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유럽 B세그먼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아이오닉 3' 양산을 앞두고 튀르키예 공장 점검에 나섰다(현대차)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현대자동차가 유럽 B세그먼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아이오닉 3' 양산을 앞두고 튀르키예 공장 점검에 나섰다. 아이오닉 3의 최대 496km 주행거리와 차세대 디지털 기술도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실제 성패를 가를 요소는 오랜 소형차 생산 경험을 갖춘 현지 공장의 원가와 품질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튀르키예 이즈미트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아이오닉 3의 차체 생산과 의장 공정을 살펴보고 현지 생산 및 판매 전략을 논의했다. 인근 현대모비스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 공장도 찾아 배터리 시스템 생산 과정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양산 초기부터 품질을 최우선에 두고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완성도로 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특히 안전에 대해서는 유럽에서 최고의 차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회장이 양산 직전의 소형 전기차 생산라인을 직접 찾은 것은 아이오닉 3가 현대차 유럽 전동화 전략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튀르키예 이즈미트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아이오닉 3의 차체 생산과 의장 공정을 살펴보고 현지 생산 및 판매 전략을 논의했다(현대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가 전용 플랫폼과 800V 충전 기술을 알리고 '아이오닉 9'이 대형 전기 SUV 시장을 담당한다면, 아이오닉 3는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하고 판매 규모가 큰 대중형 시장을 책임져야 한다.
아이오닉 3는 현대차가 유럽에 처음 선보이는 B세그먼트 순수전기차로 42.2kWh와 61kWh 배터리를 적용해 WLTP 기준 각각 최대 344km와 496km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여기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급속충전하는 데 약 29분이 소요된다.
기존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에 적용된 800V 대신 400V 전기 시스템을 선택한 점도 아이오닉 3의 역할을 보여준다. 충전 성능의 절대적인 수치보다 부품과 생산비용을 낮추고, 일상 주행에 필요한 효율과 충전 성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하지만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는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만으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르노 5 E-테크 일렉트릭'이 판매 증가를 이끌고 있고 폭스바겐 'ID.폴로', 기아 'EV2'를 비롯한 2만~3만 유로대 신차가 잇달아 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3는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하고 판매 규모가 큰 대중형 시장을 책임져야 한다(현대차)
또한 중국 업체들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 모델의 배터리와 주행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평준화되면 소비자 선택은 판매 가격과 품질, 서비스망, 유지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튀르키예 공장은 아이오닉 3의 가장 현실적인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1997년 가동을 시작한 해당 공장은 '엑센트'를 시작으로 'i10'과 'i20', '베이온' 등 유럽 시장을 겨냥한 소형차를 생산해 왔으며, 현재까지 누적 생산량은 약 340만대에 달한다.
특히 소형차는 대형 SUV나 프리미엄 모델보다 차량 한 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어 생산비와 물류비 관리가 핵심이다. 이미 구축된 생산설비와 현지 협력사, 숙련된 소형차 생산 인력을 활용하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것보다 투자 부담과 양산 초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튀르키예가 유럽연합과 산업제품에 대한 관세동맹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조건이다. 유럽 주요 시장과 가까워 차량 운송기간과 물류비를 줄일 수 있고, 시장별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정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튀르키예 공장은 약 30년 동안 내연기관 소형차를 생산해 왔지만 전기차 양산은 아이오닉 3가 처음이다(현대차)
현대모비스가 현지에서 아이오닉 3용 배터리 시스템을 조립하는 구조 역시 공급망 효율을 높이는 요소다. 부피와 중량이 큰 배터리 시스템을 완성차 공장 인근에서 조립하면 물류 부담을 줄이고 생산계획에 맞춰 공급할 수 있다.
다만 현지 생산이 곧바로 낮은 판매가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 원재료 가격과 환율, 유럽 국가별 세금 및 보조금, 기본·선택사양 구성에 따라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경쟁력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3의 유럽 판매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양산 초기 품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튀르키예 공장은 약 30년 동안 내연기관 소형차를 생산해 왔지만 전기차 양산은 아이오닉 3가 처음이다. 고전압 배터리와 전력제어 시스템, 충전 장치 등 기존 내연기관차와 다른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립하고 균일한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정의선 회장이 배터리 조립부터 완성차 생산라인까지 직접 살핀 것도 이런 초기 위험을 줄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가격 접근성이 높은 소형차라고 해도 배터리 안전과 소프트웨어 안정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3를 올 하반기 유럽에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내년부터 연간 4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현대차)
한편 현대차는 아이오닉 3를 올 하반기 유럽에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내년부터 연간 4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 전체 신차 수요의 약 15%를 차지하는 B세그먼트에서 전기차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진입 시점도 나쁘지 않다.
아이오닉 3의 성공 여부는 가장 긴 주행거리나 가장 빠른 충전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과 안정적인 초기 품질, 필요한 시점에 차량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아이오닉 5가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을 세계 시장에 알린 모델이라면 아이오닉 3는 해당 기술을 대중적인 가격까지 끌어내릴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모델이다. 그 시험의 중심에는 배터리 용량이나 디스플레이 크기보다 30년 가까이 유럽형 소형차를 생산해 온 튀르키예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