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국경절 연휴, 수 천 만대의 전기차가 고속도로에 쏟아져 나오면서 충전 전쟁이 벌어졌다. (유튜브 Chien Hao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 최대 황금연휴인 국경절 연휴(10월 1일~7일)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는 전기차 충전을 기다리는 차량 행렬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충전기 한 대를 차지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한 시간만 기본 3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을 훌쩍 넘겼다.
대기 줄에서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돼 견인되거나 자리 선점을 두고 운전자 간에 주먹다짐이 벌어져 공안이 출동하는 일까지 속출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충전 생태계를 자랑하는 나라 중국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중국의 전국 충전 시설은 2400만 개를 돌파했고 신에너지차(NEV) 등록 대수는 4800만 대를 넘어섰다. 공공과 민간을 합쳐 방대한 인프라를 구축했음에도 연휴 고속도로 위에서는 이 엄청난 숫자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충전 시설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이유는 단순했다. 중국 전체 충전기의 70% 이상이 도심 아파트나 주택가에 설치된 개인용 완속 충전기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는 6만여 기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 민족 대이동으로 장거리 고속도로 이동 차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자 수 천만기의 도심 완속 충전기는 텅텅 비고 고속도로 충전 수요만 전년 대비 50% 이상 폭증하면서 극단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에 아무리 빠른 급속 충전이라도 차량 한 대당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 충전기를 점유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가 겹치며 휴게소마다 극심한 정체를 피하지 못했다.
니오(NIO)의 스왑 배터리 스왑(Battery Swap) 시스템은 완충된 배터리를 완전 교체하는데 3분여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니오)
이 같은 충전 대란 속에서 니오(NIO)의 스왑 배터리 스왑(Battery Swap) 시스템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증명했다. 니오는 이번 국경절 연휴 7일 동안 자사의 4168개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에서 총 119만 2221건의 배터리 교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교체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수치다. 연휴 첫날인 10월 1일에는 역대 일일 최다인 18만 3469건을 기록했고 10월 5일에는 18만 3664건을 달성하며 단 며칠 만에 자체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중국 전역에서 47초마다 1대꼴로 배터리를 통째로 바꾼 셈이다.
니오 측 집계에 따르면 온보(Onvo),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포함한 20만 3581명의 운전자가 스왑 스테이션을 이용했고 일반 충전을 이용했을 때와 비교해 총 30만 9124시간의 대기 및 충전 시간을 아꼈다. 가장 붐볐던 스테이션 한 곳에서는 하루에만 211대의 배터리를 교체했다.
3분 만에 완충된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출발하는 배터리 스왑 방식이 장거리 대이동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의 결정적 한계를 극복할 가장 실효성 높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이번 중국에서 벌어진 충전 전쟁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벌어 질 수 있다. 국내에 설치된 전체 충전기의 80% 이상 역시 아파트나 공동주택 주차장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다. 장거리 운행의 핵심인 전국 200여 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충전기는 다 합쳐도 2000여 기 수준에 머문다.
휴게소 1곳당 급속 충전기가 평균 7~8기에 불과하다 보니 명절 연휴처럼 단기간에 장거리 이동 수요가 집중되면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표준화 부재와 제조사의 폐쇄성, 차량과 일체형으로 등록하는 자동차 관리법 등으로 배터리 스왑이 늦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률이 급증할수록 명절이나 휴가철 같은 특정 시기에 고속도로 병목 현상을 플러그인 급속 충전기 증설만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력망 과부하와 막대한 설비 투자 비용이라는 현실적 벽도 존재한다. 따라서 배터리 스왑 시스템 구축과 보급에 정부와 기업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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