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SWOLDS
가장 영국다운 풍경 속으로
‘양들의 언덕’이라는 귀여운 뜻의 코츠월드는 완만한 구릉지와 꿀빛 석조 건물이 다정하게 어우러진 영국의 전원 지역이다. 영국인들이 진심으로 아끼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데, 데이비드 베컴, 휴 그랜트 등 유명 인사들도 저택을 구매해 종종 이곳에서 머문다. 코츠월드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50개 이상의 마을이 띄엄띄엄 위치하고, 저마다 예술, 문화유산, 정원 등을 품고 있다.
수많은 마을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곳들이 있다. 먼저 중세의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한 캐슬 쿰(Castle Combe)과 맑은 수로가 흐르는 버튼 온 더 워터(Bourton-on-the-Water)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불리는 캐슬 쿰은 영화 <워 호스>와 <스타더스트>의 배경이 될 정도로 고즈넉한 매력이 강하다.
특히 과거 영주의 저택이었던 14세기 건축물을 개조한 ‘더 매너 하우스(The Manor House)’는 정원과 벽난로가 타오르는 라운지를 갖춰 영국 시골 마을의 기품 있는 정취를 선사한다. 한편, ‘코츠월드의 베니스’라 불리는 버튼 온 더 워터에서는 마을을 관통하는 수로를 따라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된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하염없이 걷다가 마을을 1/9 크기로 축소해 놓은 모델 빌리지(The Model Village)나 소품 전문점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발걸음을 돌려 ‘코츠월드의 수도’라 불리는 시런세스터(Cirencester)로 향한다. 중세 시대에는 양모 무역으로 번영을 누렸던 시장 도시로, 유서 깊은 거리들이 남아 있어 코츠월드 탐방을 위한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된다. 심지어 평범한 건물조차 성처럼 근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눈이 즐겁다. 일요일이면 교회(St. John Baptist Cirencester) 앞 광장이나 뒤편 공원에서 열리는 로컬 마켓도 들러 볼 만하다.
남쪽에는 영국 왕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우아한 시장 마을, 테트버리(Tetbury)가 자리한다. 감각적인 골동품 상점과 갤러리,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보물찾기하듯 모여 있어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아울러 찰스 3세 국왕의 확고한 유기농 철학과 자연 친화적 비전이 오롯이 반영된 개인 정원 ‘하이그로브 가든(Highgrove Gardens)’ 역시 테트버리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폿이다.
여정의 마무리는 전통적인 영국 시골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는 스토우 온 더 월드(Stow-on-the-Wold)다. 좁은 골목을 누비며 자유롭게 여행하기 좋은 동네로, 주인장의 취향이 깃든 독립 상점과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상점들이 여행자의 안테나를 쉴 새 없이 자극한다.
Things to do in Cotswolds
영국의 클래식이란
더 포치 하우스
스토우 온 더 월드에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Inn), ‘더 포치 하우스(The Porch House)’가 있다. 인은 식사가 가능한 시골 여관을 뜻하는데, 허름함을 상상했다면 오산. 고풍스러운 목조 건축물 안에 코츠월드 특유의 따스한 전원 감성을 품은 클래식한 숙소다.
947년 문을 연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펍에서 즐기는 ‘선데이 로스트’다. 그중에서도 소와 닭, 돼지고기를 한번에 내어 주는 트리오(Trio) 메뉴를 추천한다. 진한 감칠맛의 그레이비소스와 달콤한 채소 구이, 고소한 요크셔푸딩을 곁들이면 영국인들의 일요일을 제대로 경험하게 된다.
정원에서의 오찬
더 클로즈
16세기 타운하우스를 고풍스럽게 개조한 테트버리의 호텔 ‘더 클로즈(The Close)’. 이곳 정원에서의 점심은 테트버리 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따스한 빛이 내려앉은 날이라면 더더욱 완벽하다.
합리적인 가격의 3코스 런치나 우아한 애프터눈 티를 즐기면 되는데, 해초 홀랜다이즈 소스를 곁들인 도미구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영국 전통 디저트 스티키 토피 푸딩은 훌륭한 선택이다. 또 애프터눈 티에 포함된 스콘을 맛본다면 여태 먹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맛과 식감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식사 후엔 인근의 앤티크 숍 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폭의 그림이 된 펍
프로그 밀
코츠월드의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든 프로그 밀(The Frogmill)은 바쁜 여행 중 멋진 쉼표가 되어 준다. 16세기 건물의 정취를 간직한 이곳은 2022년 영국 최고의 펍(National Pub & Bar of the Year)으로 선정된 이력을 자랑하는 공간이다. 다채롭게 준비된 생맥주 한 잔만 손에 쥐면 그림 같은 전원 풍경이 안주가 된다.
하룻밤 머물기에도 제격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28개의 부티크 객실은 영국의 고즈넉한 시골집에 놀러 온 듯한 감성을 자아낸다. 테라스가 달린 룸부터 아늑한 다락방까지, 방마다 구조와 콘셉트가 모두 달라 머무는 재미를 더한다.
여름이 특별한 이유
코츠월드 라벤더
코츠월드의 여름이 유독 아름다운 건 자연이 선사하는 눈부신 색채 덕분이다. 6월 초부터 8월 초까지 약 두 달간, 코츠월드의 부드러운 구릉지는 온통 보랏빛 라벤더로 물든다. 어디에 시선을 두든, 어떻게 셔터를 누르든 그 자체로 작품이 탄생하는 감미로운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인위적인 장치 대신 자연과의 온전한 교감이 기다린다.
향긋한 라벤더 고랑을 따라 산책하거나, 다채로운 색감으로 수놓인 야생화 초원(Wildflower Meadows)을 거닐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그늘을 찾아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거나, 매점에서 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작은 숲속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비치우드 트레일(Beechwood Trail) 산책이 제격이다. 단 두 달만 허락되는 이 찬란한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벌써 내년 여름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완벽한 핑계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