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서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를 열고 PV5가 만들어지는 화성 EVO Plant의 생산 현장을 공개했다(기아)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8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기아 오토랜드 화성. 생산라인을 따라 차체와 부품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완성 단계에 접어든 'PV5'에 엠블럼을 붙이는 작업이다.
차량의 성능이나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도 아니고 얼핏 보면 사람이 직접 해도 될 만큼 단순한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로봇이 흡착컵으로 엠블럼을 들어 올려 이형지를 제거하고, 비전 시스템으로 차량의 위치를 확인한 뒤 보정값에 맞춰 정확한 위치에 붙였다. 또 마지막에는 롤러로 눌러 밀착하는 과정까지 자동으로 이뤄졌다.
엠블럼 하나를 붙이는 데도 로봇과 비전 기술을 동원하는 모습은 기아가 첫 전용 목적기반차량(PBV) PV5 생산에 어느 정도까지 자동화와 품질 관리를 적용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조립공장에서는 후드 이송·정렬·체결부터 크래쉬패드와 헤드라이닝 장착까지 로보틱스 기반 자동화가 적용되고 있었다.
기아는 엠블럼 하나를 붙이는 데도 로봇과 비전 기술을 동원하고 있었다(기아)
이날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서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를 열고 PV5가 만들어지는 화성 EVO Plant의 생산 현장을 공개했다. 기아가 이날 강조한 것은 단순 생산능력 확대가 아니다. 조립과 물류, 검사 전반의 로보틱스와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여기에 완성차 생산 이후 고객 용도에 맞춰 차량을 완성하는 컨버전 체계까지 하나의 PBV 생산 생태계로 묶는 전략이다.
이날 공장 공개 시점도 의미가 있다. PV5가 국내를 넘어 유럽 전기 경상용차 시장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 기아의 과제는 한 종류의 밴을 많이 만드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용도의 PBV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인 품질로 공급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에 따르면 PV5는 올해 8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3만 9000대 이상 판매됐다. 또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솔루트랜스에서는 국내 브랜드 최초로 '2026 세계 올해의 밴(IVOTY)'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아는 유럽 경상용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현지에서는 PV5뿐 아니라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동화 PBV 'PV7'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PBV 생산이 일반적인 승용차 생산과 다른 이유는 고객마다 원하는 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있다(기아)
#한 차종으로 서로 다른 차를 함께 만드는 공장
PBV 생산이 일반적인 승용차 생산과 다른 이유는 고객마다 원하는 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택배업체가 원하는 카고와 가족이 이용하는 7인승 패신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WAV, 고급 이동 서비스를 겨냥한 프라임은 모두 PV5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지만 필요한 부품과 실내 구조, 기능은 크게 달라진다. 기아는 이달 PV5 라인업을 기존 5종에서 10종으로 확대했고 앞으로 카고 하이루프와 내장·냉동탑차 등 파생 모델도 추가한다.
따라서 PBV 공장에서는 하나의 차종을 빠르게 반복 생산하는 기존 대량생산 방식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생산량을 확보하면서도 서로 다른 사양을 같은 라인에서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 졌다.
그리고 기아는 이를 위해 현재 PV5를 생산하는 EVO Plant East 차체공장에 '4-벅(Buck) 순차 조립 공법'을 적용했다. 기존 하나의 주요 공정에서 이뤄지던 차체 조립을 인너벅과 레일벅, 아우터벅, 루프벅 등 4개 공정으로 나눠 차체 내부 골격부터 외관까지 순차적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차량 크기와 사양이 달라져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부위별 최적의 용접 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기아는 PV5를 생산하는 EVO Plant East 차체공장에 '4-벅(Buck) 순차 조립 공법'을 적용했다(기아)
또 이날 방문한 생산라인 곳곳에서는 사람이 직접 차체와 부품을 옮기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QR코드로 차체 패널 정보를 인식해 필요한 시점에 라인으로 보내는 자동창고와 AGV가 이를 대신했다.
PV5 카고의 좌우로 열리는 트윈 테일게이트 장착 과정에서는 자동화의 정밀도를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테일게이트와 달리 좌우 측면에 힌지가 달려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지만 비전 카메라가 차체의 장착 위치를 측정하면 로봇이 위치를 스스로 보정해 부품을 장착한다. 기아는 도어와 테일게이트, 펜더 등 주요 무빙 부품에 이 기술을 적용해 차체 간격과 단차를 정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조립공장의 외관 품질 검사에서는 3D 비전 카메라가 차량 전체를 스캔하고 로봇이 펜더와 도어 등 차량 좌우 각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측정하고 있었다(기아)
#사람의 눈 대신 3D 카메라 '±0.2mm 오차까지 잡아'
화성 EVO Plant에서 자동화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생산된 차량 한 대 한 대를 '데이터'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조립공장의 외관 품질 검사에서는 3D 비전 카메라가 차량 전체를 스캔하고 로봇이 펜더와 도어 등 차량 좌우 각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측정한다. 측정 정밀도는 ±0.2mm 수준이다.
이어 18대의 카메라가 아웃사이드 미러와 도어 가니시, 펜더, 도어 핸들 등 24개 부품을 검사한다. 차량에 맞지 않는 사양이 장착됐는지, 필요한 부품이 빠지지는 않았는지를 자동으로 확인한다. 헤드램프 역시 로봇과 비전 시스템이 광도와 광축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여기에 차량마다 UWB 기반 스마트 태그를 부착해 차량의 위치와 생산 정보를 추적하는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서는 해당 차량에 맞는 공구와 설비가 확인돼야 작업이 진행되고 또 체결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도 차량별 이력으로 기록됐다.
여기에 차량마다 UWB 기반 스마트 태그를 부착해 차량의 위치와 생산 정보를 추적하는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기아)
이러한 시스템은 PV5처럼 파생 모델과 선택 사양이 빠르게 늘어나는 차량에서 더 큰 의미갖는다. 생산라인을 함께 지나가는 차량의 외형이 비슷하더라도 실제 적용해야 할 부품과 작업 내용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작업자가 종이 작업지시서를 보고 사양을 구분했다면 EVO Plant에서는 차량이 해당 공정에 들어오면 모니터에 필요한 부품과 작업법, 주의사항이 표시된다. 검사 결과 역시 모바일로 공유되면서 PBV 생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품종 생산의 복잡성을 사람의 숙련도보다 데이터와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PV5 생산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완성차 공장 밖에서 이어지는 컨버전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98개 작업셀 갖춘 '컨버전 센터'
PV5 생산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완성차 공장 밖에서 이어지는 컨버전이다. 기아는 컨버전을 완성된 자동차를 사후에 개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기본차 개발 단계부터 함께 고려해야 하는 PBV의 핵심 경쟁력으로 규정했다. 이에 기본차와 컨버전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는 별도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었다.
오토랜드 화성 인근 PBV 컨버전 센터에는 개발과 생산, 물류 전문기업이 상주한다. 조립센터에는 98개의 작업셀과 14개의 검사셀이 마련돼 PV5 프라임과 오픈베드, 크루밴, 내장·냉동탑차를 비롯해 향후 PV7과 PV9 기반 컨버전 모델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부 특장업체를 위한 '도너모델'도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일반 차량을 구입한 뒤 시트와 내장재를 다시 뜯어내고 전장 시스템을 손보는 기존 특장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불필요한 시트와 플로어 매트 등을 제거하고 컨버전 부품 제어와 차량 정보 연동을 지원하는 PIM(PBV Interface Module), 전력 공급용 조인트 블록 등을 적용해 공급한다.
기아가 이달 새롭게 출시한 PV5 샤시캡 도너모델 역시 이러한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한 제품이다. 앞으로 스마트 순찰차와 어린이 통학차, 리어 엔트리 WAV, 바이크 수송차, 냉동밴 등 외부 특장사와 협업한 모델도 순차적으로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화성 EVO Plant East의 연간 생산능력은 10만 대 규모다. 여기에 PV7 등 대형 PBV를 담당할 EVO Plant West가 추가되면 오토랜드 화성의 PBV 생산능력은 연간 총 20만 대로 확대된다(기아)
#PV5 다음은 PV7 '화성에 연 20만대 생산 체제 구축'
현재 화성 EVO Plant East의 연간 생산능력은 10만 대 규모다. 여기에 PV7 등 대형 PBV를 담당할 EVO Plant West가 추가되면 오토랜드 화성의 PBV 생산능력은 연간 총 20만 대로 확대된다.
그리고 기아는 추가될 West Plant를 단순 East Plant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무거운 PBV 생산에 맞춰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루프 안테나와 쿼터 글라스 자동 장착, 플로어 콘솔 자동 투입을 비롯해 완성차의 소음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주행검사 자동화, 높은 차체까지 여러 카메라가 검사하는 터널형 외관 비전 검사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AGV보다 자유롭게 이동 경로를 설정할 수 있는 AMR도 물류에 투입된다.
오는 14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는 이 공장의 다음 주인공인 'PV7'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PV5보다 큰 차체와 공간을 갖춘 대형 전동화 PBV로, 이후 'PV9'까지 더해지면 오토랜드 화성은 기아 전동화 PBV 라인업 전체를 담당하는 생산 거점으로 확대된다. 기아 역시 오토랜드 화성이 PV5에 이어 PV7과 PV9 생산까지 담당할 계획임을 공식화했다.
유럽에서 PV5가 예상보다 빠른 판매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화성 EVO Plant의 역할도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한편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화성 EVO Plant의 핵심은 단순히 로봇이 많은 공장에 있지 않았다. 엠블럼을 붙이는 작은 작업부터 차체 용접과 중량 부품 조립, 외관 검사까지 자동화하고 각각의 결과를 차량 한 대의 데이터로 연결하는 구조에 있었다.
이는 PV5가 일반적인 승용 전기차와 다른 상품이라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패신저와 카고를 넘어 프라임, WAV, 오픈베드, 냉동탑차 등으로 가지를 뻗을수록 생산해야 할 차량의 종류와 조합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한 모델을 얼마나 빨리 찍어내느냐보다 서로 다른 수많은 차량을 같은 라인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만들어내느냐가 PBV 공장의 경쟁력이 되는 이유다.
유럽에서 PV5가 예상보다 빠른 판매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화성 EVO Plant의 역할도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첫 번째 PV5의 성공을 일회성 신차 효과에 그치지 않고 PV7과 PV9, 그리고 수많은 컨버전 모델로 확장하려면 시장의 요구를 생산라인에서 얼마나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공장 투어에서 마주한, 로봇이 PV5 전면에 작은 기아 엠블럼 하나를 정교하게 붙이던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고객마다 서로 다른 자동차를 원하게 될 PBV 시대에 기아가 준비한 답은 거대한 단일 생산라인보다 작은 공정 하나까지 자동화하고 데이터로 연결한 '유연한 공장'에 가까웠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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