문화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래된 산업 기반은 체험형 전시로, 강과 바다의 생태는 교육 콘텐츠로 확장되며, 건축과 자연은 하나의 동선 안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 타이중에서 발견한 친환경 문화공간 4곳을 소개한다.
두 바퀴로 그리는 녹색 미래
자전거문화박물관
타이중은 글로벌 자전거 산업의 핵심 기지로 꼽히는 도시다. 자전거문화박물관(Cycling Culture Museum)은 이러한 산업적 기반을 전시와 체험 콘텐츠로 풀어낸 공간이다. 세계 최초로 인터랙티브 기술과 공예 미학을 결합해 자전거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박물관으로, 관내에는 다양한 골동품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인류가 더 빠르고 편안한 이동을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쳐 왔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초창기 45kg에 달했던 투박한 나무 자전거부터 현대의 첨단 카본 프레임까지, 자전거의 기술적 진화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가 자전거의 외형 변화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여성들의 복장을 고려해 설계된 자전거, 삼각형 구조를 활용해 차체 강도를 높인 기술 등 이동수단 안에 숨어 있던 공학적 고민도 함께 다룬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체험 요소도 박물관의 중요한 부분이다. 관람객은 자전거의 구조와 주행 원리를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되고, 타이중이 왜 자전거 도시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참고로, 진에어 탑승권을 제시하면 상설전시관 관람 체험권 10% 할인과 매트블랙 연필 1세트 증정 혜택이 제공된다.
문화의 숲으로 설계된 복합공간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Taichung Green Museumbrary)는 미술관과 도서관을 하나로 통합한 대만 최초의 복합 문화공간이다. ‘문화의 숲’을 콘셉트로 삼아 건축, 공원 경관, 시민 이용 공간을 하나의 흐름 안에 배치했다. 과거 군사 시설이 있던 부지를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도 도시 재생의 의미를 지닌다.
친환경 설계도 공간의 중요한 축이다. 기계식 냉방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연 바람이 건물을 관통하도록 설계해, 실내에서도 공원과 이어지는 듯한 개방감을 만든다. 공원과 건물이 맞물리는 구조 덕분에 관람객은 미술관과 도서관, 외부 녹지 공간을 오가며 문화시설을 보다 일상적인 동선 안에서 경험할 수 있다.
미술관에는 부지의 역사와 도시의 맥락을 반영한 대형 작품들이 설치되고, 도서관은 새로 들어온 책을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등 지식과 예술을 가까이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람 중심의 도시 설계와 스마트시티 비전을 함께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생태 전시
타이중 해양관
타이중 해양관(Taichung Aquarium)은 ‘타이중의 강에서 세계의 바다로’를 주제로 조성된 해양 문화공간이다. 타이중의 지리적 특성인 강과 바다가 만나는 환경을 전시의 출발점으로 삼아, 담수 생태계에서 해양 생태계로 이어지는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물이 산에서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을 전시장 안에 구현했고, 와인잔 형태의 수조를 통해 상류와 하류의 생태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하류 구역에는 여러 종의 물고기가 함께 전시돼 있다. 이는 사람들이 기르던 물고기를 하천에 방류하는 현실을 반영한 구성이다. 해양관은 방류된 생명들을 수용해 보호하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 보전의 메시지를 전한다. 관람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대만 최초의 개방형 펭귄 전시 구역도 주요 관람 포인트다. 수중 통로를 지나며 펭귄이 머리 위와 옆으로 헤엄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360도로 조성된 상어 터널은 바닷속을 걷는 듯한 장면을 만들고, 해파리 전시는 해양관의 전문성을 보여준다. 전시된 20여 종의 해파리는 외부에서 들여온 것이 아니라 자체 실험실에서 번식·양육한 생물이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갯벌 체험 구역에서는 조수 간만의 원리와 바다 쓰레기가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다룬다.
낚시 문화와 해양 보전의 만남
오쿠마 센터
오쿠마 센터는 타이중의 낚싯대와 낚시선 제조 기반을 관광 콘텐츠로 확장한 공간이다. 대만 유일의 낚시 테마파크로, 낚시 문화와 전시, 인터랙티브 체험, 다이닝, 쇼핑 공간을 한데 모았다. 처음에는 체험형 박물관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해양 쓰레기 문제와 지속 가능한 어업, 해양 생태계 보전에 관한 메시지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대표 콘텐츠는 가상 낚시 시스템이다. 실제 바다에서 대형 어종을 낚는 듯한 체험을 통해 낚시의 기술적 요소를 몸으로 익힐 수 있다. 어린이 관람객에게는 놀이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바다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과 해양 쓰레기를 활용한 전시물도 공간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굴 껍데기를 재활용해 컵받침을 만드는 체험은 오쿠마 센터의 메시지를 손에 잡히는 기념품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이다. 낚시의 즐거움과 해양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진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글·사진 김주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