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레몬과 라임을 구분하지 못한다”
…라고 말하면 당신은 기가 차서 반박할 것이다. 그럴 리가! 노란색이 레몬, 초록색이 라임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그렇다면 다시 묻고 싶다. 레몬과 라임. 두 과일의 색깔이 없다면 우리는 구분할 수 있을까?
만약 맛이 똑같다면 왜 어떤 곳은 레몬을 쓰고, 어떤 곳은 라임을 쓰는 걸까. 오늘 마시즘은 익숙해서 알지 못했던 레몬과 라임에 대해 몰랐던 6가지 이야기다.
1. 레몬, 라임은 과일계의 ‘혼혈왕자’다
레몬과 라임은 자연에서 그대로 만들어진 과일이 아니다. 여러 감귤류의 과일들이 만나 만들어진 혼혈왕자다. 그 시작은 ‘시트론’이라는 과일이다.
노란색의 울퉁불퉁한 ‘시트론’은(그렇다! 레몬과 라임의 시작은 이런 못생김이었다) ‘사워오렌지’라는 과일을 만나 지금의 레몬을 만든다. 또한 시트론이 ‘미크란타’라는 과일을 만나 키라임을 낳는다.
즉 둘은 쌍둥이가 아닌 배다른 형제(?)에 가깝다. 둘 다 아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상큼한 맛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슷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하지만 한쪽은 금수저로, 다른 한쪽은 노동자들의 과일이 되었다.
2. 고대 로마의 명품이었던 레몬
동남아시아에서 고대 로마까지 건너간 레몬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명품이나 보석에 가까웠다.
집 안에서 키우는 ‘레몬나무’는 로마 지배층의 부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집 냉장고에 1, 2개씩 있는 레몬을 들고 고대 로마에 갈 수 있다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아니다).
레몬에 대한 유럽인의 사랑은 수백 년 동안 계속된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과일이 사과도 포도도 아닌 ‘레몬’이었다. 그림 속의 레몬은 화려한 은식기와 값비싼 해산물 사이에 놓여 있었다. 그야 유럽인들의 명품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라임은 어디에 갔나? 안타깝게도 라임은 한참 늦게서야 유럽에 도착했고, 레몬… 그 비슷한 것 취급을 받았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3. 레몬과 라임 영국 해군을 구하다
18세기 배를 타고 항해하는 선원들에게는 해적이나 폭풍보다 무서운 적이 있었다. 바로 배를 타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바다의 저주’를 받아서 기운이 빠지고 목숨을 잃게 되는 의문의 병이었다.
1747년 영국 해군 군의관 제임스 린드는 이 병에 걸린 선원 12명을 여섯 팀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각 팀에 사과술, 식초, 바닷물, 황산 용액, 향신료 혼합물, 그리고 오렌지와 레몬을 먹였다. 그 결과는 짐작한 대로였다. 오렌지와 레몬을 먹은 선원들이 나았다.
괴혈병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비타민C가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병이었다. 하지만 레몬은 아시다시피 유럽인의 명품백 같은 것이기에 선원 모두에게 공급하기에는 재정이 부족했다. 그래서 찾은 게 라임이었다. 영국 서인도제도에서 생산되는 라임은 싸고 구하기 쉬웠거든.
이후 영국 해군들이 얼마나 많은 라임 주스를 마셨는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영국 해군을 포함한 영국인들을 ‘라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라이미(Limey)’라고 놀렸다.
4. 바텐더들이 레몬과 라임을 나누는 이유
레몬과 라임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 집단은 레몬과 라임을 맛과 향으로만 구분하여 사용했다. 바로 ‘바텐더’다. 그들은 칵테일마다 필요한 상큼함에 따라 레몬과 라임을 엄격히 구분했다. 그 이유를 바텐더에게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은 이렇다. 레몬과 라임은 맛과 향이 다르다.
레몬과 라임의 산도(상큼한 정도)는 비슷하지만 사람이 먹었을 때 체감되는 맛은 다르다. 레몬은 조금 더 새콤달콤하고 밝은 느낌이 난다. 반면 라임은 쨍하게 찌르는 상큼함이 남고 끝에서는 쌉쌀함마저 느껴진다. 때문에 칵테일을 만드는 술에 따라 레몬과 라임을 다르게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과일의 향미를 합쳐버린 음료가 있다.
5. 레몬과 라임을 합치자 제3의 과일이 탄생하다
그것은 ‘레몬 라임 소다’라고 불리는 투명한 탄산음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아무래도 ‘스프라이트’다. 로고만 봐도 레몬과 라임이 함께 그려져 있잖아.
스프라이트는 레몬의 경쾌한 첫 향과 라임의 쨍한 상큼한 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프라이트는 이 두 과일의 결합에 이름도 붙였다. ‘라이몬(Lymon)’이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레몬과 라임의 조합은 스프라이트의 산물일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코카-콜라에 이 조합을 시도했다.
6. 레몬과 라임 코카콜라를 만나다
코카-콜라 제로 레몬 라임. 이름처럼 코카콜라 제로에 천연 레몬라임향을 더한 제품이다. 코카콜라 제로 레몬도 코카콜라 제로 라임도 마셔봤던 마시즘 에디터도 생전 처음 마셔보는 맛이다.
재미있는 점은 레몬의 상큼함은 물론 라임의 상쾌한 느낌까지 함께 있는 코카콜라라는 것이다. 한 가지 과일의 향이 지배하지 않고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상큼한 느낌의 코카콜라 중에 가장 맛있는 친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궁금하다. 환타에 레몬과 라임, 아니 닥터페퍼에 레몬과 라임이 들어간다면(아니다).
마실 것과 과일에 숨겨진 세계사를 찾아
냉장고나 음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알면 음료가 더욱 맛있어진다. 때로는 로마 귀족의 명품이 되기도 하고, 영국 선원들을 구하는 과일이 되기도 하였다. 비슷하게 태어난 두 과일은 결국 음료 안에서 하나가 되기도 한다.
오늘 우리가 먹고, 마시는 상큼한 것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 참고문헌
- Dutch Paintings of the Seventeenth Century: Still Life, c. 1660, Arthur K. Wheelock Jr., National Gallery of Art, 2014.04.24
- 17세기 명화 속 음식 1위 과일…‘레몬’, 신방실, KBS, 2017.2.28
- The Age of Scurvy, Catherine Price, Science History Institute, 2017.08.14
- The citrus route revealed: From southeast Asia into the Mediterranean, Dafna Langgut, HortScience, 2017.06
- Genomics of the origin and evolution of Citrus, Guohong Albert Wu 외, Nature, 2018.02.07
- Bartenders Are Acid-Adjusting Citrus for Completely Customized Cocktails, Tyler Zielinski, VinePair, 2019.07.12
- When still-life gives you lemons: the significance of the citrus fruit in art and history, James Langton, The National, 2020.01.29
- ‘비타민C 한 알’, 왜 먹게 됐을까… 수백 년 전 바다에서 일어난 일 때문, 한희준·신유빈, 헬스조선, 2026.08.24
<제공 : 마시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