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에 사용하는 연료첨가제처럼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75% 연장할 수 있는 혼화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텐나인)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배터리도 일반적인 내연기관처럼 수명을 늘리고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연료첨가제'가 있을까?”
개념은 다르지만 배터리의 노화를 방지해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첨가제 기술이 실제로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름을 넣을 때 직접 주입하는 내연기관의 연료첨가제와 달리 배터리 제조 공정의 원재료 단계에 배합해 노화 반응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본사를 둔 배터리 스타트업 ‘텐나인 테크놀로지스(Ten-Nine Technologies)’는 최근 특허 기반의 양극재 전용 첨가제 ‘테닉스(TENIX)’의 양산 확대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테닉스는 콘크리트를 칠 때 물성과 강도를 높이기 위해 배합 단계에서 혼화제(Admixture)를 넣는 것처럼 제조사가 양극재(Cathode)를 만드는 원료 배합 단계에서 투입한다. 전체 양극재 무게 대비 단 0.5~2% 수준(전기차 배터리팩 기준 약 0.5~2kg)만 섞어주면 되기 때문에 중량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배터리 제조사가 현재 가동 중인 기존 양극재 생산 라인에 그대로 투입(Drop-in)할 수 있어 수천억 원 규모의 신규 설비 투자를 하거나 배터리 셀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도 없다. 텐나인은 100톤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일반 전기차 배터리팩 약 20만 대에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주행과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내부 전극과 전해질이 분해되며 원치 않는 화학적 부산물이 쌓인다. 이 찌꺼기들이 내부 저항을 키우고 배터리를 노화시키는 주원인이다. 지금까지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를 불가피한 소모성 열화로 취급해 왔다.
테닉스는 양극재의 표면 화학(Surface Chemistry) 구조를 제어해 이러한 노화 메커니즘 자체를 원천적으로 억제한다.
테닉스를 배합한 배터리는 기존 대비 충·방전 사이클 수명이 75% 이상 증가했다. 이는 통상 15만 마일(약 24만km)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 보증 수명을 26만 5000마일(약 42만 6000km) 이상 연장시키는 효과다. 텐나인은 제 3자 공인 테스트에서 수치가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배터리 전 수명 주기에 걸쳐 소비되는 킬로와트시(kWh)당 비용을 약 40% 낮출 수 있는 수준이다. 배터리 수명 전반에 걸친 열 발생량이 약 40% 감소하고 내부 저항 역시 10% 낮아져 안전성과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배터리 내부 저항이 줄어들면 급속 충전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로 낭비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 전비 방어에도 결정적 도움을 준다.
업계에서는 테닉스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망간 리치(Manganese-rich)’ 양극재의 최대 난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고가의 니켈과 코발트를 대체하기 위해 매장량이 풍부하고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은 망간 기반 배터리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망간 리치 배터리는 태생적으로 사이클 수명이 짧아 상용화에 애를 먹어왔다.
테닉스가 양극재 열화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실제 전기차 배터리로 입증을 하게 되면 망간 배터리의 수명 한계를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낳고 있다.
텐나인은 “사람처럼 배터리도 노화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하는 대신 화학적 접근을 통해 노화의 근본 원인을 잡고자 했다”며 “독자적인 표면 화학 기술이 적용된 테닉스는 기존 배터리 시스템의 재설계 없이도 수명과 성능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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