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기아 7월 및 2026년(1~7월) 누적 판매 동향.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형제의 난'이 또 한 번 벌어졌다. 지난 7월 국내 판매에서 기아는 5만 4604대를 기록하며 현대차(4만 8113대)를 큰 차이로 앞질렀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기아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문제는 기아와 현대차의 격차가 지난 4월 1057대에서 7월 6491대로 더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그룹이 기아를 인수한 지 28년 동안 이어져 왔던 '형님은 현대차, 아우는 기아'라는 공식이 깨지는 것은 아닌지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다 '현대ㆍ기아차'가 아니라 '기아ㆍ현대차'가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온다. 글로벌 판매 규모나 브랜드 가치, 수익성 등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수 순위 역전은 현대차에 '팔 차'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스스로도 7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산업수요 위축,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신차 대기 수요를 꼽았다. 특히 하반기 출시될 디 올 뉴 아반떼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뒤로 밀리면서 순위를 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실제 판매 구성을 보면 현대차는 그랜저 8532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압도적인 베스트셀러가 없다. 쏘나타 4584대, 아반떼 2624대, 싼타페 3822대, 코나 2756대, 팰리세이드 2545대 등 대부분 2000~4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월평균 5000대 수준을 유지하던 아반떼 신형 모델의 본격적인 출고를 기다리고 있고,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투싼 등의 대기 수요가 맞물린 것이 역전을 허용한 빌미가 됐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제네시스 역시 총 5430대에 그치며 예년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기아는 인기 차종이 제 역할을 해 줬다. 셀토스가 7427대로 국내 최다 판매를 기록했고 카니발 6917대, 쏘렌토 6153대, 스포티지 5381대, 레이 5178대가 뒤를 받쳤다. RV 판매가 3만 6040대로 현대차 RV 판매 대수(1만 6767대)의 두 배를 웃돈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SUV와 RV 중심으로 소비자 선호가 이동하는 흐름을 가장 잘 읽은 브랜드가 기아라는 점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셀토스와 쏘렌토, 카니발은 신차 출시 시점이 꽤 흘렀음에도 상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도 꾸준하고 PV5 등 PBV 신차까지 판매에 힘을 보태면서 상품 라인업이 더욱 촘촘해졌다.
그럼에도 기아의 내수 1위가 반짝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하지만 현대차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쉬운 동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아가 '현대차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많이 희미해졌고 소비자 상당수가 '묻지마 현대차'가 아닌 가격, 디자인과 상품성,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종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기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올해 남은 기간 1위 경쟁은 더 볼만해질 듯하다. '디 올 뉴 아반떼' 등 신차 효과와 생산 정상화를 예고한 현대차에 맞서 기아는 셀토스와 쏘렌토, 카니발 등 주력 모델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내수 왕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모도 못말리는 형제간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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