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의 조사에서 BYD와 지리 등 중국의 대표 자동차 업체 일부 차량이 생산 일치성 검사에서 신고 내용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꼽혀 온 것은 가격과 전동화 기술뿐 아니라 기존 완성차 업체보다 훨씬 빠른 신차 개발 속도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조사에서 BYD와 지리 등 중국의 대표 자동차 업체 일부 차량이 생산 일치성 검사에서 신고 내용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당국이 이를 전국적인 품질 전수 점검으로 확대하며 중국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발표한 신에너지차 생산 일치성 검사 결과에서는 총 7개 차종에서 문제가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승용차에는 지리 '싱위안'과 BYD '친 L DM-i'가 포함됐다. 지리 싱위안 표본 차량은 실제 휠베이스와 정부에 신고한 수치의 차이가 허용오차 1%를 넘어섰고 BYD 친 L DM-i는 배터리 충전량을 유지하는 CS 모드에서 측정된 연료소비량이 신고 수치를 초과했다.
그리고 이번 조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이전보다 강도 높은 품질관리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보다 짧은 신차 개발주기가 자리한다(오토헤럴드 DB)
#2년에서 18개월로…중국차 경쟁력 만든 '개발 속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보다 짧은 신차 개발주기가 자리한다. 과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통상 3~5년을 들여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면 중국 업체들은 이를 약 2년 수준으로 단축했고 일부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발기간을 18개월 수준까지 줄이는 방안까지 거론되어 왔다.
빠른 개발은 중국 업체가 소비자 취향과 전기차 기술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핵심 경쟁력이었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인포테인먼트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짧은 주기로 쏟아내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가 따라가기 어려운 제품 교체 속도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신차 개발기간이 짧아질수록 충분한 시험과 검증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에서는 빠른 기술 적용에 따른 안전성과 검증 문제를 놓고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기차 내구 시험거리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기존 1만 5000km 수준인 전기차 의무 내구 시험거리를 3만km까지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단순히 특정 업체나 차량을 검사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中 정부 직접 나섰다' 1년간 전국 자동차 품질조사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단순히 특정 업체나 차량을 검사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업정보화부와 공안부, 생태환경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 4개 부처는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1년간 '도로 자동차 제품 생산 일치성 및 품질 향상 특별조치'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번 조사의 목적 역시 눈에 띈다. 신에너지차 산업의 경쟁 질서를 정상화하고 제품의 생산 일치성과 품질 및 안전의 최저선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품질과 안전 관리가 뒤처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경쟁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많은 업체가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개발기간과 원가를 동시에 줄여야 하는 압박이 커졌고 이런 상황에서 시험과 검증까지 지나치게 축소될 경우 단기간에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품질과 브랜드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직접 품질관리에 나선 것은 그동안 산업 성장의 무기로 작용했던 '속도'가 반대로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품질관리에 나선 것은 그동안 산업 성장의 무기로 작용했던 '속도'가 반대로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오토헤럴드 DB)
#내수 넘어 수출 급증…이제 품질 문제가 '중국차 이미지'
이번 논란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무대가 이미 내수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832만대의 자동차를 200개 이상 해외 시장에 수출했고 중국 자동차 기업의 해외 투자 역시 80개 이상 국가로 확대됐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BYD를 비롯한 주요 업체에 해외 판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BYD의 해외 사업 수익성이 내수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분석되는 등 수출이 단순 판매 확대를 넘어 수익성을 확보하는 핵심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국내 품질관리 강화와 거의 동시에 해외 사업에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중국 상무부와 공업정보화부,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일 '자동차 산업 해외 경쟁행위 및 컴플라이언스 구축 지침'을 발표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중국 자동차 업체에 품질관리와 생산안전, 데이터 보안, 현지 법규 준수 등을 요구했다.
또 해외 시장에서 실제 비용과 수급을 고려한 가격 정책을 마련하고 부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시장 질서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국내에서는 생산 일치성과 품질을 점검하고 해외에서는 가격과 품질,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관리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 같은 중국 내 변화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오토헤럴드 DB)
#한국에서도 커지는 중국차 '가격 다음 경쟁력은 신뢰'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YD는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 이후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판매를 확대하고 있고 '돌핀'과 '씨라이언 7' 등 여러 차종을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올려놓으면서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논란을 국내 시장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차의 경쟁 방식이 한 단계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빠른 신차 출시와 높은 가격 경쟁력, 긴 전기차 주행거리와 풍부한 편의사양을 앞세워 기존 글로벌 업체를 압박했지만 이제 중국 정부까지 직접 나서 생산 일치성과 품질,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신뢰도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중국 정부가 신차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빠른 개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시험과 검증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을 재정비한다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차의 경쟁력이 '더 싸고 빠르게 만드는 능력'에서 나왔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안전성까지 결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8개월까지 거론되는 신차 개발 속도에 정부 주도의 품질 관리와 검증 체계까지 더해진다면 향후 중국차의 글로벌 경쟁력은 오히려 지금보다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가격과 기술, 속도로 시장을 흔든 중국차가 이제 '신뢰'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가 다음 시장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