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가솔린과 디젤, 하이브리드를 넘어 순수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가솔린과 디젤, 하이브리드를 넘어 순수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신규 등록된 수입 승용차 2대 가운데 1대 이상이 전기차로 채워지고 판매 상위권 역시 테슬라와 BYD 차종이 차지하면서 오랜 기간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뚜렷해졌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은 전년 동월 대비 9.2% 증가하고 올해 1~8월까지 누적 등록도 전년 대비 27.2% 늘었다. 그리고 이런 수입차 시장의 성장보다 더욱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달 순수전기차 신규 등록이 1만 5183대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39.9% 증가하고 처음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8월 39.8%에서 올해 50.9%로 11.1%포인트 상승해 이제 수입차 시장을 전기차 중심으로 바라봐야 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또한 올해 1~8월 누적 기준으로 범위를 넓히면 수입 전기차 등록은 11만 4401대로 전년 동기(5만 3468대)보다 114.0% 급증했고 전체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7.8%에서 46.7%로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솔린은 15.4%, 디젤은 37.2% 감소했고 하이브리드 전체도 3.4% 줄어 올해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사실상 전기차가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수입차 시장은 순수전기차 신규 등록이 1만 5183대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39.9% 증가하고 처음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오토헤럴드 DB)
#모델 Y 하나로 9638대…BMW·벤츠 대표 모델 압도
수입 전기차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테슬라는 지난달 1만 400대를 등록해 34.88%의 시장점유율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큰 차이로 앞질렀다. 또한 테슬라는 올해 1~8월 누적으로도 7만 6776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2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17.94%에서 31.36%까지 상승했다.
특히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델 Y는 8월 한 달 간 9638대가 등록되면서 BMW 5시리즈(1902대)와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1404대)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쳤다. 모델 Y 한 차종만으로 BMW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약 1.6배, 벤츠 전체의 약 2.4배에 달하는 판매를 기록했고 올해 누적 판매 역시 이미 6만 1702대에 달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5시리즈와 E 클래스가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경쟁을 주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델 Y의 압도적인 판매는 단순히 판매 1위 차종이 바뀌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소비자가 수입차를 선택할 때 브랜드와 엔진 성능, 세단 중심의 상품성을 비교하던 시장에서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 소프트웨어 등 전기차 특유의 상품 경쟁력이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입 전기차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브랜드는 테슬라다(오토헤럴드 DB)
#BYD도 4위 '돌핀·씨라이언 7 동시 상위권'
테슬라가 모델 Y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의 최상단을 장악했다면 BYD는 돌핀과 씨라이언 7을 동시에 판매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의 또 다른 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BYD는 8월 한 달 간 3002대를 판매해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4위를 기록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713.6% 폭증했다. 또 올해 1~8월 누적 판매도 1만 7523대로 지난해 보다 800% 늘었으며 시장점유율은 1.01%에서 7.16%까지 상승했다.
BYD가 테슬라와 다른 지점은 특정 모델에 판매가 집중되기보다 가격과 차급을 달리한 여러 모델이 동시에 판매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돌핀은 전체 수입차 4위, 씨라이언 7은 5위에 올랐고 아토 3 역시 전기차 판매 순위 7위를 기록했다.
가격 접근성을 앞세운 돌핀과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7을 중심으로 판매 기반을 넓힌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씨라이언 6 DM-i까지 지난달 500대를 등록하며 해당 연료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순수전기차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한 이후 PHEV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테슬라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BYD는 8월 한 달 간 3002대를 판매해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4위를 기록했다(오토헤럴드 DB)
#미국·중국차 커지고 독일차 비중은 줄어
테슬라와 BYD의 가파른 성장은 단순 브랜드별 판매 순위를 넘어 오랫동안 독일과 유럽 브랜드가 지배해 온 수입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의미한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를 살펴보면 미국 브랜드 판매가 전년보다 94.2%, 중국 브랜드가 800% 증가하면서 유럽 브랜드 전체 점유율은 지난해 68.6%에서 올해 53.1%로 크게 낮아졌다.
반대로 미국은 21.2%에서 32.4%, 중국은 1.0%에서 7.2%로 상승했다. 미국 브랜드 증가분 대부분이 테슬라, 중국 브랜드 증가분은 사실상 BYD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국가별 자동차 산업 전체의 경쟁력 변화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두 전기차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의 기존 국가별 구도까지 흔들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테슬라와 BYD가 전기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폴스타와 BMW 등 기존 수입차 브랜드의 전기차가 판매 상위권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향후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8월 전기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폴스타 4는 262대, BMW iX3 50 xDrive는 185대로 각각 9위와 10위를 기록했고 폴스타 브랜드 전체로도 올해 누적 2950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58.1%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는 기존 판매 라인업에서 볼 수 없었던 신형 순수전기차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렉서스)
#하반기 프리미엄 전기차 가세 '테슬라·BYD 독주 막을까'
테슬라와 BYD가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의 외형을 빠르게 키운 가운데 하반기에는 기존 판매 라인업에서 볼 수 없었던 신형 순수전기차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단순 기존 내연기관 모델에 전기차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단과 SUV를 순수전기차로 내놓는다는 점에서 시장 변화의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모델이 볼보 ES90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새롭게 투입하는 순수전기 플래그십 ES90은 기존 라인업에 없던 모델로 800V 전기 시스템과 SPA2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여유로운 주행가능거리와 파격적 국내 판매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S90을 비롯해 XC60과 XC90 등 내연기관 기반 전동화 모델이 판매를 이끌었던 볼보가 ES90을 통해 대형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렉서스의 변화도 상징적이다. 렉서스는 완전변경 ES의 국내 라인업에 순수전기차 ES 350e와 ES 500e를 새롭게 투입할 예정으로 두 모델 모두 국내 주행거리 인증을 마쳤다. 특히 기존 ES가 사실상 하이브리드를 대표하는 수입 세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형 ES에서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수입차 경쟁은 테슬라와 BYD가 높여논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의 기준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느냐로 이동할 전망이다(테슬라)
포르쉐 역시 브랜드 핵심 SUV인 카이엔에 처음으로 순수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하면서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선택지를 넓힌다. 포르쉐 입장에선 카이엔이라는 핵심 볼륨 모델이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이어 순수전기차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여기에 BMW는 노이어 클라쎄 기반의 신형 i3 세단을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차세대 전기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모델 Y를 앞세운 테슬라와 다차종 저가 정책으로 규모를 키운 BYD가 시장 변화를 주도했다면 하반기부터는 경쟁의 성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브랜드의 핵심 세그먼트를 겨냥한 신차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앞으로의 수입차 경쟁은 '전기차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테슬라와 BYD가 높여논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의 기준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느냐로 이동할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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