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승용차는 약 2500종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은 250종 남짓이다. 세계 곳곳에는 가격 경쟁력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 뛰어난 상품성을 갖췄지만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숨은 명차'가 적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도 해외 전용 모델을 따로 만들어 판다. 시장의 특성에 맞춰 기획, 연구, 개발, 생산, 판매까지 현지 맞춤형으로 제품을 투입한다. 우리 눈에 쏙 들어오는 신차들이 있음에도 쉽게 들여 오지 못하고 내가지 못하는 모델도 수두룩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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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일상에서 가볍게 탈 수 있는 가성비와 효율성 위주의 전기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장 저렴한 경차 기아 레이 EV,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도 28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선택이 쉽지 않은 가격이다.
그래서 국내 사업을 하는 브랜드 가운데 가성비, 상품성,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끌리는 CAR'를 추려서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모델은 유럽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가 초소형차(A세그먼트) 전기차로 부활한 르노 트윙고 E-Tech 일렉트릭(Twingo E-Tech electric)다.
개구리에서 유럽 씨티카의 아이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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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등장한 트윙고는 돌출형 헤드램프와 납작한 루프라인 때문에 '개구리(Frog)'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공간 활용성으로 유럽 시티카의 상징이 됐지만 SUV 열풍과 A세그먼트 시장 축소를 버티지 못했다.
판매가 급감하면서 르노가 단종까지 검토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치열했던 A세그먼트는 안전·환경 규제 강화와 개발비 증가로 제조사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현재 전체 시장의 약 5% 규모로 줄었다.
르노의 생각은 달랐다. 작은 차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공급을 포기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도심 생활과 세컨드카를 원하는 소비자는 여전히 존재했고 그 해답으로 다시 꺼낸 카드가 트윙고를 순수 전기차로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에 맞선 르노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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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고 E-테크 일렉트릭 부활의 또 다른 이유는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다. 르노는 이들 저가 전기차에 맞설 수 있는 유럽산 모델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트윙고의 유럽 판매 가격을 보면 답이 나온다.
트윙고 E-테크 일렉트릭의 프랑스 판매 가격은 1만 9490유로(약 2808만 원)부터 시작한다. 현지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한화로 약 2120만 원 수준까지 내려간다. 유럽 브랜드가 만든 순수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업체들도 쉽게 맞서기 어려운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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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만 낮춘 전기차도 아니다. 트윙고 E-테크 일렉트릭은 전장 3790mm의 작은 차체에 2490mm 휠베이스를 확보하고 효율적인 패키징을 적용해 한 체급 위인 B세그먼트에 버금가는 공간 활용성을 구현했다.
17cm까지 움직이는 독립식 슬라이딩 뒷좌석과 접이식 조수석 등받이, 기본 360L, 최대 약 1100L의 적재공간까지 갖춰 체구 이상의 실용성을 제공한다. 귀여운 디자인과 넓은 실내, 합리적인 가격이 유럽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데일리카로 손색없는 주행 거리와 편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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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고 E-테크 일렉트릭은 27.5kWh LFP 배터리와 최고출력 60kW(82마력) 전기모터를 탑재해 WLTP 기준 최대 263km를 달린다. 출퇴근과 장보기, 아이 등·하교 등 도심 생활 중심의 용도로는 충분한 성능이다.
편의사양도 기대 이상이다. A세그먼트 최초로 구글 기반 OpenR Link 인포테인먼트를 적용했고 7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상위 차급에서나 볼 수 있었던 디지털 경험을 가장 작은 전기차에 담아냈다.
이런 상품성 덕분에 트윙고는 출시 전부터 유럽 자동차 전문지들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탑기어의 '올해의 전기차', 오토카의 '최고의 소형차'에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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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고는 성능 경쟁을 위해 태어난 전기차가 아니다. 대신 작고 가벼우며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실용성이라는 전기차의 본질에 집중했다. SUV 일색으로 흘러가는 시장에서 잊혀졌던 시티카의 가치를 다시 꺼내 든 셈이다.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 하지만 르노코리아가 이 모델을 들여온다면 캐스퍼 일렉트릭과는 또 다른 성격의 도심형 전기차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트윙고 E-테크 일렉트릭은 기존 전기차의 고정관념을 깨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끌리는 CAR'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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