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폭스바겐 그룹 CEO.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조와 주주간 갈등으로 오는 9월에 있을 감독이사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폭스바겐그룹이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가 밀어붙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둘러싸고 경영진과 노동자 그리고 주주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다음 달 4일 열리는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에서 블루메 CEO의 구조조정안이 다시 표결에 부쳐진다. 지난 7월 이사회 승인이 한 차례 불발된 데 이어 이번에는 노동자 대표와 2대 주주인 니더작센주 정부가 각각 별도의 대안 구조조정안을 제출하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블루메 CEO는 이번 주 독일 내 주요 생산 공장 순회에 돌입하며 볼프스부르크 본사 11번 홀에서 1만 명 이상의 노동자 앞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거센 야유와 함께 "우리 일자리는 당신들의 재무제표 조정 대상이 아니다", "존중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등의 항의 배너가 쏟아졌다.
블루메 CEO는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력 감축에 최대 5만 명 추가 감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앞서 노조와 합의했던 인력 감축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공장 폐쇄에 대해서는 "최후이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수단"이라며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와 노동자 측의 반발은 거세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동자 총괄대표는 "경영진과 특히 블루메 CEO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독일 공장 폐쇄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IG메탈 역시 사측이 일방적인 감원과 긴축 정책을 고수할 경우 총력을 다해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독일 내 생산 거점의 위기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내년 완성차 생산을 조기 종료할 예정이며 엠덴과 츠비카우 그리고 네카르줌과 하노버 등 4개 공장 역시 2030년 이후 미래 물량 배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급격한 수익성 악화와 판매 부진이 자리한다. 폭스바겐의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8%로 스텔란티스(2.1%)보다는 높지만 포드(6.5%)와 GM(8.9%) 등 미국 경쟁사에 크게 뒤처져 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와 주요국의 무역 관세 장벽 그리고 글로벌 완성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전통적인 사업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의 복잡성도 사태 해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폭스바겐 지배구조는 포르쉐 SE(지분 31.9%·의결권 53.3%)를 필두로 니더작센주(지분 11.6%·의결권 20%)와 카타르 투자청(지분 10.4%) 등으로 얽혀 있어 오너 일가와 정치권 그리고 노조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독일 완성차 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이 전례 없는 내홍을 딛고 오는 9월 4일 감독이사회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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