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북한이 2026년 월드컵에서 우승했다고 당국 차원에서 거짓 선전한다는 소식이 퍼졌다. 북한이 75년째 자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며 카퍼레이드까지 해 가면서 내부에 선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로 판명되었지만, 워낙 폐쇄적이고 거짓 선전과 엄격한 정보통제가 일상화된 북한의 특수한 현황 탓에 많은 이들이 이를 그대로 믿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이 아무리 외국 정보에 눈이 가려져 있다고 해도, 너무 허황된 얘기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상세계인 게임 속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런 뻔뻔한 프로파간다를 대놓고 늘어놓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비참한 현실을 은폐하려는 목적부터 흑심을 숨기려는 당근, 혹은 정치적 선동까지 사연도 다채롭다. 재밌는 건 정작 게임 속 캐릭터들이나 플레이어 모두 속으로 "지랄을 해라" 싶으면서도 은근히 대꾸 못 한다는 점이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일단 틀어놓고 보는, 게임 속 영혼 없는 거짓 선전 TOP 5를 모아봤다.
TOP 5.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 컴스탁의 프로파간다
공중도시 '컬럼비아'를 지배하는 선지자 컴스탁은 라디오와 영상, 거대한 동상을 통해 백인 우월주의와 국수주의 선전을 24시간 주입한다. 워싱턴과 제퍼슨을 신격화하고, 소수 인종을 불결한 하위 계층으로 규정하며 핀크 공장의 가혹한 착취를 '신성한 교리'로 포장한다. 여기에 손등에 'AD' 문신을 새긴 '거짓 목자'가 나타나 도시를 위협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종교적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향의 실체는 인디언 학살 트라우마를 세뇌로 도피하려 한 부커 드윗의 자아도취와 딸 유괴, 연쇄 살인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었다. 백인 기득권층은 좋다고 광신도가 되어 부커만 보면 눈이 뒤집히고, 학대받던 빈민층은 '민중의 목소리'를 결성해 폭동을 일으킨다. 결국 구름 위 낙원이라더니 남은 건 광신도와 무자비한 테러리스트의 혈전뿐. 현실이나 게임이나 지상낙원 운운하는 놈치고 제정신인 놈이 없다.
TOP 4. 폴아웃 3 - 이든 대통령의 방송
방사능 낙진이 흩날리는 폴아웃 3의 황무지에는 유명한 방송이 있다. '엔클레이브 라디오'로,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존 헨리 이든이 마이크를 잡고 50년대 경쾌한 행진곡과 함께 시골 고향의 추억과 애완견 '허니' 이야기로 감성을 자극한다. 무능했던 옛 정치인들을 까재끼며 황무지인들에게 가난과 폭력을 끝내고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정화 프로젝트'를 완수하겠노라 당당히 약속한다.
문제는 감성 충만했던 방송 내용은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낸 거짓이었고, 대통령의 정체는 벙커 속 슈퍼컴퓨터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가 말한 '정화'는 방사능 정화가 아니라 FEV 바이러스를 풀어 방사능에 적응한 황무지인 전체를 싹 쓸어버리는 인종청소였다. 정작 라디오 듣는 사람들도 음악 들으려고 튼 거지 연설 따위 안 믿는데, 정작 혼자 과입력되어 자폭 코드를 누르는 꼴을 보면 인공지능 역시 정치병에 걸리면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TOP 3. 헬다이버즈 2 - 슈퍼지구 진리부
인류 연방 슈퍼지구의 '진리부'는 전함 내 TV와 민주주의 장교를 통해 24시간 대시민 세뇌를 시전한다. "비타민 D는 민주주의의 D다" 같은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고, 외계 종족을 몰살하는 것이 자유 수호라며 선동한다. 심지어 자식들에게 부모의 '생각범죄'를 신고하라며 매일같이 내부 고발을 독려하니, 조지 오웰도 울고 갈 파시즘의 정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외치는 '관리 민주주의'는 AI가 알아서 투표해 주는 독재 시스템이었고, 자유를 위한 전쟁의 실체는 석유 자원 'E-710'을 쥐어짜기 위한 외계충 양식이었다. 불만을 가지면 즉시 '자유 캠프'로 끌려가는데도, 시민들은 조그마한 보상을 위해 동료를 신고하기 바쁘다. 게임하는 플레이어들조차 "자유를 위하여!"를 밈으로 소비하지만, 하루에도 수만 명씩 고기방석처럼 갈려 나가는 헬다이버들을 보면 영혼 없는 선전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TOP 2. 포탈 - 글라도스의 케이크
지하 연구소에 갇힌 첼. 그녀에게 시설 관리자인 글라도스는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던진다. 가혹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기만 하면 달콤한 케이크와 풍족한 일상을 보상으로 주겠노라며 단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약속한다. 시설 벽면 곳곳에 네온으로 케이크 그림까지 띄워두며 플레이어의 식욕과 의지를 끈질기게 자극하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그래도 끝나면 저걸 주려나"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케이크 상자가 아니라 첼을 베리베리 웰던으로 구워낼 소각로였다. 심지어 데이터로 조합한 케이크 레시피를 보면 공업용 수지와 유리섬유, 생체 주사기가 들어간다. 애초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케이크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물론 저 감언이설을 들으며 고생 끝에 낙이 올 것이라 생각한 플레이어는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글라도스가 주는 케이크가 먹고 싶은 건 나 뿐인가?
TOP 1. 스타크래프트 2 - UNN 앵커 도니 버밀리언
테란 자치령의 관영 언론 UNN의 간판 앵커 도니 버밀리언은 황제 멩스크의 가스라이팅을 전 우주에 송출하는 전형적인 '나팔수' 매체다. 짐 레이너가 민간인을 구하고 저그를 물리쳐도 "자치령 군대의 신속한 대처 덕분"이라고 포장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레이너가 저그를 끌고 온 범인이라며 내몬다. 현장 기자가 진실을 보도하려 하면 방송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등 게이트키핑의 극치를 보여준다.
물론 멩스크의 정체는 수십억 명을 학살한 희대의 소시오패스였고, 도니 버밀리언 본인조차 자신의 말을 맹신하던 불쌍한 세뇌 피해자였다. 레이너 특공대가 멩스크의 학살 고백 녹취록을 전 우주에 생중계하자, 버밀리언은 "내 형도 타소니스에 살았는데..."라며 멘탈이 붕괴되어 버린다. 결국 땅콩버터와 멩스크 성명서를 들고 양말만 신은 채 발견돼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최후를 맞이했으니, 어쩌면 자업자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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