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하이브리드와 EREV를 필두로 한 신차 공세와 현지 생산 인프라 확충을 바탕으로 토요타·GM·포드 주도의 미국 자동차 시장 판도 뒤집기에 나섰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다. 하이브리드의 절대강자 토요타와 대형 픽업트럭 시장을 양분해 온 GM과 포드가 수십 년간 견고한 3각 편대를 구축해 왔다. 이 철옹성 같은 시장에 현대자동차가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가 내놓은 북미 전략은 단순한 점유율 방어가 아니다. 경쟁사의 핵심 텃밭을 직접 겨냥해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의 자신감 뒤에는 숫자가 자리한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5분기 연속 점유율 상승세를 이어가며 미국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이 12%에 육박하며 3위 포드(12.2%)의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꺼내 든 카드는 ‘하이브리드(HEV) 50% 전환’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제네시스 최초의 하이브리드 ‘GV80 HEV’와 신형 투싼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북미에만 10종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쏟아붓는다. 북미 판매 중 하이브리드 비중을 현재 20%대에서 50%로 끌어올려 토요타가 독점해 온 친환경 파이를 직접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내년 상반기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양산하는 싼타페 EREV 역시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미국 소비자들의 현실적 대안을 노린다. EREV는 배터리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600마일(약 966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전동화 모델을 주목을 받고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GM과 포드가 장악한 프레임 픽업 시장에 대한 도전이다. 현재 현대차의 북미 승용 세단과 중소형 SUV 점유율은 7~8%대를 웃돌지만 픽업트럭(PUP)과 상용 밴(LCV) 점유율은 1% 미만에 묶여 있다.
모노코크 기반 싼타크루즈의 한계를 절감한 현대차는 견인력과 험로 주파력을 갖춘 ‘바디 온 프레임(Body-on-Frame)’ 구조의 차세대 신차를 투입해 GM 실버라도와 포드 F-150이 버틴 고수익 시장을 직접 파고들 계획이다. 모듈러 분할 테일게이트와 같은 독창적 특허 기술이 이 높은 장벽을 뚫어낼 무기로 꼽힌다.
공격적인 신차 출격을 위해 현대차는 북미 현지 생산 능력을 50만 대 늘리고 부품 현지화율도 80%로 끌어올려 공급망 리스크를 털어내겠다고 했다. 여기에 조지아주 HMGMA에서 생산할 아이오닉 5 기반 웨이모 로보택시 공급과 2028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산업용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실전 배치까지 더해 제조 원가와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빅3를 앞지르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가성비 브랜드에서 출발해 미국 톱3의 턱밑까지 올라선 현대차다. 토요타의 친환경 라인업과 미국 빅3의 픽업 독점 구도라는 양대 산맥을 동시에 겨냥한 현대차의 과감한 베팅이 미국 자동차 시장의 백년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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