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어스 오브 워는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은 아닙니다. 전기톱이 달린 총을 든 떡대가 이 시리즈의 전통과도 같지만요 그렇다고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어서 총알을 퍼붓고 적을 갈아버려 피칠갑이 되어가기도 하지만,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서 야비하게 뒤에 숨어 총을 쏘고 움직이며 돌파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게임이지요.
한편으로는 Xbox 진영과 언리얼 엔진의 상징과도 같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인 에픽 게임즈가 직접 개발해, 언리얼 엔진은 이렇게 쓰는 것이며 Xbox 360의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세대를 거듭해 나가면서 출시되는 콘솔이나 게임 엔진의 버전, 심지어 개발사도 바뀌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게임 스타일과 더불어 언리얼 엔진을 적극 활용한 뛰어난 그래픽이란 정체성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런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도 2019년에 나온 기어스 5 이후로 한동안 소식이 없어서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에픽한테서 넘겨 받더니만 몇 개 깔짝거려보고 그 후로 시리즈를 유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에 나온 기어스 5가 제목에서 '오브 워'를 떼버리고 '기어스'만 남겨버려 역사와 전통을 저버렸고요. 그동안 아무리 오래 우려 먹어서 이제는 뉴페이스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마커스랑 도미닉을 완전 노인네로 만들어 두고 새로운 캐릭터를 미는 것도 좀 불안하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출시 20주년을 기념해서 새로운 작품이 나왔습니다. 영감님이 다 되버려서 이제는 늙어 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주인공들을 다시 전장으로 내보낸 건 아니고요. 1편보다 더 과거, 그것도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팔팔하고 쌩쌩한 마커스와 도미닉이 외계인의 침공에 어떻게 맞서 싸우게 됐고, 철부지 애송이들이 어떻게 베테랑 군인으로 거듭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번에 나온 기어스 오브 워: E데이 되겠습니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전통의 게임 플레이는 여전합니다. 쏟아지는 적들에게 닥돌하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마커스는 둠가이가 아니잖아요. 몸을 가릴만한 엄폐물을 우선 찾아서 눈치를 봐가며 총을 쐈다 숨었다를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추가됐습니다. 슬라이딩이지요. 달리다가 슥 미끄러져서 엄폐물에 숨거나, 장애물을 아래로 통과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엄폐물의 종류가 늘어나, 낮은 물체 뒤에 몸을 숨길 때에는 거의 눕다시피 해야 합니다. 주인공이 젊어졌으니까 망정이지, 할아버지였으면 참 힘들었을 동작 같군요.
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그래픽도 발전했습니다. 전작이 나온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그럼 그래픽이 발전하지 퇴보하겠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요. 좀 많이 발전했습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관절 모형은 3배, 얼굴 모양은 350개로 늘려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 풍부해졌고요. 게임의 그래픽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습니다. 개발 기간이 몇 년 씩이나 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언리얼 엔진 5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언리얼 엔진 5에서 새로 도입한 기능이야 한두개가 아니지만, 가장 먼저 나나이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나이트는 화면에서 필요로 하는 양에 맞춰서 오브젝트의 기하학적인 디테일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가상화 지오메트리 기술입니다. 사소한 장식이나 길 위의 쓰레기까지, 가까이에 있는 오브젝트라면 폴리곤의 수를 대폭 늘려서 디테일한 묘사를 보여주고요. 멀리 있는 물체는 정밀도를 낮춰서 폴리곤의 수를 낮춰 연산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여기에 실시간 파괴 효과와 입체적인 묘사의 연기와 먼지 효과까지 더해지게 됩니다.
여기에 언리얼 엔진 5의 루멘과 메가라이트가 더해집니다. 루멘은 빛이 벽이나 바닥에 부딪힌 뒤 주변을 다시 비추는 간접 조명을 계산, 조명이 직접 닿지 않는 곳의 밝기와 색감까지 살려내는 기술입니다. 메가라이트는 다수의 광원이 만드는 조명과 레이 트레이싱 그림자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줍니다. 기어스 오브 워: E 데이 기준으로는 최대 100개 광원에서 나온 그림자를 묘사하는데, 이 정도면 메가라는 단위를 쓸 만 하지요. 덕분에 자동차부터 간판까지, 모든 총에서 불을 뿜는 섬광 하나하나마다 동적으로 반응하는 그림자를 볼 수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 5가 오브젝트와 광원을 배치하고 화면을 그려내면, 지포스 RTX의 RT 코어가 레이 트레이싱 연산을 가속해 빛이 물체에 부딪히는 위치를 찾아줍니다. 여기에서 더 세밀한 묘사를 원한다면 RTX 메가 지오메트리 기술을 켜면 됩니다. 나나이트로 정밀한 오브젝트를 그려내더라도, 단순한 대체 모델을 써서 그림자와 반사 효과를 만들어 내면 화면에 표시되는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요. RTX 메가 지오메트리 옵션을 켜면 레이 트레이싱에도 고정밀 나나이트를 사용하도록 해서 그림자나 표현이 단순해지는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물론 고정밀 오브젝트의 사용량이 늘어나다보니 요구하는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 역시 커집니다. 기어스 오브 워: E 데이 기준으로는 12GB 이상의 VRAM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그래픽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그래픽 프리셋의 비교해 보면 여실히 드러납니다. 낮음 설정에서도 기어스 오브 워 세계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오브젝트 묘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젖어있는 도로의 빛 반사 효과와 명암 표현의 정밀도가 떨어지지요. 보통 프리셋에서는 물웅덩이에 비치는 밝고 어두운 부분의 구분이 더욱 사실적으로 변화하며, 높음 프리셋에서는 차량 표면과 도로의 반사, 무너진 건물 잔해의 그림자 효과가 풍부해집니다. 그래픽 옵션을 올릴수록 더욱 사실적인 반사와 그림자 효과가 적용되고 있지요. 그래서 그래픽카드 성능이 많이 부족한 게 아닌 이상, 보통이나 높음은 두고 플레이하길 권장합니다.
울트라를 넘어서 '터무니없는' 프리셋으로 올릴 수도 있지만 차이가 크진 않습니다. 각 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반사되는 표현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낮음에서 높음으로 올렸을 때만큼 차이가 크진 않습니다. 메가 지오메트리도 분명 사실적인 묘사를 도아주는 기술이긴 하지만 게임의 인상이 확 달라질 수준은 아닙니다. 무너진 건물 더미와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의 빛과 그림자가 바뀌는 것이 체감되는 수준이지요.

성능과 그래픽 화질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면 울트라 옵션을 권장합니다. 풀 HD 해상도 기준으로 울트라 프리셋에서 지포스 RTX 5060 같은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는 평균 52fps가 나옵니다. 게임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닥 여유롭다고 할 수는 없는 결과지요. 여기에서는 그래픽 옵션 타협보다는 DLSS와 프레임 생성 같은 기술을 쓰는 쪽이 낫습니다. 이 둘을 모두 켜면 5060이 4K 해상도에서도 58fps가 나와주니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지포스 RTX 5080 같은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면 울트라 프리셋은 여유롭게 소화해내지만, 이것도 4K 같은 고해상도에서는 43fps까지 줄어듭니다. 빠른 움직임을 부드럽게 따라가려면 DLSS의 힘을 빌리는 쪽이 낫겠죠. 터무니없는 프리셋을 설정할 경우에는 지포스 RTX 5080도 풀 HD 해상도에서 68fps가 나옵니다. 그 이상에서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보장하려면 마찬가지로 DLSS나 프레임 생성을 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어즈 오브 워: E데이는 시리즈를 굳건하게 지탱해온 든든한 주인공들이 애송이 시절로 되돌아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픽 기술에서는 언리얼 엔진 5에 탑재된 나나이트와 루멘, 메가라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여기에 RTX 메가 지오메트리까지 지원해 복잡한 배경에서도 사실적인 광원과 그림자 효과를 보여줍니다. 다만 그만큼 요구하는 성능도 높기에 DLSS와 프레임 생성 같은 기술의 뒷받침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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