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기아가 '카니발'에 별도의 '하이루프' 모델을 추가한 데 이어 불과 두 달여 만에 현대자동차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도 하이루프를 내놨다(기아, 현대차)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자동차 실내 공간을 넓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차체를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패밀리카 시장에서는 길이도, 휠베이스도 아닌 조금 다른 방향의 크기 경쟁이 시작됐다. 바로 지붕이다.
지난 6월 기아가 '카니발'에 별도의 '하이루프' 모델을 추가한 데 이어 불과 두 달여 만에 현대자동차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도 하이루프를 내놨다. 특히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처음 등장한 SUV 기반 하이루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실 자동차 지붕을 높이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비롯해 승합차와 특장차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다만 지금까지 하이루프는 쇼퍼드리븐이나 의전, 비즈니스 이동을 위한 고가 리무진 또는 특장차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 등장한 카니발과 팰리세이드는 이를 일반 패밀리카의 선택지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시장에 먼저 뛰어든 것은 기아로 지난 6월 출시된 '카니발 하이루프'는 기본 카니발에 기존 하이리무진과 동일한 스틸 소재 루프를 적용하고 전고를 270mm 높였다. 2열뿐 아니라 3열 승객까지 넉넉한 헤드룸을 확보하면서 하이리무진의 핵심 장점이던 공간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개발 방향이다.
카니발 하이루프는 기본 모델에서 전고를 270mm 높이고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기본 모델보다 루프를 240mm 높였다(기아, 현대차)
실내 역시 화려한 의전 장비보다 공간 자체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 눈에 띈다. 스웨이드 소재와 후석 LED 독서등 등을 적용했지만 카니발 하이리무진처럼 고급 리무진에 가까운 구성보다는 일반 카니발과 하이리무진 사이를 메우는 모델에 가깝다. 3.5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로 운영되며 가격 역시 5211만 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현대차는 간판급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미니밴이 아닌 SUV에도 높은 지붕을 하나의 정규 상품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2027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기본 모델보다 루프를 240mm 높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높아진 실내 공간을 확보하면서 전체 전고를 2005mm로 맞췄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일반적인 지하주차장 이용까지 고려하면서 하이루프의 가장 현실적인 약점 가운데 하나인 높이 문제를 절충한 결과다.
또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상품 구성에서 카니발과 조금 다른 방향을 보인다. 하이루프 앰비언트 무드램프와 밤하늘의 별을 표현한 스태리 스카이, 2way 팝업 LED 독서등, 21.4인치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적용했다. 여기에 듀얼 무선충전과 UV-C 살균, 공기청정기, 냉온장 컵홀더 등이 포함된 2열 멀티콘솔까지 선택할 수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상품 구성에서 카니발과 조금 다른 방향을 보인다(기아, 현대차)
단순히 천장이 높은 팰리세이드라기보다 기존 대형 SUV에서 찾기 어려웠던 미니밴 또는 리무진 수준의 후석 공간 경험을 결합한 시도에 가깝다.
가격에서도 두 모델의 역할은 분명하게 갈린다. 카니발 하이루프는 3.5 가솔린 5211만~5566만 원, 1.6 터보 하이브리드 5666만~6021만 원이다. 기존 하이리무진의 공간성이 필요하지만 가격 부담이나 과도한 의전 이미지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가솔린 9인승 7244만 원에서 시작해 7인승 7530만 원, 하이브리드는 각각 7844만 원과 8159만 원까지 올라간다. 하이루프가 팰리세이드 라인업의 사실상 최상단에 자리하면서 기존 대형 SUV보다 한 단계 높은 프리미엄 수요를 겨냥했다.
다만 지붕을 높인다고 장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차체 상부의 면적과 무게가 증가하면 공기저항과 고속 주행 안정성, 연료효율 등에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고, 높이가 2m 안팎에 이르면 일부 기계식 주차장이나 높이 제한 시설 이용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팰리세이드가 2005mm라는 전고를 강조하고 카니발 역시 기존 하이리무진보다 단순화된 구성을 택한 것은 결국 공간과 일상적인 사용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불과 두 달여 간격으로 하이루프를 정규 라인업에 추가했다는 사실은 국내 패밀리카 시장의 고급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현대차)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가 불과 두 달여 간격으로 하이루프를 정규 라인업에 추가했다는 사실은 국내 패밀리카 시장의 고급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대형 디스플레이와 고급 가죽, 2열 독립시트 같은 장비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돈을 더 지불했을 때 소비자가 즉각 체감할 수 있는 공간 그 자체가 상품화 되기 시작했다.
특히 패밀리카에서 2열과 3열의 중요성이 커지고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하나의 이동 경험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머리 위 몇십 센티미터의 여유가 단순한 제원 이상의 가치로 변화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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